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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노리 노란우체통2

[글레노리 노란우체통] 손 유리 벽에 드디어 유리 창문이 생긴다. 창문으로 소슬바람과 목향이 와락 안긴다. 유리 닦던 딸아이의 청량한 웃음소리도 창틀을 넘어오고, 큰 유리를 잘라내고 창틀을 끼워 넣던 곤돌라 위 직원도 허리를 펴더니 웃는다. 곤돌라가 흔들릴 때마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높아갔다. 한 시간가량 씨름이 끝났다. 답답했던 방에 근사한 숨구멍이 생겼다. 마무리를 끝낸 직원들이 차에 올랐다. 우리는 숙제 하나 끝낸 가벼운 마음으로 배웅을 했다. 그때 곤돌라 위에서 일하던 직원이 차에서 뛰어 내려오더니 “손 한 번만 잡아봅시다.”하며 딸애에게 불쑥 오른손을 내밀었다 아이도 흔쾌히 내민 손을 잡았다. 가을꽃이 흔들린 듯. 처음 만난 사람들이 겨우 한 시간 동안 무엇이 통했기에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와 손을 잡아보자 하는 걸까, 만.. 2022. 10. 27.
[글레노리 노란우체통] 혹스베리강 우편배달 혹스베리강 우편배달 - 나의 두려움은 압화되었다 브루클린에서 배를 타고 강 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보기로 했다. 7월은 시드니 겨울의 중심. 연일 우중이었지만 오래된 약속이었다. 홍수 끝에 척박한 황토색 강의 흐름을 따라 섬들은 강의 체수를 닮지 않고 초록빛을 울타리처럼 감고 있었다. 오랜만에 바싹 든 겨울 햇살에 섬들은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우리는 우편물을 배달하는 배의 여정에 동승했다. 옛 어른들이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 했다. 그 말도 세월 따라 탈색되는가. 나는 변하고도 아직 살아있다. 가파른 계단을 통해 이층 선상에 오를 때 미량의 멀미를 느꼈을 뿐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왁자지껄 흥겨워하는 일행 덕분일 수도 있겠지만 선상 서비스로 나오는 커피와 비스킷 맛을 온전히 다 느낄 정도니 이만.. 2022.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