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브라질 월드컵이 독일의 우승으로 끝났다. 기대를 모았던 개최국 브라질이 4위에 그치면서 조금은 아쉬웠고, 무엇보다도 한국의 16강 진출 실패는 한국의 축구 열기에 찬물을 부은 듯한 분위기를 경험하게 했다. 물론 축구를 좋아하는 삶들은 여전히 월드컵에 관심을 가지고 환호하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이곳 중국에서는 한국과는 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정작 16강은커녕 본선 진출조차 하지 못했지만, 국영방송인 CCTV5를 통해 24시간 브라질 월드컵 실황과 경기 분석, 국가별 인기 선수들에 대한 인터뷰 등을 적극적으로 하는가 하면, 이에 그치지 않고 경기가 열리는 곳곳을 누비면서 취재하기도 했다.
▲ <사진 1> 경기를 시청하는 모습
월드컵의 나라 브라질의 문화와 관광지, 음식 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월드컵 동안 내내 방송한 것이다. 물론, 필자가 알기로 한국의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서 현지를 방문하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방송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곳처럼 24시간 월드컵을 위한 방송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세계 각국의 경기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이 많았다. 처음 예선 경기에서부터 결선 경기까지, 각 조의 스코어 정도는 대부분 다 외우고 있고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선수와 나라에 대해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 등 극동 아시아 팀들에 대해서도 응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한국의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 <사진 2> 월드컵 기념품
중국에서 월드컵을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경기 자체를 즐기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기본적인 즐기기 방법도 물론 있거니와, 쇼핑을 통한 월드컵 기념품의 수집, 브라질 음식을 즐기기 등을 통해 다양하게 월드컵 기간을 마음껏 즐기는 것 같다.
▲ <사진 3> 브라질월드컵 칠판
중국 사람들의 내기는 때로 사회 쟁점이 되기도 한다. 간혹 내기에 진 사람들이 발가벗고 자전거를 타다가 기사로 보도되기도 하니. 최근 기사에 보면 거액의 판돈이 오가는 내기가 빈번히 벌어져 이번 월드컵 동안 약 100억 원 이상 거래되는 도박자금을 적발한 적도 있단다.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중국 사람들은 내기나 도박을 매우 즐긴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번 월드컵 열기의 일부도 이러한 내기를 즐기는 문화에서부터 시작된 관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아시아에서 월드컵을 한 번도 나가지 않은 중국이 월드컵 축구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염원이 언젠가는 중국에도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는 믿음을 주리라는 그들의 모습을 본다. 우리가 생각하길, 중국은 좀 게으르다는 편견이나 인식이 있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이 쓰는 말인 ‘만만디(慢慢地, mànmànde)’가 꼭 느림이나 게으름을 말하는 것이 아닌, 미래를 천천히 준비한다는 의미에도 상통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월드컵은 끝났다. 어느 나라는 기쁨과 환희를, 어느 나라는 아쉬움과 후회를 간직하게 될 것이다. 중국인들은 말한다. “다음 월드컵에는 중국이 아시아를 대표해서 출전할 것”이라고 말이다. 방송에서도 신문에서도 다짐에 다짐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이들의 월드컵 소망이 얼마나 간절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월드컵에는 반드시 중국이 출전할 것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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