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병원에 있는데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일요일에 언니랑 나랑 뮤지컬 보러 갈래?”라고 하네요. 퇴원은 내일 하니 그러자고 말했는데, 뮤지컬 좋아하는 큰아들이 떠올랐습니다. “민이랑 둘이 보러 갈래?”하고 말하니 자식을 항상 먼저 생각한다며 잔소리하네요. (ㅎㅎ) 여차여차하여 아이들 표까지 예매하라 하고, 동생의 희생으로 우리 가족 나들이가 되었답니다. 사랑하는 동생아, 고마워! 그렇게 우리 가족은 뮤지컬 <킹키부츠>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1층, 아들 둘은 2층에 자리 잡았어요. 함께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다음엔 꼭 아들 둘을 끼고 봐야겠다 싶었어요.
(스포 주의!) 워낙 이 뮤지컬이 재미있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기대하고 관람하였는데요, 취향저격! 딱 제 스타일이었어요.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힘들어진 구두 회사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아들 찰리가 경영하게 되면서 그 위기의 순간에 우연히 드랙퀸 롤라를 만나 아이디어를 얻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롤라를 디자이너로 들입니다. 남자 직원, 그중 돈과의 마찰이 생겼지만 젊은 사장의 경영방식과 직원들과의 마찰을 잘 풀어나가, 결국에는 킹키부츠를 완성해 성공한다는 스토리였습니다.
찰리와 롤라가 아버지에 대해 서로 대화를 할 땐 전 그만 울컥했네요. 눈물 날 뻔했어요. 우리 남편 회사도 요즘 경기를 타는지 힘이 들거든요. 힘들어하는 데도 도움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보는 내내 그런 제 마음과 맞물렸던 것 같아요. 사정은 다른데 감정이입이 좀 많이 된 듯해요. 마음속으로 웃었다 울었다를 몇 번을 반복했는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를 봐라.”였던 것 같아요. 확실한 대사는 기억이 안 나는데, 이 말과 비슷했던 듯, 우리 아들 둘에게 매일 한결같이 잘하라고 잔소리하는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잔소리 좀 줄여볼까 싶네요. 뮤지컬이 끝나고 나가면 바로 잔소리쟁이가 될 테지만 공연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습니다. 너무나 열광적인 무대 마지막에는 배우들이 내려와 인사와 하이파이브를 해주면서 지나갔습니다. 제 앞으로 왔을 때 어찌나 심장이 날뛰던지요! 행여 그냥 지나칠세라 손을 들어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가슴이 벅차서 숨이 멎어 버리는 줄 알았어요. 이 느낌을 아이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나고 저와 아이들이 신이 나서 조잘조잘 말하니, 작은아들이 귀엽다고 하네요. 언제까지나 지금 이 순간만 같았으면 싶습니다. 이 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요. 킹키부츠, 고마워요!
글 / K1 제조팀 조희정 사원의 가족
영상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oRGFUsglFq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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