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큰아이 생일을 맞이해, 외식도 할 겸 아직 아이들이 못 본 변검 마술을 보여주기로 했다. 처음에는 변검이라 하니 막내아들이 칼싸움 놀이인 줄 알고 제일 기뻐했으나, 막상 가서 변검 마술을 보고는 무서워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멍하니 쇼를 보고만 있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변검은 중국 쓰촨 성에서만 계승되는 민간예술이다. 북경의 경극, 소주지역의 곤극과 함께 중국 3대 전통연희로 꼽히는 쓰촨 성 천극 공연의 한 부분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변검의 계승은 극히 폐쇄적인 성향이 있다. 쓰촨 성 출신의 사람만 계승 받을 수 있고, 변검술사가 죽기 전 오직 한 사람에게만 전해진다고 한다. 일례로, 유명한 영화배우 유덕화가 어마어마한 수업료를 제시하고 변검 기술을 전수받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일화도 있다. 또한, 여성에게는 전수되지 않고 오로지 남자에게만 전수됐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에 흐름에 따라 상업적인 이들과 결부되면서 요즘은 쓰촨 성 출신인 아닌 사람, 더 나아가 외국인, 그리고 여성에게까지 전수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들을 중국인들은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변검술사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누굴까? 중국의 1급 연원인 왕다오정이란 사람이 무려 24장까지 얼굴을 바꾸는 기술을 만들어 냈고, 오늘날 변검을 세계에 알리는 장본인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마술사였던 김우석 씨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졌다.
변검 종류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 가장 쉬운 방법은 여러 장의 가면을 겹쳐놓고 화면이 바뀔 때마다 한 장씩 벗어내는 방법이다. 가장 간단하지만 이것도 손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두 번째, 조금 어려운 방법은 10개 손가락에 하나하나 색을 듬뿍 발라 놓고 빨리빨리 칠해서 한 번에 쏴~악 하면 변하고 또 쏴~악 하면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기술은 매우 어려워서 고수만 가능하다고 한다.
세 번째는 가장 어려운 방법이다. 자칫 목숨까지 잃을 우려가 있기에 요즘 잘 하지 않으며, 만약 이 기술을 사용하는 변검의 관람료는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이 방법의 변검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있어서 하는 것을 피한다고 한다. 이것은, 화날 때나 흥분할 때 얼굴이 빨개지는 것과 하얗게 질리는 것, 춥거나 놀랄 때 파래지는 것 등의 원리를 이용해 총 다섯 가지 얼굴색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초고수만 가능하며 조절을 아주 잘해야 가능하다고 한다. 한 번에 확확 바뀌어야 하므로 힘이 잘못 들어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가 본 변검은 여러 장의 가면을 벗겨내는 방법이었다. 얼굴 전체를 덮는 가면과 더불어 얼굴의 반만 가린 가면도 볼 수 있었는데, 더욱 놀라웠던 것은 반가면 후에 다시 전체 가면으로 바뀐다는 점이 참 신기했다. 실제로,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얼굴이 순식간에 사샥 바뀌고 초고속 카메라로도 쉽게 바뀌는 과정을 볼 수 없다는 신기함이 있는 변검! 이번 기회로 중국인들의 변검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을 부쩍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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