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읽기
팟캐스트 들어보실래요? VS 팟캐스트 읽어보실래요?
팟캐스트는 인터넷을 통해 특정한 콘텐츠를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오디오 파일이나 비디오 파일 형태로 만들어져서 뉴스나 드라마, 토론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지요. 원래 팟캐스트는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합쳐서 만들어진 단어였는데, 지금은 아이팟뿐만 아니라 mp3 플레이어나 스마트폰으로 관심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서 들을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개인주문방송(Personal On Demand broadcasting)의 약자라고도 합니다. 알고 싶었던 주제, 궁금했던 이야기들, 선호하는 내용을 찾아서 언제든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답니다.
팟캐스트는 성장 중!
미국에서는 상당수의 콘텐츠에 크고 작은 광고가 붙을 정도로 이미 팟캐스트는 주류 미디어의 대접을 받습니다. 미국의 팟캐스트 시장은 2017년 약 2억5천만 달러(약 2,800억 원)의 광고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요, 2020년에는 5억 달러(약 5,6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합니다. 여기에 애플의 팟캐스트 개방이 본격화되면 수익률과 성장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겠지요. 우리나라의 팟캐스트 시장도 외연으로는 점점 커지는 추세입니다.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다시 들으려는 사람들까지 팟캐스트에 몰리면서 점점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실제로 팟캐스트의 플랫폼인 ‘팟빵’에 등록된 방송 프로그램은 올해 들어 1만 개가 넘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1천 개의 방송이 새롭게 추가되었지요. 팟빵 외에 새로운 플랫폼도 생겨나는 중입니다. 벅스뮤직에서 ‘팟티’를, 미디어자몽에서 ‘몽팟’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200억을 투자하기로 하고, 웹과 앱을 통해 ‘오디오클립’을 운영하기 시작했지요.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다양한 취향을 고려하기
작년에는 아무래도 정치와 관련된 팟캐스트가 순위권을 장악했습니다. 공중파 방송에서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신나게, 자유롭게,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요. 그래서 팟캐스트에 붙는 광고 시장도 조금씩 커졌습니다. 어느 시사평론가는 최근 전업 팟캐스터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한 달 광고 매출이 3,000만~4,000만 원 정도로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 팟캐스트 프로그램 100개 중에서 6개월 이상 살아남는 프로그램은 20개가 채 안 된다고 해요. 게다가 광고가 걸리는 팟캐스트는 1%가 될까 말까 하고요. 미국처럼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유명인이 되거나 돈을 버는 경우도 별로 없습니다. 아직은 시장이 좁은 데다 돈을 내고 라디오 콘텐츠를 듣는다는 인식이 퍼져있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팟캐스트라는 공간은 자유로움과 실험정신이 녹아있는 곳이지요. 정치 팟캐스트 외에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진지하고 유쾌한 입담을 녹여내는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방송을 직접 제작하기도 하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를 가감 없이 까발리기도 하고, 소수일지언정 취향이 같은 사람끼리 교감을 나눌 수도 있지요. 유명한 사람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듣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세상에 묻혀있던 숨은 전문가들을 만나는 기쁨도 줍니다. 아직 독립 미디어의 정신이 살아있는 프로그램들도 많지요. 각각의 프로그램들은 원하는 주제에 대해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이 되고, 팟캐스트의 플랫폼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최근 관심사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바로미터가 되었습니다.
듣는 재미에서 읽는 기쁨까지
출근길에 팟캐스트를 들으며 영어 공부를 하고, 퇴근길에 팟캐스트를 들으며 세계로 여행을 떠나고, 잠들기 전에 책 읽어주는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귀를 사로잡는 실한 내용의 콘텐츠들이 늘어났다는 뜻이지요.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방송에서 다룬 재미있는 내용을 책으로 써서 스테디셀러가 된 책들도 많습니다.
오늘은 팟캐스트 프로그램의 인기를 능가하는 팟캐스트 진행자들의 책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팟캐스트 분야의 상위권은 항상 정치 프로그램이 차지합니다만, 오늘은 철학과 여행과 책에 대한 팟캐스트 중에서 정치 분야에 밀리지 않는 팟캐스트의 책들을 소개합니다. 가벼워 보이지만 속은 묵직한 매력적인 책들입니다.
천일야화에 버금가는 색다른 인문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채사장 지음, 한빛비즈
현재 두 권까지 나온 이 책의 분류는 용감하게도 철학입니다. 철학 분야의 책치고는 무시무시한 판매량을 자랑하지요. 이 책을 받으시는 분은 책을 살짝 들춰서 몇 쇄를 찍은 책인지 한 번 들여다봐 주시기 바랍니다. (^^) <지.대.넓.얕>으로 널리 알려진 프로그램은 넓고 얕은 지식을 표방하지만, 1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깊이는 얕지 않아서 꽤 놀랍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런 지적인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도 놀라웠어요. 외계인에서 수리부엉이까지 매트리스에서 비트겐슈타인까지 네 명의 진행자가 각자의 개성과 해박한 지식을 뽐내며 대화를 나눕니다. 재미있게도 책은 방송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요. 프로그램이 한 가지의 주제를 개별적으로 다룬다면, 책은 개별적인 지식을 종과 횡으로 엮어내서 방대한 지식의 흐름을 꿰뚫게 합니다. 목차를 보면 내용이 무척 어려울 것 같지만,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저자의 능력에 감탄하며 어렵지 않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알.쓸.신.잡의 그가 읽어주는 책들의 우주
「읽다」
김영하 지음, 문학동네
책을 읽어주는 팟캐스트는 여럿이지만 그중에서도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은 자장가스럽기로 유명합니다. 잠이 안 오는 사람들이 이 팟캐스트를 틀어 놓으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잠들 수 있다고 해서 수면용 팟캐스트라고 불리지요. 김영하 작가의 목소리가 듣기 좋은 데다 거의 억양이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팟캐스트의 팬들이, 운전할 때는 듣지 말라는 경고를 게시판에 종종 남길 정도입니다. (^^) 잔잔한 목소리로 선택한 책을 조용히 읽어주고, 자기 생각을 덧붙입니다. 요즘 ‘알.쓸.신.잡’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의 팟캐스트 순위가 훌쩍 올랐습니다. 김영하 작가가 최근 「오직 두 사람」이라는 소설집을 냈습니다만, 오늘은 「읽다」라는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보다」와 「말하다」까지 세 권이 시리즈입니다. 책을 펼치면 덮지 못하고 끝까지 읽게 되는 유려한 문체, 쉽게 읽히지만 생각의 깊이가 드러나는 문장들이 유혹적입니다. 책의 우주에 접속하는 특별하고 아름다운 경험이 될 겁니다.
여행이라는 그물로 무엇을 낚으면 좋을까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
탁재형(탁피디) 지음, 김영사
<탁피디의 여행수다>는 여행 팟캐스트 중에서도 순위 1~2위를 다투는 인기 팟캐스트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세계 테마기행>의 피디로서 50여 개의 나라, 수많은 오지를 찾아다녔던 탁재형 피디는 과감히 일을 내려놓고 팟캐스트를 시작합니다. 탁피디의 여행수다를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그는 여행지에서 마셨던 술이라던가 가슴 설레게 했던 여인에 대한 솔직하고 걸쭉한 입담을 자랑합니다. 함께 출연한 전명진 사진작가가 양념처럼 쳐주는 맞장구 멘트도 재미있고요. 탁피디는 세계를 돌며 마신 술에 대한 이야기를 「스피릿 로드」라는 책에 풀어놓았고, 탁피디와 전명진 작가가 함께 쓴 「탁피디의 여행수다」도 출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 에세이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방송에선 들을 수 없었던 속내와 볼 수 없었던 사진을 들여다볼 수 있거든요. 발랄한 유머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만, 한바탕 빵 터진 웃음을 추스르고 나면 가슴 속에 살짝 아릿한 느낌이 남는다고나 할까요.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예담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책에 대한 대화도 즐깁니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은 위즈덤하우스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의 이름이자 합정동에 있는 카페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김중혁 소설가와 「시네21」의 김다혜 기자가 함께 출연해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솔깃하게 만들어요. 팟캐스트에서 소개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방송이지요. 이동진은 1만 7천 권의 책을 가진 장서가이면서, 책 읽기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최근 독서법 책을 냈습니다. 독서법에 대해 말하긴 하는데,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독서에 대한 편견을 와장창 부수어 버려요. 재미없으면 읽다가 말아도 괜찮다, 책을 찢어도 괜찮다, 있어 보이는 척해라 같은 실용적(?)인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의 정신의 깊이와 부피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지적 허영심이라면, 지금은 허영조차도 필요한 시대라고 말입니다.
글쓴이 배나영은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추천 책읽기 이벤트 이번 호에 소개된 책 중에 읽고 싶은 책과 이메일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신 독자님 중 선발해 책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Culture > 문화로 배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악나라 음악쌀롱] 연하남이 말하는, 내 서랍 속의 멜로디 (0) | 2017.07.31 |
---|---|
에일리 콘서트 관람기, 화끈한 가창력과 열정으로 물든 무대를 보다 (0) | 2017.07.26 |
연극 수상한 흥신소 관람기, 친구들과 함께한 유쾌한 시간 (0) | 2017.07.05 |
[음악나라 음악쌀롱] 격투기 오프닝, 격투기 대회 등장음악이 궁금해! (0) | 2017.06.29 |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관람기, 인천에서의 문화공연 데이트 (0) | 2017.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