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南京)은 중국 명(明)나라의 수도로 베이징(北京)으로 옮기기 전까지 중국에서 가장 번성하였던 도시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난징조약, 난징 대학살 등 중국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시로, 상해기차역에서 고속열차로 1시간 4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도시입니다.
필자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역사의 가장 아픈 상처인 전쟁 관련 전시관, 난징대학살 기념관(南京大屠杀 纪念馆)입니다. (첫 방문지부터 택시요금 바가지에 좀 당황했지만, 관광지인 데다 난생처음 가는 곳이라는 점 때문에 그냥 쓴소리 한 번 하고 넘어가 주는 아량(?)을 보여줬네요)
난징 대학살은 1937년 12월에 자행된 전쟁 범죄로, 40일 사이에 약 30만 명의 중국인이 살해되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기념관 여기저기에서 30만이라는 숫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이 기념관의 존재로 중국과 일본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픈 역사를 현시대 사람들에게 잊지 말아야 할 교훈으로 삼고 전하기 위해 꾸준히 운영 중이고 입장료도 무료입니다. 전시관을 목적에 맞게 너무 잘 만들어 놓아서 오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건함과 엄숙함을 자아내게 하는 점은, 같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도 본받아야 할 것 같으며 한국 사람들도 꼭 한 번쯤은 들려야 하는 필수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는 길에 택시기사에게 난징에는 일본 사람이 별로 없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뜻밖에도 일본 대기업 샤프(SHARP)가 난징에 공장이 있어서 일본 사람들이 많다는 답변을 해주어 아이러니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이동지는 난징박물관. 1933년에 개관해 한때는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에 견줄 정도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48년 난징 함락이 확실시되자 국민당 관계자들이 값진 물건을 모두 타이완으로 옮겨가 버렸다고 전해집니다. 1급에 속하는 유물들이 모두 옮겨졌다고는 하나, 지금도 많은 볼거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타이완의 박물관에는 중국의 1급 문화재들이 그리 많아 몇 년마다 순환 전시를 한다고 합니다. 난징박물관(南京博物馆)은 크게 구관과 신관으로 나뉩니다. 구관은 특별전이 있을 때만 개장하고, 신관에는 테마별로 꾸며진 10개의 전시실이 있습니다. 각 전시실에는 얼마나 많은 유물이 있는 건지, 한쪽 구석에는 유물만 아파트형식으로 쌓아 놓은 방들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이 밖에도 난징에는 명나라 태조인 주원장의 무덤인 명효릉(明孝陵)이 있습니다. 30여 년에 걸쳐서 건설되었고 주원장은 무덤이 완성된 지 15년 만에 이곳에 묻혔으며, 함께 순장된 관인이 10여 명, 병사와 시종이 46명이라고 전해집니다. 그 옆에는 중국 민주혁명의 선두자인 쑨원의 묘로 호를 따서 만든 중산릉(中山陵)이라고 합니다. 1926년부터 1929년까지 약 3년에 걸쳐 만들어졌으며, 너비가 6.6km, 길이가 7km, 총면적이 약 20㎢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황제의 무덤에만 붙인다는 ‘릉(陵)’으로 불리는 것만 봐도 쑨원에 대한 중국인의 존경심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난징에서 중산릉을 들르지 않는다면 중국인이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쑨원에 대한 중국인의 애정이 깊은데 우리는 일정이 촉박해 들르지는 못했네요. (물론 15,000원이 넘는 입장권 또한 살짝 부담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부자묘(夫子庙)입니다. 난징에서 가장 큰 공자 사당으로, 공자를 존경하는 의미의 ‘공부자(孔夫子)’에서 이름이 유래됐다고 합니다. 중국 전역의 공자묘 중에서는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지만, 강남을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난징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손꼽힙니다.
난징은 생각보다 많은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도시라,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볼거리를 자랑합니다. 한국 기업 또한 많이 진출해 있어서 한국 사람들도 간간이 보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사는 역동적인 도시인 건 확실한 것 같네요. 가족과 하루 이틀 정도의 추천 여행지로 다음을 기약하며, 상하이로 돌아오는 텅 빈 고속열차에 다시 피곤한 몸을 실었습니다.
WRITTEN BY 김경수
드넓은 중국 대륙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생생히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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