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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onductor/반도체 이야기

디지털 반도체 디바이스, 첫 번째 이야기

by 앰코인스토리 - 2015. 9. 9.


지난 8개월 동안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전자공학의 역사를 살펴보고, 현대 물리학의 대표주자로써 인간의 사고의 틀을 확 바꿔버린 양자역학을 맛보았으며, 반도체의 물리적 특성들을 공부하는 등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지식을 다뤄봤습니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현대문명에 혁명을 가져온 반도체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의 원리까지 들여다보았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반도체에 대한 역사와 이론, 그리고 원리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으리라고 기대합니다.


전자제품을 뜯어보면 뭔지 알 수 없는 수많은 부품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각의 부품들이 제 몫을 담당하고 있을 것인데, 그 기능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면 능동형 부품수동형 부품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회로부품 중에서 저항기나 콘덴서와 같이 그들의 조합만으로는 증폭이나 발진 등의 작용을 할 수 없는 것을 수동소자라 부르고 상대어로서 전자회로에서 직접 전류가 흐르고 이득이 있는 회로소자를 능동소자라고 부릅니다.


역시 사전적인 의미만으로는 무슨 말인지 한 번에 알아듣기 어렵지요? 사람 중에서도 능동적인 사람과 수동적인 사람이 있듯, 한 가지 일을 주면 그 일만 하고 그 이외의 일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을 보통 수동적인 사람이라고 부르지요. 그에 반해서 한 가지 일을 줬을 때 그 일의 이면을 분석하여 의도를 알아내서 주어진 일뿐 아니라 응용된 일까지 해내는 사람을 능동적인 사람이라고들 합니다. 즉, 어떤 일을 줬을 때 발전적인 무엇인가가 기대되는 사람을 능동적인 사람이라고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수동적인 사람이라고 보면 무난할 것 같습니다.


이제 감이 좀 잡히나요? 입력된 신호에 대해 그 신호의 기본적인 특성을 변화시키는 기능이 없는 소자가 수동소자(저항기나 콘덴서)이고, 반대로 입력된 신호에 대해 그 신호의 기본적인 특성이 변화(트랜지스터나 다이오드처럼 신호가 증폭되거나 정류되거나 하는 변화)되도록 기능하는 소자를 능동소자라고 부릅니다. 수동소자와 능동소자가 적절히 배치되어 비로소 하나의 전자회로가 기능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기능이 단순한 수동소자가 이해하기 더 쉽겠지요. 하지만 여러분은 8개월간의 긴 여정 동안 어려운 원리를 공부했으므로 능동소자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네요.


▲ 능동소자와 수동소자 


능동소자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본다면(분류하는 관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본 고에서는 집적도에 따라 분류해 보기로 합니다)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소자로 만들어지는 개별소자와 수많은 소자를 하나의 칩 형태로 집적시켜 놓은 집적회로로 생각해볼 수 있겠는데요, 그중 집적회로를 고려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나의 칩 안에 형성되어 있는 다이오드나 트랜지스터 등의 소자 수에 따라 SSI(소규모 집적회로로 100개 이하의 소자가 집적되어 있으며 간단한 게이트 및 플리플롭 등의 회로에 사용됩니다), MSI(중간규모 집적회로로 100-1,000개 정도의 소자가 집적되어 있으며 인코더, 디코더, 카운터, 레지스터, 멀티플렉서, 디멀티플렉서, 소형 기억장치 등에 사용됩니다), LSI(고밀도 집적회로로 1,000-10,000개 정도의 소자가 집적되어 있으며 메모리 등에 사용됩니다), VLSI(초고밀도 집적회로로 10,000-1,000,000개 정도의 소자가 집적되어 있으며 메모리,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에 사용됩니다), ULSI(초초고밀도 집적회로로 백만 개 이상의 소자가 집적되어 있으며 오늘날의 CPU나 메모리 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등으로 구분합니다만, VLSI와 ULSI는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모호합니다.


지난 두 달 동안 BJTMOSFET에 대해서 살펴보았지요.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집적회로 제품들은 이 두 가지 트랜지스터를 각각 활용한 것들입니다. 바이폴러형(쌍극형의 바이폴러형은 전자와 정공 두 가지의 극성을 가진 전하가 동작에 관여합니다) 집적회로는 BJT를 집적시킨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BJT의 동작원리가 베이스 전류에 의해 제어되는 것이라 소비전력이 높다고 여겨지지만, 동작속도가 높아 고속의 논리회로에 많이 사용합니다. BJT의 기본적인 특성을 살려 증폭기나 레귤레이터 등의 아날로그 회로에도 많이 사용합니다.


유니폴라형(단극성의 유니폴라형은 전자 또는 정공 한 가지 극성을 가진 전하가 전기장 효과에 의해 동작합니다) 집적회로는 주로 MOS형으로 제작되므로 MOS형 집적회로라고도 합니다. 정공이 동작에 사용되는 제품을 PMOS형 집적회로라고 하고 전자가 동작에 사용되는 제품을 NMOS형 집적회로라고 하며, 이 두 가지 트랜지스터를 혼용한 제품을 CMOS형 집적회로라고 하고, (전자와 정공 두 전하가 모두 동작에 관여하는 바이폴러형 집적회로와 혼동이 될 수 있겠습니다. 바이폴러형 집적회로는 하나의 소자가 작동하는 데 전자와 정공 두 전하가 모두 관여하는 것인데 반해 CMOS는 하나의 소자가 전자 또는 정공 하나의 전하에 의해 동작하는데, 다른 두 소자가 혼용되어 사용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부언하자면, CMOS에서는 하나의 소자에는 하나의 전하가 동작에 관여하는 유니폴라형입니다.) 주로 CMOS가 많이 사용됩니다. 바이폴러형 집적회로보다 스위칭 속도가 느리고 정전기에 의해 쉽게 파괴되는 단점이 있지만, 소비전력이 낮고 집적도가 용이하며 경제성 등이 뛰어나 최근의 수많은 디지털 회로, 마이크로 프로세서, 메모리 등의 제품에 널리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