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서 드디어 미국 서부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는 특히 아이들의 건강관리에 특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여행 직전에 아이가 아프거나 다친다면 여행 자체가 취소될 수 있거든요. 당시 필자는 아이들이 초등 4학년과 5학년이었는데, 특히 장난기가 많은 둘째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안전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에 또 주의를 주었고, 다행히 무탈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장기간의 해외여행 때 꼭 준비해야 할 것들을 아래와 같이 적어보았습니다.
1. 여권과 미국비자
당연한 얘기지만 해외여행 시에는 여권과 비자가 필요합니다. 여권을 처음 만들 때는 영어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기재해야 합니다. 필자는 대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여권을 만들었는데, 그때 여권 이름이 잘못 만들어져서 아직도 이상한 영어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제 이름 가운데 자가 형자인데 이것이 Huyng으로 등록되어 아주 우스꽝스러운 영어이름이 되어버렸거든요. 비행기 티켓을 예약할 때 여권이름과 비행기 표에 기재되는 이름이 일치해야 합니다. 이것이 일치하지 많으면 탑승을 거부당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미국비자는 요즘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신청할 수 있으므로, 여권을 만든 후 미리미리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등록하는 법이 잘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참! 여권 분실에 대비하여 여분의 여권사진도 챙겨가세요.
2. 국제운전면허증 + 한국 운전면허증
해외에서 렌트를 하기 위해서는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한데, 렌터카를 빌릴 때 한국 운전면허증도 있어야 합니다. (렌터카를 빌릴 때 주의사항을 잘 읽고 필요한 서류는 빠짐없이 준비해야 해요) 부부가 번갈아 운전할 때에는 두 명의 운전자 옵션으로 렌터카를 빌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3. 예비 신용카드
해외에서 출금할 수 있고 한도가 넉넉한 카드를 가능하면 두 개 이상(VISA, Master) 준비하는 것이 좋아요. 여행 중에 병원치료를 받아야 할 일이 생기거나, 자동차 관련 사고가 있을 때 본인 카드로 결제해야 하므로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방 하나에 카드와 현금을 몰아넣는 것은 위험합니다. 분실의 위험에 대비해서 꼭 분산해야 하고요!
4. 환전과 비상금
휴가철이 오면 은행마다 이벤트(무료 여행자 보험 등)를 하여 고객을 끌어모으는데, 여러 곳을 비교하여 가장 좋은 조건으로 환전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면 어떤 곳이 가장 좋은 조건인지 알려주는 글들이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여행 중 대부분은 카드로 결제할 수 있지만, 호텔, 식당 팁은 잔돈이 필요하고, 또 혹시라도 모를 일을 대비해서 100만 원 정도는 비상금으로 준비해서 넣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5. 로밍 혹은 현지 통신사 가입
해외여행 시 정보를 찾기 위해 스마트폰을 자주 이용하게 되는데, 데이터 사용이 문제가 됩니다. 휴가철을 앞두고 통신사에서 하는 무제한 데이터 로밍 상품을 이용하는 것과, 현지 통신사에서 USIM을 사서 데이터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으니, 여행을 떠나기 전에 잘 비교해서 준비하고 가기 바랍니다. 로밍은 무제한 데이터 옵션이 아니라면 자칫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으니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6. 여행자 보험
아까운 돈이라고 생각들 수도 있지만 절대 아까워해서는 안 되는 것이 여행자 보험입니다. 특히 미국은 병원비가 비싸서 꼭 보험을 들고 가야 합니다. 여러 보험사마다 조건과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잘 살펴보시고 환전할 때 서비스로 보험에 가입해주는 이벤트도 있으니 챙기시고요.
7. 비상약
해외여행 시 가벼운 질병은 병원에 가기보다는 약으로 해결하는 것이 낫습니다. 설사약, 소화제, 감기약,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 해열제, 반창고 등은 기본으로 챙겨야 하고, 아이가 자주 걸리는 질병(감기가 오면 중이염이 같이 온다든지, 어떤 약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든지)이 있다면 소아과에 들러 장기간 여행을 간다고 하고 미리 처방을 받아 약을 지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8. 간단한 먹거리
자동차 여행의 장점은 음식을 싣고 다니며 여행 중에 취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밑반찬, 플라스틱 식기류, 통조림, 라면, 컵라면, 간식거리 등은 챙겨갈 수 있을 만큼 챙겨가는 것이 좋습니다. 단, 미국에 들어가서 국내선을 타게 될 일정이 있다면 수하물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야 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티켓은 저렴하지만 수하물 규정이 엄격해서 수하물 부치는 가격이 비행기 값보다 더 비쌀 때도 있으니 정말 잘 살펴봐야 합니다.
9. 여행용 캐리어
잘 아시겠지만 여행용 캐리어는 바퀴가 4개 달려 밀고 다니는 것이 편리하며, 휴가철 전에 캐리어를 특가로 파는 이벤트가 종종 있으니 기다렸다가 구매하시면 좋습니다. 4인 가족은 수화물용 캐리어 2개, 기내용 캐리어 2개가 적당합니다. 보통 기내용 캐리어는 20~22인치 정도이지만, 항공사마다 기내 허용 사이즈가 다르니 잘 확인하시고 구매하세요. 특히 미국 내 저가 항공 이용 시에는 수하물 기준이 엄격하므로 가방 사이즈를 꼭 미리 확인하세요.
10. 슬리퍼
생각보다 정말 중요한 아이템입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2천 원짜리 슬리퍼가 딱 좋아요. 장시간 비행기 안에서 슬리퍼로 갈아신으면 정말 편하고 화장실 다녀올 때도 편리합니다. 숙소에 슬리퍼가 따로 없는 때가 많고, 있어도 물에 젖는 일회용 슬리퍼라 불편합니다. 꼭 챙겨가세요!
11. 모자, 선글라스, 선크림
미국 서부 지역을 여름에 여행한다면,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 선크림은 필수입니다.
12. 비옷
일회용 비옷을 챙겨가면 부피도 작아 휴대가 간편하고 혹시 모를 기상변화에 대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13. 내비게이션과 중고 여행용품
여행 카페에 가입하여 올라온 글들을 보면, 미국 서부 자동차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사용했던 내비게이션, 밥솥 등 여행에 필요한 용품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커뮤니티 카페 가입 후 조건에 맞으면 미리 사서 가는 것도 좋습니다.
14. 디지털카메라
평생 남을 작품 사진 하나 건지고 싶다는 욕심은 누구에게나 다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여행 가기 직전에 디카를 새로 장만하는 바람에 카메라에 작동법에 익숙하지 않아 아쉬운 사진을 많이 남겼습니다. 무거운 사진기보다는 휴대성이 뛰어난 사진기가 좋은데요, 시간 날 때마다 사진에 관련된 책을 보거나 잘 찍은 사진을 많이 봐두고 사진 찍는 연습을 해두시면 좋습니다. 필자의 경험으로, 기본적인 사진 구도만 알고 찍어도 괜찮은 사진들을 건질 수 있어요. 사진을 전혀 몰랐을 때 떠난 미국 서부여행, 그 결과는 많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인물사진은 꼭 가운데에 있고…. 이런 촌스러운 구도로 작품사진들을 많이 놓쳐버렸거든요. (ㅎㅎ)
15. 음악 파일
장시간 운전이니만큼 지루하거나 졸리기 쉽습니다. 기분 전환할 음악이나 분위기 있는 음악, 혹은 재미있는 팟캐스트를 다운받아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차들은 USB를 꽂거나 블루투스를 이용해서 내 스마트폰에 있는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으니 꼭 챙겨가세요.
16. 스마트폰 충전기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하다 보니 여행 중 스마트폰 충전은 필수입니다. 차량용 시거잭으로 충전할 수 있는 스마트폰 충전기를 꼭 챙겨가세요. 특히 고속 충전을 할 수 있는 충전기가 필요합니다. 스마트폰으로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에는 필수이니 꼭 있어야 해요.
17. 차량용 밥솥
서부 자동차 여행은 이동시간이 길어서 중간에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때가 많습니다. 점심을 사 먹으려면 식당을 찾기도 힘들고 또 가서 기다려야 하므로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데요, 이때 차량용 밥솥을 이용하여 물을 데워서 컵라면을 먹는다든지, 미리 준비해간 밑반찬에 즉석밥을 데워서 먹으면 참 좋습니다.
18. 일정 정리 파일
엑셀을 이용해 날짜별과 시간별로 디테일한 스케줄을 만들어 가면 좋습니다. 구글로 길 찾기를 검색하면 다음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략 나오기 때문에, 그 시간을 고려해서 일정을 짜야 합니다. 미국 서부여행 당시는 여행 노하우가 많지 않아서 엑셀로 디테일한 계획을 짤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유럽여행부터는 기본으로 계획표를 만들고 그에 따라서 계획대로 움직였어요. 2년 전에 다녀왔던 호주 태즈메이니아 자동차 여행 일정표를 살짝 엿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모두 엑셀표로 정리하고 스마트폰에 옮겨서 수시로 참고하면 편리합니다. 여러 블로그를 참고하여 그들이 들려주는 팁 등을 정리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특이사항에 필요한 정보를 기록하시고 참고하세요) 물론 계획은 계획일 뿐, 현지 사정에 따라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시간을 더 보내고 별로인 곳은 휘리릭 지나가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겠지만, 기본 계획은 아주 중요합니다.
필자가 정리한 것 이외에도 꼭 필요한 것들이 더 있을 수 있으니 다른 여행자들의 블로그를 살펴보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꼭 메모해서 챙겨가도록 하세요. 뭐, 여행 준비물이 많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권과 돈(카드)입니다. 그 두 개만 분실하지 않으면 여행하는데 큰 문제가 안 됩니다. 여권을 분실했을 때는 여행 전체일정에 차질이 생기니 꼭 분실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2011년 7월 21일, 필자는 드디어 미국으로 출발하게 됩니다. 아침에 공항버스를 타기 전에 함께 찰칵! 거의 피난민 수준으로 짐이 많군요. 준비물에 관한 글이 너무 길어서 본격적 여행 이야기는 다음 호에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WRITTEN BY 정형근
틀에 박힌 패키지여행보다는 치밀한 준비로 패키지와 비슷한 유형의 자유여행을 직접 기획하고 여행하면서 겪었던 추억과 노하우를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가족들과 평생 잊히지 않을 멋진 추억여행을 계획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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