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종기 우화의강1 [글레노리 노란 우체통] 오십 불로 물길이 잇다 신발을 찾았다. 구석에 던져 놓았던 운동화에는 묵은 거미줄과 먼지가 잔뜩 끼어 있었다. 벽에 대고 탁탁 터니 달걀 속껍질 같던 머릿속이 좀 개운해졌다. 지갑부터 챙겼다. 화원에 가려고 나서면 불현듯 잊고 있던 일이 떠오르곤 한다. 돈에 관한 실랑이라기보다는 맑은 물길을 따라 봄날 한가운데를 흘러가는 지폐 한 장과 그 결에 출렁이는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길을 나선 팔월의 시드니는 겨울 막바지이며 봄의 초입이다. 꺾여 있던 마른 꽃대들이 스러져가고 마당은 남편 정수리처럼 빈자리가 숭숭 보인다. 장작불을 피어 놓고 집안에서만 두어 달 서로 치대다 보니 좀이 쑤시기도 했다. 화원에 좀 다녀오겠다고 했더니 같이 가자며 따라나선다. 이왕 나선 김에 블루마운틴 자락으로 멀리 나가보자 욕심을 낸.. 2022. 2.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