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와인 예절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와인 잔은 어디를 잡아야 하는지, 와인을 받을 때 소주잔으로 받듯 와인잔을 들어야 하는지 등이다. 물론 집에서 편하게 마시거나 친구들과 부담 없는 와인 모임이라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비즈니스나 직장 상사와 함께하는 격식을 요구하는 자리라면 예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와인 예절 때문에 편하게 마시는 맥주나 소주가 좋다는 분들이 많지만 그래도 와인은 그 예절을 지키고 마실 만한 충분한 매력이 있다. 이번 기회에 함께 알아보고 어떤 자리에 가서든 당당하고 즐겁게 그 자리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간단하게나마 와인 마실 때의 예절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 와인 마실 때의 예절 알기
가능하면 와인잔의 다리(Stem)를 잡는다
처음 와인잔을 대하면 어디를 잡아야 할지 당황스럽다. <신의 물방울>에 나오는 주인공은 가끔 와인잔의 베이스(Base) 부분을 잡고 잔을 휘휘 돌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와인잔의 보울(Bowl) 부분을 감싸 쥐듯 들고 마시는 사람도 있지만, 또 어떤 사람은 보울을 잡으면 체온이 와인의 온도를 올리게 되어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와인잔의 어느 부분을 잡고 마셔도 되겠지만 예의를 지켜야 하는 자리라면 손가락으로 스템(Stem)을 가볍게 잡아주는 것이 좋겠다.
▲ 와인잔의 부분 명칭
와인을 받을 때 와인잔을 들지 않는다(유럽), 각 나라 문화 습관에 맞게 한다
상대방이 와인을 내 잔에 따라줄 때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다. 친구처럼 편한 사람이 줄 때와 격식을 차려서 받아야 할 때가 다르다. 서양에서는 상대방이 와인을 따를 때 와인잔을 들지 않아도 된다. 즉, 그냥 잔을 놔두고 따라주는 것을 지켜보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인지라 그렇게 와인을 받으면 자칫 무례한 행동으로 오해를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생각해보자. 직장 상사가 술을 주는데 그냥 뻔히 바라만 보면 좀 뻘쭘하지 않을까? 이때는 와인잔을 두 손으로 살짝 들어서 받거나, 소주나 맥주를 잔에 받듯 오른손은 베이스 위에 살짝 올려놓거나 스템을 살짝 잡고 왼손은 가슴 위에 대고 받으면 좋다.
주인이 먼저 맛본다
한국 사람들은 성질이 급해서 느릿느릿 진행되는 와인 자리에 가면 내 잔에 와인이 채워지면 얼른 맛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와인 모임의 주인이 먼저 맛보기를 기다려서 마시는 것이 좋다. 예전 어른들과 밥을 먹을 때 먼저 숟가락을 집거나 밥을 먼저 먹으면 혼났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해하기 쉽다.
One shot 하거나 벌컥벌컥 마시지 않는다
와인을 잔에 따를 때 보통 3분의 1 정도 채워준다. 이는 향을 최대한 많이 느끼기 위해서인데, 양이 적다 보니 어떤 분들은 한 번에 쭈욱 들이켜 버리기도 한다. 와인은 다른 술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맛과 향이 변하는 술이다. 상대방과 대화하면서 와인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큰 즐거움이니, 원샷으로 그 즐거움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귀한 와인을 나누는 의미에서 상대방을 초대했는데 그 마음도 모르고 말릴 틈도 없이 와인을 원샷 해버리는 사람은 그 이후에 다시는 그런 자리에 초대받지 못할 것이다.
와인잔이 더러워지면 수시로 닦는다
음식과 함께 와인을 마시면 입술이 닿는 부분이 소스와 기름으로 얼룩지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부분이 눈에 띄게 되는데 이때는 손으로 자국을 닦고 수건으로 손을 닦는 식으로 와인잔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좋다.
와인잔 돌리기를 하지 않는다
술잔 돌리기를 워낙 좋아하는 사람은 와인잔도 내가 먼저 마시고 다른 사람에게 내 잔을 돌리고 싶은 강한 충동에 사로잡히겠지만 그러면 아니 된다.
와인을 한곳에 섞어 맛보지 않는다
여러 종류의 와인이 한 자리에 소개되었을 때 마치 폭탄주나 술을 제조하듯 여러 와인을 섞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 것이다. 사실 필자가 예전에 5대 샤또 모임에 나갔을 때 모임은 끝났는데 와인 병에 술이 조금씩 남아서 함께 섞어 먹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하여 시도하다가, 모임을 주최하신 분에게 따끔한 충고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그 때 예의가 아니라고 들어서 관뒀었는데 지금도 가끔은 여러 종류를 섞어 맛보고 싶기도 하다.
와인을 거절할 때는 이렇게
와인이 없어서 못 먹지, 거절할 정도로 많이 마셔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어떠한 이유로 와인을 더는 마시기가 힘들거나 정중하게 거절하고 싶을 때는 입술 닿는 잔 가장자리에 손가락을 가볍게 대어 의사를 표시하면 된다. 물론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말이다. 손바닥으로 잔 위를 덮거나 잔을 테이블 위에 엎어 놓으면 안 된다.
이번에는 이렇게 간단하게나마 와인의 예절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우리 사원들과 독자 여러분의 와인 생활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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