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라 그런지 공연 당일은 비가 왔습니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을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넓어서, 날씨가 좋았으면 미리 뛰어놀다 들어가도 좋았을 걸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간만에 연극 공연이라 그런지, 비가 오든 말든 마냥 신이 나나 봅니다. 공연장 입구에 들어가자 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아빠와 엄마의 손을 잡고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공연의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고요, 오히려 번잡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피노키오 이야기는 ‘어렴풋이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나무인형이다’라는 것만 기억나지, 정확한 내용은 가물가물하더라고요. 이번 공연으로 미리 피노키오 내용도 찾아보게 되었네요. 피노키오는 1881년에 이탈리아 극작가가 연재한 동화인데, 이후 1940년에 디즈니 스튜디오사에서 만화영화로 제작하였고 크게 히트를 한 후 세계적으로 보급되었다고 합니다. 원작을 수정하여 만든 디즈니사 내용이 우리가 아는 피노키오의 내용이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스토리를 보면, 제페토 할아버지가 만든 나무인형인 피노키오는, 할아버지의 간절한 소원으로 푸른 머리 요정이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넣어줍니다. 그리고 양심에 따라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용기를 증명해내면 ‘진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요정의 이야기로 피노키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공연이 시작하고 어두워지자 아이들이 말하는 소리, 울음소리, 장난치는 소리로 한동안 어수선합니다. 잠시 후, “여러분! 내가 누구게? 내가 어디 있는지 아니?”라는 지미니 크리켓의 소리가 들리고 불이 켜지자 소리가 나는 곳을 찾으려고 아이들이 바쁩니다. 만화책에서는 조그맣고 귀여운 귀뚜라미 지미니인데, 덩치 큰 성인남성이 귀여운 지미니 역을 하고 있으니, 왠지 더 친근합니다. (ㅎㅎ) 아이들도 여기저기서 킥킥대는 소리가 나네요. 지미니가 분위기를 띄우고 무대 위에 꾸며진 제페토 할아버지네에 구경을 가자고 하자, 아이들의 호응이 이어집니다.
피노키오 역은 여자 배우분이었습니다. 딸들이 “엄마, 피노키오가 여자야?” 물어보는데,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간혹 대답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배우분의 목소리가 낭랑하셔서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공연장을 가득 채웁니다. 딸들에게 단연 최고 관심사는 ‘파란머리 요정’입니다. 예쁜 요술봉과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은 파란머리 요정이 피노키오에게 주문을 외우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할 정도입니다. 어른들 눈에 이번 요정은 푸근한 아주머니 요정이었는데도 아이들은 너무너무 좋다 합니다. 역시 어른들은 아이들의 순수함을 따라가기는 무리인가 봅니다.
학교에 가게 된 피노키오는 등원 길에 늑대의 유혹에 빠집니다. 정말 예쁘고 신기하게 생긴 네가 노래와 춤을 추면 엄청 유명해질 거고, 유명해지면 제페토 할아버지가 더 기뻐할 거라는 이야기에 피노키오는 지미니의 만류에도 늑대를 따라가 서커스단에 잡히는 대목에서 아이들을 쳐다보고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누가 너 예쁘다고 어디 가자고 해서 따라가면 저렇게 집에도 못 가게 하고 그런다아~알았지?” 알아들은 건지 어쩐 건지 아이들은 대충 고개만 끄덕이고 연극만 보네요.
연극 마지막 즈음, 요정 도움으로 서커스단을 빠져나온 피노키오는 바다에 빠진 제페토 할아버지를 구하러 바다에 뛰어들게 됩니다. 이 연극에서는 시간상 고래 뱃속에서 탈출하는 이야기는 빠져서 좀 아쉽긴 했습니다. 죽는다는 것이 어떤 건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다시 잔소리하게 되네요. “저것 봐, 나쁜 사람 따라가고 그러면 엄마랑 아빠랑 엄청 슬퍼하는 거야.” 차분해진 연극 분위기에 몇몇 아이들은 울기도 했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순수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게 맞는 것 같단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다행히도 마지막에는 요정이 할아버지를 구한 피노키오에게 다시 주문을 외우고, 진짜 사람이 되게 해주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연극 분위기에 따라 금세 표정이 왔다 갔다 합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느끼는 동심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집중도에 맞춰 약 한 시간 정도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있으려다 보니, 원래 알고 있던 피노키오 내용에서 생략된 부분이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내용이 전달되었던 것 같네요. 사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지루할 수도 있는 뻔한 이야기지만, 오히려 반응하는 아이들 구경하는 것이 더 흥미로웠고, 중간중간 잔소리를 한 번씩 더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어요. 앞으로도 피노키오 기억을 회상시키며 잔소리할 기회도 생겼고요.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할 기회를 준 앰코인스토리에 감사드립니다.
글 / 기술연구소 선행연구센터 나정훈 책임
공연관람 이벤트
[어린이 뮤지컬 정글북]
: 티켓 4매, 2~4인 응모 가능, 2017년 9월 2일(토) 공연, 인천지역 (비밀댓글)
[김영임의 소리 효 공연]
: 티켓 2매, 2인 응모 가능, 2017년 9월 24일(일) 공연, 인천지역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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