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디지털문명이라고 부르는 만큼 디지털이라는 용어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하지만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디지털(digital)이라는 말은 디짓(digit)이라는 용어에서 유래되었고, 이는 사람의 손가락이나 동물의 발가락을 의미합니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은 하나, 둘, 셋, 넷, 다섯 등의 자연수로 셀 수 있고, 손가락을 셀 때 1.2개라든지 2.14개라는 식으로 세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무엇인가를 셀 때 최소단위(손가락의 경우는 1개가 최소단위지요)의 정수배로만 나타내고 중간값(1.2나 2.14는 1의 정수배가 아니지요)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디지털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아날로그라는 것은 연속적인 값을 취하는 것을 말하는데, 디지털 시계와 달리 바늘이 연속적으로 돌아가는 바늘 시계처럼 어느 한 순간 시계를 멈추었을 때 바늘이 가리키는 위치가 눈금과 눈금의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요? 한 가지 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수학에서 반올림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소수점 0.1의 자리에서 반올림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1.4는 반내림을 해서 1로 나타내고 1.6은 반올림을 해서 2로 나타내지요. 이렇게 반올림 처리를 해서 소수점 이하의 양을 무시함으로써 중간값을 배제하는 것을 디지털이라고 인식하고, 측정된 값 자체(1.4라든지 1.6과 같이 1과 2사이의 어떤 값이든 반올림 등의 처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읽은 값)를 데이터양으로 취급하는 것을 아날로그로 인식하시면 되겠습니다.
▲ 아날로그 시계와 디지털 시계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기 전에 필름카메라를 사용해본 적 있나요? 피사체로부터 오는 빛 신호가 필름에 그대로 반영되고 현상을 통해 피사체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원리입니다. 디지털카메라는 피사체로부터 오는 빛 신호를 화소 단위의 센서가 읽어서 각 화소당 RBG별로 빛의 강도를 전기신호로 변경하여 저장하게 되고, 저장된 데이터를 디스플레이나 프린터에서 재현하는 방식으로 화소별로 데이터 값을 숫자로 처리하는 것이 아날로그 방식과 다릅니다.
아날로그 사진은 도화지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디지털 사진은 세 가지 색을 갖는 점으로 모자이크 형태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디지털 데이터는 숫자 형태로 저장이 되기 때문에 처리와 저장이 쉽고 무제한 복제도 쉽습니다. 현대는 아날로그 사진기는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거의 자취를 감추고 디지털 사진기가 대중들에게 사용되고 있지요.
반도체 디바이스에서도 연속적인 데이터양을 취급하는 아날로그 반도체 디바이스가 있고, 최소단위의 중간값을 허용하지 않고 끊어서(올림 처리나 내림 처리를 해서) 데이터양을 취급하는 디지털 디바이스가 있습니다. 본 고에서는 디지털 디바이스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호에 MOSFET의 작동원리에 대해서 살펴보았지만, 다시 한 번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N형 MOS는 소스와 드레인이 n형 도핑이 되어 있고 게이트 부분이 p형으로 형성되어 있어 게이트 부분에 n형 채널이 형성되어야 비로소 소스와 드레인 사이에 전류가 흐를 수 있습니다. P형 MOS는 소스와 드레인이 p형 도핑되어 있고 게이트 부분이 n형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게이트 부분에 p형 채널이 형성되어야 비로소 소스와 드레인 사이에 전류가 흐를 수 있습니다.
채널의 형성은 게이트에 가해지는 전압에 의해 제어됩니다. 디지털 논리회로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논리 게이트인 인버터를 CMOS를 이용해서 형성해 보겠습니다.
NMOS와 PMOS를 직렬로 연결하고 게이트를 공통으로 묶어서 입력단으로 연결합니다. NMOS의 소스는 보통 접지시키고 드레인이 출력단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PMOS의 소스는 전원(Vdd)과 연결되어 있고 드레인이 출력단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디지털이라는 것은 0과 1(또는 on과 off)로 표시되는 것을 말하며 디지털 기기는 0과 1을 이용해 여러 가지 기능을 하도록 만든 제품을 일컫습니다. 입력단에 0V를 걸어주는 것을 ‘입력값 0’이라고 부르고 입력단에 Vdd만큼의 전압을 걸어주는 것을 ‘입력값 1’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0V가 출력으로 읽히는 것을 ‘출력값 0’이라고 하고 Vdd가 읽히는 것을 ‘출력값 1’이라고 하기로 합니다.
먼저 0을 입력으로 주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봅시다. 게이트에 0V가 가해지는 경우입니다. NMOS는 채널이 닫혀서 소스와 드레인 간에 전류가 흐르지 못합니다. 반면 PMOS는 채널이 열려서 소스와 드레인 간에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이 경우에 PMOS의 소스에 연결된 Vdd가 출력으로 읽히므로 1이라는 출력을 내게 됩니다. 이제 1을 입력으로 주는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PMOS의 채널이 닫혀서 소스와 드레인 간에 전류가 흐르지 못합니다.
반면 NMOS는 채널이 열려서 소스와 드레인 간에 전기적으로 연결됩니다. NMOS의 소스가 접지(접지한다는 것은 영어로 earth 또는 ground라고 표현하며 earth나 ground는 말 그대로 지구 또는 대지이므로 그 크기가 무지 커서 무한대의 전하량을 축적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여 전압을 0V로 정의합니다. 무한대의 전하량을 축적할 수 있다는 말은 아무리 많은 전하량을 축적해도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한데, 전하량이 0인 상태를 전압0V로 정의하거든요)되어 있으므로 출력값은 0V로 읽히게 되며 0이라는 출력값을 주게 됩니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쉽게 정리해 보면 0이라는 입력값을 주었을 때 1이라는 출력값이 나오고 1이라는 입력값을 주었을 때 0이라는 출력값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입력값이 뒤집혀서 출력값으로 나온다는 것이고 따라서 이것을 인버터 회로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MOS를 적당히 설계해서 여러 가지 논리를 갖도록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여러 가지 논리회로를 집적해서 유용한 제품을 만들게 되지요.
▲ MOS ⓒ백종식
자, 이제 여러분은 디지털 반도체 디바이스의 기본을 습득하였으며 현대의 문명을 뒤덮고 있는 디지털 세계를 탐험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디지털 반도체를 이용한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디바이스에 대해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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