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코코리아 사내 독후감 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작 「그릿(GRIT)」을 읽으며
앰코코리아 사내 독후감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작 「그릿(GRIT)」을 읽으며
앰코코리아 사내 독후감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작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앰코코리아 사내 독후감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작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으며
앰코코리아 사내 독후감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작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으며
“인생의 절반쯤 와서, 다시 한번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보통 베스트셀러 좌판대에 보면 ‘30대에 해야 할 일’, ‘40대에 해야 할 일’ 와 같은 지시형 책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럭저럭 코칭을 해주면서 본문을 따라 하면 그럭저럭 잘 살 수 있다는 그런 책들이다. 물론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팔기 위한 책이기 때문에 호기심을 자극하고, 내 입맛을 맞추려고 하는 것뿐, 그다지 유용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사이에 눈에 띄는 책이 한 권 있었다. 바로 ‘어떻게 살 것인가?’ 단도직입적인 강력한 제목은 내게 단순 코칭이 아닌 생각을 해보라고 권유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록 유시민 작가가 워낙 정치색이 짙어 조마조마한 생각은 들었지만, 어쩌랴 나도 작가도, 같이 늙어가고 있는 처지에 그냥 동네 50대 아저씨에게 인생 조언 좀 구할까? 하는 생각에 책을 펼쳐 보게 되었다. 마침 나는 인생의 절반 정도에 멈춰 서서 남은 절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 중에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 좀 해보자!
이 50대의 아저씨는 가장 먼저 크라잉넛을 언급하고 시작한다. 아마도 젊은 계층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젊지는 않지만 크라잉넛이 나오자마자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었다. 바로 내가 20대 초반에 인디락밴드에 빠지게 된 계기 중의 하나가 아닌가? 아! 그렇구나, 이 책은 바로 크라잉넛을 알고 있는 세대. 즉, 지금 나라의 중심이 되는 30대, 40대의 세대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에게 더 늙기 전에 현명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마음이 유시민 작가의 생각은 아니었을까? 달가웠다.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달가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크라잉넛을 언급한 것은 바로 하고 싶은 것에 순수하게 빠져보라는 것이다. 그들은 어떤 포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떤 탐욕이 있어 밴드를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순수하게 펑크 록이 좋아서 그 꿈을 좇은 그들은 사실 어떠한 체계적인 교육도 받지 못한 채로 시작하였지만 지금 어떤 평가를 받는가? 인디밴드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냈으며, 펑크 록을 대중들에게 소개해준 시초이자, ‘말달리자'는 지금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유명한 그들의 타이틀곡이다. 이 50대의 아저씨는 인생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첫 번째로 말한다. 가장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으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에 열등감을 느끼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는 열등감을 ‘삶을 기쁨을 갈아 먹는 부정적인 감정 중에서도 당연히 고약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왜냐하면, 누구나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자의 자식으로 태어나거나, 혹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거나,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거나, 고음 불가로 태어났거나, 애초에서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열등감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내가 순수하게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해도 조수미 같은 천상의 목소리는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거기에 내가 열등감을 가지면 결국 내 인생을 부정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순수한 꿈은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설레어 잠을 설칠 수 있기도 하는, 그 시간이 너무 그리워지고, 황홀하고 그런 것들이 모여 살아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그런 목표를 만들고 향해 달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열등감이 약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그랬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문이 안 잠기는 공동 화장실을 사용했고, 반지하라 물을 사용하고 펌프로 켜 올리지 않으면 물이 넘기는 그런 집안에서 태어났다. 우리 집은 연탄을 사용했고, 현관문도 없었으며, 미닫이문에 고리를 거는 것이 누추하지만 유일한 안전장치였다. 그러다 보니, 부러운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나를 이끌어준 동력이었다. 그렇다고 이 50대 아저씨의 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열등감이라는 것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후반에는 본인 삶의 연대를 이야기하는데,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그렇게 살아오셨든 굉장히 치열하게 살아왔다. 학생 운동부터, 국회의원, 장관 등. 다양하고, 열정적인 길을 걸어왔는데, 그 길의 시작과 끝에는 결국, 본인은 글 쓰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글과 언어에 대해서 푹 빠졌고,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글이라는 것을 쓰기 시작해서, 드라마 작가, 강의, 교사 등등 여러 길을 거쳐 결국 작가가 되어 책을 내고, 지금도 프리랜서로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학생 시위운동 때문에 형사에게 잡혀 진술서에 있지 않았던 일들을 써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진술서를 쓰는 동안은 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맹렬하게 써 내려 갔으며, 어떤 날은 하루에 100장도 넘게 쓰기도 했다고 한다. 어찌나 살기 위해 써 왔는지 하루는 경감이 큰 소리로 칭찬하며, 아랫 경위들에게 읽어 줬다고 한다. 너무 생생하게 시위운동 현장에 와있는 것 같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는 그때, 그 철창 안에서 완성이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그 때 하루에 100장씩 (맞으면서)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작가가 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글을 못 썼더라면 철창 안에서 사라지는 이슬이 되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비록 예시가 엉뚱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사람은 혼자 변할 수는 없으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 변한다’라는 말이다. 유시민 작가가 바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다. 여기서는 비록 악연(경감)을 만나 글쓰기가 완성되었다는 예를 들었지만, 그의 연대를 보면 굉장히 영향이 많은 사람과 만나 인연이 되었고, 그것에서 자아를 완성해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정치를 내려놓으면서 이와 같은 말랑말랑한 책을 써내어 가고 있다. (그래도 사실 정치색이 짙다.) 우리도 우리 일상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거나, 어떤 조직에 몸을 담가 자신이 변화해가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군인처럼 묵직하거나, 유치원 선생님처럼 부드럽거나, 세계 일주를 하고 생각이 깊어지거나, 아이를 갖고 자상해지거나, 정말 단순하게 회사에서 팀만 옮겨도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며, 내 보스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에 따라 내 인생과 운명도 달라진다.
요즘 시대에는 발품을 파는 모습은 없다. 사람의 교류는 네트워크에서 만들어진다. 카카오톡 메신저나 네이버 카페, 유튜브 강의 등 문명의 발전으로 더욱 편리함을 가까이 둘 수가 있었다. 간단한 검색으로 저명한 강의를 들을 수도 있고, 악기를 배울 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만든 커뮤니티에서 수천 개 의견에서 걸러내 최고의 명답을 만들어내고 모든 사람이 공유한다.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이 현자이다. 이토록 아는 것이 많을 테니! 그러나 정작 머릿속만 뜨겁지, 변하는 것은 많지 않다. 그들의 지식은 인터넷에서 따온 것이며,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는 윤리나 사상과 상관없이 인터넷 댓글에 의해 정해진다. 거짓 정보에 선동되고, 선동 기사에 선동되어 또 다른 선동을 하고 다닌다. (무식이 죄라는 말이다) 그런 행위들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과연, ‘저는 유 튜브 선생님을 만나 새롭게 변했습니다.’라는 사람이 나올 것인가?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그런 요령이나, 최첨단 인간이 되는 조언은 아쉽게도 전혀 없다. 자기를 먹물이라고 부르며(글 쓰고, 글 읽고, 글에서 답을 찾는) 사람을 만나고, 뛰고, 싸웠으며, 항쟁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것을 연대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삶은 그렇게 만들고, 그래서 변화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어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과연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는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이 책은 당신에게 코칭해주는 책이 아니다. 이렇게 살고, 저렇게 살면 괜찮을 것이라는 에세이도 아니고, 잘 살게 해주는 재테크 책도 아니다. 나 역시 이 책을 보고서 머리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다만 한 가지 뜨거운 것이 있다. 나에게 스스로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의문을 던지게 된 것이다. 유시민 작가를 본받자는 것도 아니고, 방법이나 이상론을 배운 것도 아니다. 단지 나에게 스스로 의문을 던지게 된 것이 가장 뜨거웠다. 물론 답이 나오는 질문은 아니다. 질문 자체를 던진 것이 중요하다. 수많은 세상 사람들이 이 책 한 권으로 어떤 내용이 중요하다고, 무엇을 깨닫겠는가? 스스로 깨달아야지!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의 절반에서 중요한 것은 정해진 지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만들고, 질문을 던지는 것! 그래, 그것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살아온 인생의 절반에서 이 50대의 아저씨는 좋은 말 상대가 되었다. 그리고 당연하듯 정답은 내가 찾아내는 것이지, 남의 입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이 부끄럽다. 남은 절반의 인생에서 정답을 찾아낸다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정답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좋은 말 상대를 해줄 수 있는 노인으로 늙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깊게 하게 되었다.
글 / 기술연구소 제품개발센터 오재범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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