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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삼겹살

by 앰코인스토리.. 2026. 8. 14.

사진출처 : AI 생성 이미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게 되면 어떤 곳이 나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냥 시간과 장소만 정해서 만나고 나서 길을 걷다가 분위기가 괜찮을 것 같은 가게에 들어가서 메뉴를 고르는 것이 젊었을 때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자주 가는 가게를 정해서 미리 약속 장소를 정하는 일이 많아졌다.

 

점심식사 시간이면 식사가 제공되는 곳으로 가게 되겠지만, 퇴근 후에 보게 되면 술 한 잔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하게 된다. 그러면 또 고민이 생긴다. 소주와 맞는 안주는 어떤 게 좋을지를 친구와 의논하게 되고, 친구도 좋아하는 곳이라야 술 한 잔 나누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에 안주 역시 나와 친구의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곳을 찾아보게 된다.

 

보통 지글거리며 익어가는 삼겹살은 친구와 내가 함께 만족하는 음식이라 삼겹살집으로 정하기도 하지만, 비가 오면 동동주를 먹으며 김치전을 뜯던 기억이 남아있어서인지 주로 민속주점 향기가 있는 곳을 찾아간다. 30도가 넘어가는 한여름이면 맥주에 과일안주가 제격인 그런 곳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물가가 많이 오른 탓에 분위기나 계절을 따지기보다는 좀 더 저렴하고 착한 가격의 집으로 약속을 잡는다. 그래서 대개는 삼겹살집이 만남의 장소가 된다. 주인의 고기 보는 솜씨가 뛰어나서 매번 좋은 부위의 고기를 주는 탓에 다른 선택보다는 늘 먹던 고기로 선택한다. 한때 우리집도 정육점을 했기 때문인지, 삼겹살을 보면 참 낯설지가 않다.

 

커다란 돼지가 들어오면 아침부터 하루가 부산했다. 보통 발골 작업을 시작하면 두세 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칼을 간다던지 비닐을 고기 부위에 맞게 준비를 한다던지 등등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가게를 오픈하면서도 작업은 계속되는 탓에 손님이 오면 고기를 팔아야 하는 일까지 겹치기 때문에 손을 더욱 바삐 놀려야 했다. 여러 번의 발골 작업을 보다 보니 돼지고기 부위는 어느새 터득하게 되었고, 어느 부위의 고기가 맛있는지를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작업이 끝나면 가스레인지에 불판을 올리고 갓 들어온 삼겹살을 구워 먹었기 때문에 삼겹살에 대한 친밀감이 더욱 크다.

 

아버지를 포함한 예전 어르신들은 고기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굵은 소금에 참기름을 풀어 기름장을 만들고 거기에 두툼한 고기를 찍어 먹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하셨기 때문에, 삼겹살집을 가면 쌈장보다는 기름장을 좋아하게 되었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삼겹살 한 점에 소금간과 참기름의 고소함이 합쳐지면 고기를 씹을수록 행복해졌다. 언젠가 기름장은 저리 밀어두고 쌈장에 고기쌈을 고집하는 친구를 설득해 기름장 매니아로 만들었을 때에도 참 기분이 좋았다. 물론, 채소를 멀리하지도 않는다.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삼겹살 한 점과 잘 구운 김치를 집어들고 친구와 건배를 했다. 참 오랜만에 즐거운 저녁시간을 가졌다.

 

돼지고기는 암퇘지를 골라야 잡내가 덜하고 너무 오래 익히면 질겨서 씹기에 불편함이 있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삼겹살집 주인도 똑같이 우리에게 말해준다. 역시 삼겹살은 여러 번 씹을수록 고소함이 느껴진다. 집게와 가위를 집어들고 능숙한 솜씨로 삼겹살을 한 입 크기로 잘라내자 친구는 엄지척을 한다. 오랜만에 하는 일이지만 그 옛날 빠른 손놀림이 여전히 살아있음에 나 역시도 즐거워진다. 삼겹살 한 점 한 점에 그렇게 행복해진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