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문화로 배우다

온갖 힘을 아끼지 않는 이인자들의 이야기, 위대한 이인자들

by 앰코인스토리.. 2014. 7. 30.

 

오늘날 세계는 끊임없는 정보교환과 상호의존이 불가피해진 시대를 맞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재능있는 사람도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기는 어렵다. 지난날 리더에게 요구됐던 카리스마적인 권위의 중요성은 점점 엷어지는 반면, 협력과 협조의 미덕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정치가든 기업가든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분산해 공통의 가치와 포부를 가지고 공동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해 나갈 협력자들이 절실히 필요해진 것이다. 이에 저자는 책을 통해 5년여에 걸쳐 이인자들이 리더를 위해 어떻게 이바지하고 어떤 인간관계를 맺어왔으며 협력자가 됨으로써 얻은 대가와 혜택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

 

  위대한 이인자들

  저자 : 워런 베니스
  역자 : 최경규
  출판사 : 좋은책만들기

 

지난 2월 4일,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기 CEO로 인도 출신의 나델라(Satya Nadella)를 승진 임명했다. 작년 8월, 당시 CEO였던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가 혁신이 사라지고 회사가 정체되고 있다는 비판에 사임 의사를 밝힌 지 5개월이 지난 후였다. 한때 세계 최대의 기업 가치를 자랑하던 MS의 이사회에서 발머를 대신할 인물을 고르는 데 어지간히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발머가 MS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그동안 빌 게이츠(Bill Gates)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지만, 게이츠는 발머와 짝을 이뤄야 힘을 낼 수 있었다. MS의 전 임원은 이런 말을 할 정도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 없이도 경영될 수 있다. 하지만 스티브 발머의 성공하려는 노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간 우리는 스포트라이트 뒤에 있는 이인자들에 대해 무관심했다. 그런 점에서 경영학 교수인 데이비드 히넌과 리더십 분야의 대가인 워런 베니스가 쓴 「위대한 이인자들(좋은책만들기, 2000)」은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들은 역사적 인물에서 현대의 유명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위대한 이인자들을 연구하여, 그중 열 명의 사례로 책을 묶었다. 시대나 사회에 따라 이들의 이야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위대한 이인자들이 된 사람들은 비슷한 공통점이 있었다.

 

 

 

 

누가 위대한 이인자가 되는가


첫째, 위대한 이인자는 실행가다. 이들은 일인자를 완벽하게 보완한다. 많은 경우 일인자는 미래를 제시하는 비전가다. 그래서 이인자에게 일인자의 비전을 철저히 실행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발머가 MS에서 그랬다. 하버드대학교 기숙사에서 빌 게이츠와 친구가 된 발머는 대학을 졸업하고 생활용품 회사인 P&G에 들어갔다. 이후 스탠퍼드 비즈니스 스쿨을 다니던 중 1980년 게이츠의 권유로 대학원을 중퇴하고 급성장하던 MS에 합류했다. 그는 회사에서 프로그래머가 아닌 최초의 직원이었는데, 처음부터 인력 채용을 비롯해 광범위한 업무를 맡았다.

 

▲ <사진 1> 스티브 발머

출처: farm5.staticflickr.com

 

발머는 게이츠의 비전을 현업에서 구체화했다. 게이츠가 새로운 시장을 찾으려 할 때 발머는 새로운 시장을 지배할 방법을 찾아냈다. 게이츠가 소프트웨어로 PC 산업을 지배할 꿈을 가지고 있을 때, 발머는 시애틀 컴퓨터 제조회사의 운영체제를 5만 달러의 낮은 가격에 구매하자고 경영진을 설득했고, 직접 그 계약을 성사시켰다. 나중에 MS-DOS로 이름을 바꾼 이 시스템은 MS가 PC 산업을 장악하게 된 윈도(window)의 모태가 되었다. 윈도를 개발할 때 그는 엔지니어가 아니면서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관리했다. 제품 개발이 난관에 부딪히면 적합한 기술을 지닌 엔지니어를 찾아내 스카우트했다. 발머의 지휘로 윈도 팀은 격무에 시달렸는데, 그들은 사무실에서 주로 숙식을 해결하며 일했다.

 

그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혹사시키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한번은 회의에서 소리를 지르다가 성대를 다쳐 수술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직원들을 다그쳤다. 이처럼 발머는 MS에서 게이츠의 전략을 실현하게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천재적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어려운 게이츠에게 발머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평생의 파트너였다. 심지어 게이츠의 부탁으로 멜린더 프렌치에게 대신 청혼한 사람도 발머였다.

 

둘째, 위대한 이인자는 장인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일 자체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성공의 명성은 대부분 일인자가 차지한다. 그래서 이인자는 명성과 성공을 구분한다. 이들에게 성공이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위대한 이인자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기에, 보스에게 어렵지만 옳은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용기를 지닌다.

 

▲ <사진 2> 조지 마셜

출처: farm4.staticflickr.com

 

유럽부흥계획인 마셜 플랜의 제창자인 조지 마셜(George Catlett Marshall) 장군은 오히려 이런 용기로 기회를 얻었다. 마셜은 경쟁자였던 맥아더의 반대로 오랫동안 장군으로 진급하지 못하다가 맥아더가 육군참모총장에서 필리핀으로 옮겨간 후에야 55세에 별을 달았다. 육군참모총장 부관으로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 참가했을 때, 루스벨트 대통령은 1만 대의 비행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참석자들이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했으나 마셜은 혼자 반대했다. 그렇게 많은 전투기를 만들고 인원을 늘리는 것은 지나치게 야심적이고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이유였다. 루스벨트는 화를 내며 방을 나갔고 회의는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동료들은 마셜의 워싱턴 생활이 끝났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솔직한 하급 장성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몇 달 후, 육군참모총장이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자 대통령은 후보 명단에 장성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마셜의 이름을 올리라고 지시했다. 결국, 1939년 마셜은 다른 선임들을 제치고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되는 파격적인 진급을 했다. 태평양 전쟁 당시 마셜은 은퇴한 맥아더 장군을 다시 기용하도록 루스벨트를 설득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수년 동안 자신의 진로를 방해한 맥아더를 천거할 정도로, 마셜은 개인적 감정보다는 일이 되도록 만드는 사람이었다. 마셜은 전쟁이 끝나자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역임했고, 유럽의 경제부흥에 대한 공적이 인정되어 195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셋째, 위대한 이인자는 대인이다. 이들은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 1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2등이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자신감이 필요하다. 자신이 만든 최고 작품의 영예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을 조용히 지켜볼 수 있을 만큼 강한 자아와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많은 위대한 이인자들에게는 허영심이 없다. 이들은 결코 욕심이 없거나 안분지족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허영에 눈이 멀어 일을 그르치지 않는다.

 

▲ <사진 3> 저우언라이

출처: www.zhouenlaipeaceinstitute.org

 

마오쩌둥(毛澤東)의 동반자 저우언라이(周恩來)도 그랬다. 프랑스에서 유학한 저우언라이는 초기 중국공산당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최고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소련과 상황이 다른 중국에서는 전통적인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농민운동을 하고 있던 마오쩌둥에게 눈을 돌렸다. 저우언라이는 자신에게 없는 지도자 자질이 마오쩌둥에게 있음을 알고 그를 지지하기로 마음먹었다. 1935년 준의회의(遵義會議)에서 자신이 지도한 전술의 오류를 인정하고 군 위원회에서 사퇴한 동시에, 마오쩌둥을 사령관으로 추천했다. 저우언라이는 최고 서열의 자리를 이름 없는 부하에게 과감하게 내주었다. 그리고 스스로 마오쩌둥 밑에서 평생 조력자로 남았다. 그는 마오쩌둥만이 중국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지도자 자질을 가지고 있으며 민중을 이끌고 혁명을 완수할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1949년 공산 정권 수립 후에도 저우언라이는 27년간 총리로서 국내외 여러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항상 마오쩌둥을 앞에서 달리도록 했고 자신은 뒤따라갔다. 몇몇 당원들은 저우언라이를 마오쩌둥의 가정부라고 불렀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무대 뒤에서 신생국을 살아남게 하는 과제를 떠맡았다. 마오쩌둥의 주요 문서는 저우언라이가 대부분 초안을 작성했고, 천부적인 협상가이자 실용주의자로서 수많은 나라의 지도자와 회담을 성공하게 했다.

 

닉슨은 이렇게 말했다. “마오쩌둥이 없었다면 중국의 혁명은 절대 불붙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우언라이가 없었다면 그 불길은 다 타서 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한 유명 저술가는 이런 말을 했다.

 

“창의적 기업가가 없으면 기업이 생겨날 수 없다. 하지만 기업가가 계속 기업을 맡아 운영하면 살아남는 기업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기업을 살아남게 하는 일은 위대한 이인자에게 맡겨진 몫이다.



위대한 이인자들

저자
워렌 베니스, 데이빗 히넌 지음
출판사
좋은책만들기 | 2000-07-20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지속적으로 위대한 조직을 경영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 명 이상의 ...
가격비교



글쓴이 이병주는 _ 신문과 잡지에 경영 칼럼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자 경영 전문가다. 여러 기업체에서 강의도 하지만 글 쓸 때가 가장 재미있다고 느낀다. 평소 인문학적인 글쓰기를 즐기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글을 쓰고자 항상 노력한다.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