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나라 음악쌀롱] 연하남이 말하는, 내 서랍 속의 멜로디
작곡가 연하남이 말하는 옛날 나의 이야기
무덥고 습한 여름 장마가 시작되었네요. 이번엔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고민하다, (필자 직업이 작곡가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사심을 가득 담아서 필자의 자식과도 같은, 필자가 만든 노래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작곡가마다 곡을 쓰는 방식이 다양하지만, 필자는 옛 작곡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오선지에 음표를 그려서 작업하지는 않습니다. 작업실에 앉아 피아노 건반 위에 멜로디와 피아노 코드를 만드는 작업이 표준이지만, 대개의 작곡가는 작업실에서 창작을 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필자는 길을 걷다가 문득, 혹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문득 좋은 가사의 소재가 떠오르거든요. 요즘 스마트폰은 녹음 기능이 다 있기에 가사를 흥얼거리면서 녹음을 합니다.
예전에 어떤 기사에 보니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 씨도 이런 작업 방식을 쓰더라고요. (당시에는 삐삐라서 공중전화로 가서 삐삐에 녹음했다는 에피소드가 있었지요) 아무튼 그렇게 멜로디나 가사가 떠오르면 얼른 녹음을 해두는 거지요. 그 녹음된 파일을 작업실에서 복기하다 보면 멜로디와 가사 구성이 정리됩니다. 전체적인 가사의 구성을 정리하고 그 위에 멜로디를 입히고 노래의 제목을 정하지요.
가사의 느낌에 따라 코드의 구성이 밝고 강하면 메이저(Major) 스케일(Scale), 슬프거나 어두운 느낌이면 마이너(Minor) 스케일(Scale) 음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필자가 10년 전쯤 만들었던 음악들은 마이너 스타일의 곡들이 많았어요. 가사는 무조건 슬퍼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가사 속의 주인공이 죽거나 하는 그런 종류의 곡들도 많았어요. 지금은 밝은 느낌의 곡들을 많이 쓰지만, 의뢰자가 어떤 스타일을 원하느냐에 따라 곡의 스케일이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작곡을 하기 위해선 한 가지 이상의 악기를 다룰 수 있어야 하는데요, 가장 대중적인 악기가 바로 기타(guitar)고요. 그다음으로 대중적인 악기가 바로 피아노(piano)입니다. 피아노는 화음을 이어가는 화성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어야 하지요. 어린 시절에 우리가 익히 배웠던 C코드(도-미-솔), F코드(파-라-도), G코드(솔-시-레) 기억하시지요? 이런 화음을 연속시키는 방법에 대한 연구, 그래서 이것들을 이론적으로 정리한 것을 화성학이라고 합니다. 두 가지를 비교해보면 기타가 훨씬 실용적이고 배우기가 쉽습니다. 장소의 구애도 크게 받지 않고요. 물론 일반 가정집이라면 둘 다 시끄럽긴 매한가지겠지만요.
서준교가 부릅니다, 축가
자, 오늘의 주제는 필자가 만든 음악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0년도 넘은 것 같아요.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이던 시절에 노래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동영상을 많이 올리곤 했어요. 그중에 정말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 사람이 있었지요. 외모만 보면 덩치가 큰 상남자인데 미성의 목소리에 여성 키(KEY)로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당시 필자가 유명 작곡가였다면 오디션이나 한번 보자면서 불렀을 텐데 필자도 막 데뷔했던 신인 작곡가라 조심스레 쪽지를 보내봤습니다. ‘내 노래를 불러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이지요. 상대방도 기존에 필자가 만든 음악들이 마음에 들었는지 흔쾌히 승낙을 해주었습니다. 워낙 키(KEY)가 높은 남자보컬이었기에 거기에 맞는 음역의 노래를 만들었고, 그 당시에 제 취향이 슬픈 노래를 만들던 시절이라 마이너 발라드를 금세 만들었습니다. 헤어진 여자친구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게 되는 남자의 마음을 노래한 곡인데요, 보컬이 워낙 노래를 잘 불러서인지 신인 작곡가의 노래치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오늘 필자의 첫 추천곡이네요. 가수 서준교의 <축가>라는 곡입니다.
영상출처 : https://youtu.be/wcFdly4xg2g
윤명인이 부릅니다, 못난이
필자가 만났던 많은 보컬 중에 아직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보컬이 있습니다. 현재 수원시립단 소속이면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레아(RE:A)라는 보컬인데요, 이 친구를 처음 만나게 된 게, 당시에 필자가 만들었던 곡의 가이드 보컬이 필요했습니다. 그때는 인터넷을 통해 구인구직을 많이 했거든요. 필자가 올려놓은 가이드 보컬 구인 글을 보고 연락이 왔습니다. 보통 가이드 녹음이라는 것은 가이드 역할을 하는 보컬이 대충 녹음을 해 놓으면 본 가수가 정식으로 녹음을 해서 앨범으로 발매하게 됩니다. 그런 필요로 만났던 보컬인데, 너무 노래를 잘 부르는 거예요. 그렇게 가이드로 불러 놓았던 곡을 앨범으로 바로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이 보컬의 앨범을 꾸준히 발매하게 되었고요. 실력만 좋다고 이런 관계가 오래 유지되는 건 아닙니다. 그만큼 인성도 바른 친구였어요. 이 친구 나이가 그때 스물셋이었는데 지금은 어느새 서른이 되었네요. 가수는 보통 노래 제목을 따라간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때 필자가 발매해 주었던 앨범의 제목이 <못난이>란 곡이었는데요, 시간이 지난 뒤에 괜스레 미안해지더라고요. 절대 못난 친구가 아닌데 제목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레아(RE:A)라는 예명으로 활동했지만, 이때는 본명으로 앨범을 발매했었어요. 두 번째 곡으로 들려드립니다 윤명인의 <못난이>입니다.
영상출처 : https://youtu.be/EU_whZqXlGQ
영상출처 : https://youtu.be/dhAZ6UDk1Ek
연하남쓰가 부릅니다, 갈치 한 마리
아! 애석하게도 자랑하고 싶은 곡들이 참 많은데 이제 마지막 곡으로 소개해드려야겠어요. 사실 요즘 필자가 가수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장르가 트로트에요. 이환이라는 동생이 메인 보컬이고 저는 리더로 속해 있는, ‘연하남쓰’라는 남성 트로트 듀오입니다. 필자 직업이 작곡가라서 앨범으로 발매되는 모든 곡을 다 만드는 싱어송라이터기도 하고요. 요즘 방송녹화나 공연을 부지런히 다니고 있습니다. <갈치 한 마리>라는 곡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데요, 우리 부모님 세대들을 대상으로 한 곡이면서도 젊은 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퍼포먼스와 작품성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하는 그런 작품입니다. 가사가 좀 재미있습니다. 그럼, 마지막 곡으로 <갈치 한 마리> 전해드리면서 필자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더운 날씨에 식욕이 떨어지면 삼계탕 대신 이걸 드셔보세요. 갈치 한 마리! (^_^)
영상출처 : https://youtu.be/H9JZ5tFlq8k
글쓴이 연하남 양동옥은
현재 음악나라 녹음실을 운영하는 현역 작곡가이자 레코딩 엔지니어, 가수, 시인이다. 10여 년 간 쌓아 온 그의 음악적인 경험담과 에피소드를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대중적인 글로 풀어낼 예정이다. 메일 ssi-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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