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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요리와 친해지기

[와인과 친해지기] 가을 제철 수산물과 와인편 : 꽃게와 와인 이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9. 25.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이제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이 왔다. 말만 살찌는 게 아니라 서해안 우리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 중, 특히 꽃게와 대하가 살이 통통하게 올라 그 어느 때보다 맛있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녀석들은 겨울이 되어 깊은 바다로 가기 전, 부지런히 먹이 활동을 해서 살집을 불려 겨울을 난다고 한다. 이때를 맞춰 서해안 포구에서는 대하축제, 꽃게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식도락가들과 가족 여행객들의 발길을 불러들이고 있다. 특히, 남당리와 백사장항 등 안면도 쪽이 대하축제 여행지로 유명하고, 주로 9월부터 10월까지 축제가 열린다. 서울 근교에서도 소래포구나 강화도 쪽으로 나가면 싱싱한 꽃게를 만날 수 있다.

 

필자도 세상물정 아무것도 모르던 신혼시절, 꽃게 철이라는 뉴스에 가락동 수산시장을 찾았다. 여기 저기에 싱싱한 꽃게가 한 가득 있었고, 상인들은 서로 자기 것을 사라고 호객 행위를 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머뭇거리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꽃게가 아주 좋다고 사라고 해서 몇 마리를 달라고 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 바둥거리고 싱싱한 놈들만 모여있었던 것만 같은데 집에 가져와서 보니 처음에 넣었던 몇 마리만 생물이었고, 나머지는 냉동했다가 해동시킨 꽃게였다.

 

어쩐지! 뒤집어진 놈을 재빠르게 넣는 것 같더라니. 아줌마가 뒤집어진 꽃게를 흔들어 대니 그 다리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여 속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꽃게 몇 마리 때문에 또 차를 몰고 가락시장으로 다시 갈 수도 없었다. 그렇게 꽃게 신고식을 톡톡하게 치렀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계절마다 맛있는 꽃게가 다르다는 것도 최근에서야 알았다. 봄에는 암꽃게, 가을에는 수꽃게가 맛있는데, 다른 곳보다 싸게 팔면 계절에 맞는 놈인지 확인해야 한다. 지난 주, 아들이 꽃게를 먹고 싶다고 해서 가격 비교를 해보니, 집 근처 킴스클럽에서 하나로마트의 반값에 생물 꽃게 세일을 하고 있었다. 주저 없이 킴스로 달려갔는데, 가서 보니 암꽃게였다. 가을철에 암꽃게는 알도 별로 없을뿐더러, 살까지 물러서 수꽃게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진다. 다행히 중간 중간에 수꽃게가 섞여있어 골라서 사오긴 했지만 크기가 많이 작았다. 조금 비싸더라도 큰 게를 사는 것이 더 낫다. 작은 것은 껍질만 많아서 먹을게 없기 때문이다.

 

그럼, 꽃게에 어울리는 와인도 있을까? 꽃게를 먹으려면 두 손을 사용해서 껍질을 발라내야 하고 남은 껍질 등으로 테이블도 지저분해지는데, 그 위에 와인 잔까지 올려놓고 먹기도 여간 번잡스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꽃게에 꼭 한 잔을 하고 싶다면, 와인을 매칭해보는 것이 어떨까?

 

필자는 가족 여행지로 서해안 포구에 들러 아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꽃게를 보며 암수 고르는 법도 가르쳐 주고 먹음직스러운 놈들로 골라왔다. 꽃게찜을 한 후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먹는 저녁식사. 그리고 식사 후 서해안 낙조를 보고 걷는 바닷가 산책. 가을이 가기 전에 가족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와인도 한 병 골라서 말이다.

 

꽃게찜은 비린내가 나기도 하지만 살에서 나오는 특유의 달달한 맛이 있기 때문에, 비린내를 잡아주는 ‘소비뇽 블랑’ 품종과 약간 단맛이 있는 ‘리슬링’이나 스위트한 와인이 어울릴 것이다. 참고로 소비뇽 블랑이라는 품종은 청포도의 일종으로 뉴질랜드에서 주로 나는 품종이며 특히 말보로 지역이 유명한데, 와인에서 갓 깎은듯한 풀 냄새가 특징이고, 혀를 꽉 조일 정도로 드라이한 것부터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운 타입의 와인까지 다양하다.

 

여러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은 다음과 같다.

 

저가 와인

 

 

ⓒ Mosel, Majuang Mosel

 

 

모젤, 마주앙 모젤 (Mosel, Majuang Mosel)

동네 슈퍼에서 만날 수 있는 화이트 와인이다. 와인을 처음 알았을 때 집 앞 슈퍼 냉장고에 있어서 여러 번 사서 먹었다. 여름철에 시원하게 해서 마시면 좋다. 독일 화이트 와인 명산지인 모젤에서 재배되는 리슬링 품종으로 만들었으며, 12,000원 정도에 판매한다. 마트 세일에서도 종종 보이는데 9,000원 정도 한다.

 

ⓒ San Pedro, Late Harvest

 

산 페드로, 레이트 하비스트 (San Pedro, Late Harvest)

예전에는 마트 할인 때 자주 보였던 와인인데 요즘은 통 안 보인다. 칠레 산 페드로 사에서 리슬링 품종으로 만든 와인으로, 일반 포도보다 늦게 수확해 당도 높은 포도로 만든 스위트 와인이다. 꽃게의 단맛과 매칭하면 좋다. 세일 가격으로 1만원 후반.

 

중가 와인

 

ⓒ Kim Crawford, Sauvignon Blanc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 (Kim Crawford, Sauvignon Blanc)

소비뇽 블랑은 뉴질랜드의 주력 포도 품종이다. 갓 깎은 풀 냄새가 특징이고, 생선 비린내를 잡는데 딱 좋다.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이 특히 유명하다.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은 한국 와인 애호가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대중적인 화이트 와인 중에 하나. 세일 가격으로 2만원대 초반이다.

 

ⓒ Kendall-Jackson, Vintner's Reserve Chardonnay

 

켄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이 (Kendall-Jackson, Vintner's Reserve Chardonnay)

2011년 미 서부 자동차 여행 때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명한 던저니스 크랩(Dungeness crab)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들렀는데, 그때 웨이터가 자신 있게 추천한 와인이 바로 켄달 잭슨이다. 미국 레스토랑에서 10여 년 동안 판매 1위를 했고, 매년 와인 경연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전설적인 와인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평소 자신의 집에서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이를 즐겨 마셨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레이디 가가가 가장 사랑하는 와인으로 콘서트 때마다 대기실에 꼭 이 와인을 제공하라는 내용을 계약서에 썼을 만큼 즐겨 마시는 와인이라고 하니 꼭 한번은 만나보길 권한다. 세일 때에는 잘 보이지 않고, 정가로는 40,000원대에 살 수 있다.

 

고가 와인 



ⓒ Kunstler, Reisling Kabinett

 

 

쿤스틀러, 리슬링 카비넷 (Kunstler, Reisling Kabinett)

먹어본 와인은 아니지만 와인 마니아 님들이 추천해준 와인이다. 산도와 미네랄리티가 꽃게와 잘 어울린다고 하니 필자도 같이 확인해보고 싶다. 참고로, 독일 와인의 등급은 달달할수록 높아진다. 카비넷은 가장 낮은 (덜 달달한) 등급이다. 인터넷 정가로 70,000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