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왜 글쓰기가 중요할까
성공하는 직장인의 글쓰기
학교에 다닐 땐 리포트를 잘 써야 장학금을 받을 수 있고, 취업을 준비할 땐 자기소개서를 잘 써야 합격할 수 있습니다. IBM 같은 글로벌 기업이나 SK텔레콤 같은 대기업이 소셜 미디어를 보고 채용을 진행하고, 광고회사들이 마케터를 뽑을 때 트위터 팔로워가 몇 명인지 체크하지요. 국내 유수 기업과 정부기관에서는 승진과 채용시험에서 에세이를 쓰도록 하고요. 소설을 써서 신춘문예에 당선될 것도 아니고, 보고서나 기안서에 명문장을 쓴다고 승진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글쓰기가 중요한 걸까요?
직장인에게 왜 글쓰기가 중요할까?
글쓰기는 주어진 업무나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해낸 견해를 정리하여 조리 있게 전달하는 핵심 능력의 총칭입니다. 직장인의 글쓰기는 그저 쓰는 일이 아닙니다. 문서의 빈칸을 메워서 상사의 결재도장을 받는 단순한 일이 아니에요. 글쓰기는 기획서, 제안서, 보고서, 인트라넷은 물론 사내외 고객들과 소통하는 이메일 작성에 이르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그래서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역량뿐 아니라 창의적 사고에 뛰어나 문제 해결에 탁월하다는 증거입니다.
수많은 경영의 대가들은 글쓰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는 “비즈니스맨은 말과 글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에 따라 평가된다.”고 말했지요. AT&T 홍보부의 부사장 윌리엄 올리버는 “비즈니스를 위해 명료하게 사고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한 가지 방법은 그가 명료한 글을 쓸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고요. 1996년 노벨상을 받은 피터 도허티 멜버른 대학교수도 “과학을 연구하려면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생각도 명확하게 하므로 연구를 더 잘하게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이광형 카이스트 교수가 “이공계가 제 몸값을 못 받는 이유는 글을 잘 못 쓰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직장인의 성패를 가르는 글쓰기
미국에서는 글쓰기를 잘하면 성공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2004년 기업 활동과 글쓰기의 관계를 조사한 보고서의 제목이 <글쓰기가 직장인의 성패를 가른다>였지요. 조사결과, 미국의 전체 일자리 가운데 3분의 2 이상에서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며, 경영진은 임시직, 기술직, 현장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사적으로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비스, 금융, 보험, 부동산 부문의 경우에는 글쓰기 능력의 필요성이 80%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지요.
하버드 대학의 로빈 워드 박사도 글쓰기에 관련된 연구를 했습니다. 1977년 이후 하버드를 졸업해 40대에 접어든 졸업생 1,600명을 대상으로 ‘당신의 현재 일과 노력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놀랍게도 90% 이상의 졸업생이 ‘글쓰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도 ‘글을 잘 쓰기 위한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는 대답이 다른 대답의 3배 가까이 나왔습니다.
시스코 시스템즈의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 제레 브룩스 킹은 “글쓰기 능력이 부족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고, 시티그룹 미국 내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이사 닉 발라마치는 “중요한 것은 글쓰기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라며, “메시지를 정교하게 다듬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능력은 매우 높이 평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직장에서 글쓰기는 필수적인 비즈니스 기술이자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며, 혁신적인 사고를 단련하는 프로세스입니다. 글을 잘 쓰는 능력은 모든 업무에 걸쳐, 직급이 올라갈수록 중요해집니다.
누구나 연습하면 잘 쓸 수 있다?
글을 잘 쓰는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닐까요? 과연 평범한 사람들도, 보통의 직장인들도, 연습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하버드 글쓰기 강의」를 쓴 바버라 베이그는 글쓰기가 일종의 ‘작업’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누구라도 방법을 익힐 수 있고, 방법을 익히면 누구나 잘해낼 수 있다고 말이지요. 그렇다면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것은 재능이나 영감이 아닙니다. 바로 연습과 훈련으로 얻어낸 ‘기술’이지요.
글의 종류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예술적인 글쓰기와 논리적인 글쓰기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소설이나 시를 써서 문인이나 예술가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직장인의 글쓰기는 대부분 논리적인 글쓰기에 속합니다. 글쓰기가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분야를 통섭적으로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전개해나가는 활동이라면, 방법을 배우고 기술을 익힐 수 있습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다독, 다작, 다상량
직장인이 주로 써야 하는 논리적인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떤 연습이 필요할까요? 수많은 글쓰기의 대가들, 글쓰기를 가르치는 책들, 글쓰기를 말하는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훈련이 있습니다. 바로 ‘읽기’입니다.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습니다. 당연하겠지요.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나오는 것은 글쓰기에도 적용됩니다. 그래서 독서가 중요합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는 이를 ‘철칙’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유시민이 말하는 글쓰기의 두 가지 철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지만,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됩니다. 축구나 수영처럼 글도 근육이 있어야 쓸 수 있는데,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입니다. 여기에 예외는 없습니다. 그래서 '철칙'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당신에게 권하는 책
「직장인 글쓰기의 모든 것」
송숙희 지음, 대림북스
송숙희 대표는 기업과 개인이 말과 글을 다루어 원하는 것을 얻도록 돕는 커뮤니케이션 코치입니다. 최근에는 「책 쓰기의 모든 것」이나 「진정한 리더는 직접 쓰고 말한다」는 책을 내기도 했지요. 그래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실무적인 글쓰기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이 책이 가장 제격일 듯합니다. ‘읽고 싶게, 읽기 쉽게!’ 글을 쓸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하거든요. 문서울렁증이 있다거나 보고서와 기획서를 준비하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에게 유용한 책이에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지음, 생각의길
직장인들을 위해 위의 책을 소개했다면, 이 책은 논리적인 글을 쓰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권합니다. 논리정연한 글솜씨가 필요한 자기소개서, 기업 입사 시험의 인문학 논술, 대학생 리포트는 물론 신제품 사용 후기, 맛집 순례기를 포스팅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매우 유용합니다. 첫 문장을 시작하는 법부터 주제를 제대로 논증하는 법,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전략적 도서 목록까지 실용적인 정보가 알차게 담겨 있어요. 예문을 읽는 재미, 날카로운 유머감각, 논리 정연한 분석으로 읽는 맛이 쏠쏠합니다.
「하버드 글쓰기 강의」
바버라 베이그 지음, 박병화 옮김, 에쎄
30여 년 동안 글쓰기 교육에 힘써온 저자는 지금까지 성인과 대학생을 위한 10여 개의 글쓰기 워크숍과 교실을 운영해 왔어요. 이 책에서는 글 쓰는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며, 소질이나 재능보다 학습으로 성취하는 기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많은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글을 써야 할 때 갈피를 못 잡는 이유는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글쓰기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용기가 생깁니다. 책이 좀 무겁습니다만, 꾸준히 단계별 훈련과정을 따라 한다면 글쓰기의 성취감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글 쓰며 사는 삶」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한진영 옮김, 페가수스
나탈리 골드버그는 시인이며 소설가이며 글쓰기 붐을 일으킨 작가입니다. 위의 책들보다는 조금 더 말랑말랑한 글쓰기 책이지요. 논리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글쓰기라는 작업 자체에 대해 접근하려면 이 책이 더 읽기 편할 것 같아 골랐습니다. 사람들이 인생에 한 번쯤은 작가의 삶을 꿈꾸잖아요.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을 위해 추천합니다. 글쓰기를 머뭇거리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이자, 작가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책입니다. 글을 쓰며 사는 삶을 엿보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읽어보세요.
「글 고치기 전략」
장하늘 지음, 다산초당
일필휘지! 단 한 번에 명문장을 좌악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아무리 유명한 작가들도 퇴고하지 않고는 자신의 글을 내놓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책은 글 쓰는 것과 글 고치는 것이 별개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이라고 말해요. 글 고치는 기술을 쌓을수록 글 쓰는 기술이 깊어진다는 저자의 말에 동감합니다. 헤밍웨이도 「노인과 바다」를 쓸 때 200번을 퇴고했다고 하지요. 글을 잘 쓰고 싶으면 글을 잘 고쳐야 합니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두고두고 옆에 끼고 볼만한 책입니다.
글쓴이 배나영은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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