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은 훌륭한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행동해요?”, “이게 왜 나쁜 일이지요?”, “외계인들도 지구에 있는 하나님을 믿어요?” 같은 질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이 이런 의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지요. 하지만 어린 시절의 의문은 어른으로 자라나면서 흐지부지 사라지고 맙니다. 유대인들의 교육을 본받자고 하는 어른들은 “학교 가면 선생님께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정작 어른들은 이런 호기심을 본래의 깊이대로 간직하지 못합니다. 위대한 철학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닥친 인생의 문제들을 어린아이들처럼 질문하고, 깊이 있게 풀어나가기 위해서 철학자들의 도움을 받는 겁니다. 기원전부터 세계의 문제를 고민해 온 철학자들은 지난 2500년 동안 꾸준하게 생각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왜 우리는 태어났다가 죽는 걸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걸맞은 삶의 방식은 어떤 것일까?”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이지만 섣불리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지요. 사람들이 집과 회사를 오가며, 먹고 살기 바쁘니 ‘나중에’ 생각하자고 미루는 문제들입니다. 게다가 이런 문제들을 ‘심오하게’ 다루는 철학책들은 참 어렵습니다. 원래 잘 모르면 재미도 없는 법이지요. 철학책에는 분명히 한글로 쓰여 있는데도 영어 한 문장을 해석하는 것보다 어려울 때가 많아요.
이럴 때 사람들은 TV 앞에 앉아 자신이 처한 현실과는 다른 가상 현실을 마주하며 자신을 위로합니다. 현실인 듯, 현실 아닌, 현실 같은 드라마를 보며 재벌 2세, 혹은 재벌 3세를 만나는 꿈을 꾸지요. 열심히 살면 내 앞에 그런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믿으면서요. 하지만 당장 근처 병원에 가보지 않아도 아시잖아요. 살면서 송혜교 같은 미녀 간호사를 만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걸.
철학을 공부하면 인생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반드시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럼 철학은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일단, 철학은 무엇이 문제인지 붙들고 늘어지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 일에 대한 고민, 학업에 대한 고민, 자질구레한 가정사에 대한 고민을 어떤 식으로 마주해야 할지 알려주지요. 철학은 특정한 정보나 지식, 이론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구체적인 상황을 대면하고 자신과 상황을 어떤 식으로 관계시킬지 알려주는 내면의 과정입니다.
원하는 삶과 현재의 삶이 일치하는 사람은 한눈을 팔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드라마도, 어떤 영화도, 어떤 책도 필요하지 않겠지요. 하지만 누구나 조금씩 불완전합니다. 삶의 모든 순간이 도전이지요. 이런 도전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철학책이 도움됩니다. 철학자들이 어떤 문제를 대하는 태도, 철학자들이 어떤 문제를 생각한 방법들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철학이라니, 말만 들어도 졸립다!”는 분들께 흥미진진한 해설서를 몇 권 준비했습니다. 철학이 이렇게 말랑말랑하다니, 깜짝 놀라실 겁니다. 철학을 깊게 공부하시는 분들은 꼭 원전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필요 있나요. 재미있는 철학 해설서는 언젠가 진짜 철학서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겁니다.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할 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당신에게」
변지영 지음, 카시오페아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진짜 내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어서 혼란스러울 때 말이지요. 이 책은 그저 자연의 순리를 따르라고 말합니다. 그게 바로 ‘스토아 철학’이라고 말이지요. 스토아 철학은 욕망의 덧없음을 이야기하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라고 말해요. 학교 다닐 때 스토아 철학은 금욕주의 철학이라고 외웠던 기억이 나네요. 점점 머리가 아파진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 책에는 감각적인 사진들과 철학자들의 짧은 경구가 실려 있어 마치 여행 에세이를 읽는 기분으로 가볍게 펼쳐 볼 수 있습니다. 꽃잎 흩날리는 봄날, 감성이 마구 흐트러질 때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어 보시길.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스토리텔링의 비밀」
마이클 티어노, 아우라
흥미진진합니다.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시나리오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하지만 이 책은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방법, 스토리텔링을 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어요. 게다가 우리가 극장에서 만났던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를 예로 들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요. 시나리오를 써서 충무로에 진출하시라는 뜻이 아니라 (물론 그러실 수도 있겠지만!)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프리젠테이션을 맡았을 때, 기획안을 작성해야 할 때,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할 때 참고하기 좋은 책입니다. 그냥 재미로 읽으셔도 좋아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통째로 내 것으로 만드는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내가 바뀌는
「철학 비타민」
도마스 아키나리 지음, 부키
철학은 언제부터 시작된 거야? 현대 철학자들도 많은데 왜 허구한 날 아리스토텔레스야? 철학을 좀 알은체하려면 철학의 역사까지 알아야 하나? 이런 분들을 위해 단순하게 정리된 이 책을 골라보았습니다. 철학은 결국 생각하는 학문이잖아요. 철학자들은 자기보다 먼저 태어난 철학자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생각을 접목해 철학을 발전시켰어요. 그러니 어떤 철학자의 생각을 이해하려면 그 전에는 어떤 생각이 대세였는지 알면 좋겠지요. 이 책은 소크라테스에서 최근의 마이클 샌델까지 철학자 한 명당 한 장씩 할애해 간략하게 정리해 줍니다. 재미있는 그림들이 들어 있어 이해를 도와줘요.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면 철학사를 단번에 섭렵하실 수 있어요.
상상력의 한계를 부수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망치」
로저 본 외흐, 21세기 북스
이러쿵저러쿵 간섭받는 건 싫지만, 누군가가 ‘신의 한 수’를 내려줬으면 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브레인스토밍을 해도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고요. 이 책의 저자는 그럴 때마다 헤라클레이토스의 도움을 받으라고 말합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데 촌철살인의 경구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수수께끼 같은 그의 경구들은 후대의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었지요. 어떻게 하면 창의성을 기를 수 있을까 고민이라면, 아이디어에 목마른 직장인이라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고민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이 책은 철학서가 아니라 창의력을 샘솟게 하는 자기계발서에 가깝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삶을 위한 철학 에세이
「철학이 나를 위로한다」
김선희 지음, 예담
철학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전혀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뜬금없는 이야기들, 생경한 단어들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존재가 어쩌니, 생성이 어쩌니, 무의식이 어쩌니, 타인이 어쩌니.... 평소에 잘 쓰지도 않는 단어로 철학을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참 매력적입니다. 첫 번째 챕터부터 ‘나는 왜 사랑에 실패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지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예를 들어 사랑과 에로스를 이야기한 플라톤을 설명하는 식이에요. 나는 왜 가족에 묶여 있는지, 왜 나는 불안한지, 왜 자유롭지 못한지에 대해 영화와 문학, 와인과 명품백 같은 현실의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글쓴이 배나영은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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