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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관계, 행복한 관계를 위한 적절한 거리 두기

by 앰코인스토리 - 2018. 4. 16.


관계, 울창한 숲속의 나무와 나무처럼

행복한 관계를 위한 적절한 거리 두기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이 담긴 책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수많은 인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다양한 방면에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 인기 있는 사람이 될까, 이런 내용을 담은 책들이 많았지요.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라는 책은 인간관계에 대한 고전으로 첫손가락에 꼽을만한 책입니다. 이 책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리던 시절이 있었어요. 이 책은 성공의 85%가 인간관계에 달렸다고 말하며, 어디에서나 환영받는 방법이라던가, 첫인상을 좋게 하는 방법,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하는 방법 등을 이야기해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늘 미소를 짓고, 대화 상대의 이름을 외우고,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라는 내용은 그 시대의 훌륭한 지침이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지요.



인간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

그렇지만 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들을 살펴보면, 인간관계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알 수 있어요.

「미움받을 용기」라니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절은 갔습니다. 이 책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베스트셀러로 등극했고, 「미움받을 용기2」는 출간 한 달 만에 15만 부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어요. 요즘 사람들에겐 나를 희생하며 사랑을 받기보다는, 나의 자유로움을 지키며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했나 봅니다.

이제는 수많은 사람에게서 미움을 받아도 상관없으니 자유롭게 자기 자신으로 살기를 원하는 시대입니다. 아무래도 연예인이나 탤런트, 공인이나 세일즈 업계의 종사자가 아닌 이상 몇천의 팬을 거느릴 이유도 없고, 몇백의 연락처를 고이 간직했다가 때마다 연락할 이유도 없지요. 나와 가까운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잘하되, 그 외의 사람들과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덜 불편하게 살 방법일 겁니다.



관계 맺기 vs 관계 정리

그래서인지 관계를 맺는데 주력하는 책이 아니라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는 책들이 더 많이 출판되는 중입니다.

「관계 정리가 힘이다」라는 책도 출간 이후 꾸준한 인기를 누렸지요. 먼저 안 입는 옷을 버려야 새 옷을 넣을 공간이 생긴다고 말하는 옷장 정리의 법칙처럼, 기존의 어영부영한 관계를 잘 정리해야 새롭고 행복한 관계에 집중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책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소설가 소노 아야코는 오래전부터 인간관계에 대한 책들을 펴냈습니다.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인간의 기본」 같은 책들이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해요. 최근에는 「타인은 나를 모른다」,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이 이어서 출판되었는데, 소소하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혼자’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들도 많아졌지요.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혼자 있는 시간의 힘」 같은 책들입니다. 이런 책들은 혼자여도 괜찮다고 토닥이고, 혼자여도 잘할 수 있다고, 혼자여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적절한 거리 두기가 핵심!

울창한 숲속에서도 나무들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자랍니다. 다른 나무와의 거리는 내가 어떤 나무인지, 상대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에 따라 달라지지요. 인간관계도 그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니까요. 내가 오롯이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공간,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을 지켜주는 ‘거리’가 필요합니다.

사람마다 다른 사람에게 허용하는 친밀함의 거리가 있지요. 내가 허용한 거리보다 상대가 더 가까이 다가오면 불편합니다. 자신의 공간이 크고 넓어야 편안한 사람,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서 자신의 공간을 엄격하게 지키는 사람도 있으며, 자신의 공간을 순식간에 공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 관계를 잘 맺는다는 것은 나의 공간과 상대방의 공간을 인정하면서 그 거리를 지켜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 주목한 책들이 많아졌습니다. 내가 원하는 안정적인 거리는 얼만큼인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얼만큼의 거리를 두면 좋을지 책을 읽으며 생각해 봅니다. 혼자여도, 둘이어도 좋은 행복한 봄날 되시길 바랍니다.



둘 사이의 거리가 만들어내는 행복

「당신과 나 사이」

김혜남 지음, 메이븐


「서른이 심리학에게 묻다」로 유명한 저자이자, 정신분석전문의인 김혜남의 책입니다. 나와 상대방 사이에 필요한 최적화된 거리는 과연 몇 cm일까요. 너무 멀면 외롭고, 너무 가까우면 불편하고, 서로의 거리가 맞지 않으면 둘 다 상처 입기 마련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길 원하면서도, 종일 부대끼다 보면 힘들었던 경험이 한 번씩은 있지 않나요. 저자는 상대와 나 사이에 일정한 심리적인 거리를 둔다는 것은 관계를 끊는다는 뜻이 아니라, 상대방과 나 사이에 ‘존중’을 집어넣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이지요. 나를 위한 선택을 하면서 미안해하지 않고, 싫은 사람을 억지로 좋아하려고 애쓰지 않고, 부당한 비난에 상처받기 싫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세상의 모든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힘

「거리 두기」

임춘성 글, 니나킴 그림, 쌤앤파커스


연세대학교 정보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가 ‘거리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에 벌어진다고 말합니다. 그는 프롤로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살 수는 없을까요? 현미경도 쓰고 망원경도 쓰면서, 숲도 보고 나무도 보면서, 스스로 중심 잡고 잘 살 수는 없을까요?”라고 말이지요. 이어지는 장의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휘둘리지 않으려면, 버림받지 않으려면, 치우치지 않으려면, 손해 보지 않으려면, 상처받지 않으려면, 책임지지 않으려면, 홀로되지 않으려면, 꼴통 되지 않으려면’이라는 8가지 주제로 나누었습니다. 그의 말대로 나와 세상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두면, 우아하면서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간결하고 재미있는 문장에 일러스트까지 더해져 유쾌하게 읽힙니다.




모든 고민도 모든 기쁨도 인간관계에 있다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지음, 인플루엔셜


기시미 이치로는 일본의 철학자입니다. 플라톤 전공자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플라톤의 대화편’ 형식을 빌리면 독자들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고 생각, 공저자인 고가 후미타케와 대화를 나누며 아들러의 심리학에 대한 책을 집필했습니다. 책은 알프레드 아들러 심리학을 공부한 ‘철학자’와 아직 덜 성숙한 ‘청년’이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을 나누는 내용입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이에요. 인간은 인간관계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라지만, 우주에서 혼자 사는 건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인간에게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며,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것은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합니다. 아들러에 따르면 ‘미움받을 용기’와 ‘사랑할 용기’는 동의어이며, 궁극적으로 ‘행복해질 용기’를 말합니다. 최근 1, 2권을 합친 양장 합본이 예쁜 디자인으로 새로 나왔어요.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유은정 지음, 21세기북스


보통 관계는 기브앤테이크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잘해준 만큼 상대도 잘해주겠지, 하는 막연하고 은근한 기대가 있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인간관계가 늘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사람의 관계에도 패턴이라는 게 있어서, 한 번 밥을 사는 사람은 계속 사게 되고, 퍼주던 사람은 계속 퍼주게 되곤 해요. 자존감 심리센터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상담을 해왔던 정신과 전문의 유은정 원장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모아 마음에 쏙 와닿게 전달합니다.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게 상처뿐이라면 그 인연을 끌고 갈 필요가 없다고 조언하지요. 한없이 친절했던 당신이 조금 변했다고 외면할 사람이라면, 언제든 떠날 사람이라는 거예요. 거절을 잘하지 못하고, 마음을 표현하는데 자주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마음을 더욱 단단하고 선명하게 만들어 보시면 좋겠네요.





글쓴이 배나영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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