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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쭈꾸미

by 앰코인스토리.. 2026. 4. 17.

사진출처 : freepic.com

오랜만에 등산도 할 겸 가까운 산으로 향했다. 4월의 봄햇살이 화려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10여도 안팎의 기온이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에도 무리가 가지 않았다. 산으로 오르는 길 가까이에 핀 벚꽃이 벌써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한참을 쉰 탓일까? 높지 않은 산을 오르는 길에도 숨이 가빠왔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도 산 정상에 오르니 맑은 공기와 마주할 수 있었다. 올라온 보람을 비로소 찾을 수 있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먼 산을 응시하면서 눈의 피로도를 낮추었다. 푸른색의 향연이 펼쳐진 산의 모습에서 후련함이 느껴졌다. 10여 분 동안 이 산과 저 산을 번갈아 마주했지만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적막감이 좋긴 했지만 오래 지속되는 고요함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휴일이면 여러 사람이 찾는 산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날씨에도 사람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데에 묘한 서글픔이 느껴졌다. 원래는 주말이면 ‘산악회’라는 이름을 달고 등산로를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도 많았었다.

땀이 얼추 식었다는 생각이 들어, 감았던 눈을 뜨고 하산을 준비했다. 그리고 보니 사람이 많았던 시절에는 등산로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인사를 나누기도 했었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짧은 대화를 나누며 스쳐지나 갔었지만, 오르는 사람에게도 내려가는 사람에게도 모두 힘이 되었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같은 모습의 나무와 돌, 그리고 길이 보였다. 간혹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져 버린 나무를 보면서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을 그나마 실감할 수 있었다. 아침밥을 먹고 세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던 탓이었을까. 점심시간이 아직 남아 있었는데 배가 고파 왔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 생겼다.

 

산행을 마치고 가까운 도서관을 찾았다. 스캔해서 보내야 하는 문서가 있었기에 도서관으로 가게 되었다. 20여 분의 시간이 흘렀다. 서두른다고 했는데 이것저것 하다 보니 빠르게 시간이 흘러 버렸다. 할 일을 다 마치고 나오려는 데 ‘한 부씩 가져가세요.’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인천시에서 매달 발간하는 홍보물이었다. 손에 무언가를 쥐고 30여 분을 걷는다는 것은 다소 귀찮은 일이긴 했지만 인천시에서 이번 달에는 무엇을 담았을지 궁금해져 책자 한 부를 집어 들었다. 천천히 걸으며 책자 한 장 한 장을 넘겼다. 큰 글자만 확인하면서 마음에 드는 읽을거리를 찾았다.

 

그중 쭈꾸미를 소개한 맛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랫동안 만나지 않던 음식이었다. 딱히 싫어하지도 않았다. 엄마가 쭈꾸미로 양념을 해주시면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쭈꾸미 요리를 하는 곳을 찾아다닐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 쭈꾸미를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오징어, 낙지, 문어와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고 나 역시도 매콤달콤하게 볶아낸 쭈꾸미만 생각하면 금세 침이 고인다. 서너 군데 쭈꾸미 맛집이 소개되었다. 빨간 양념을 쓰지 않고 전골처럼 끓여낸 맛집의 사진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서 있는 건물들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쭈꾸미 간판을 단 가게를 찾기 위해서였다. 쭈꾸미라는 단어가 보이면 바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쭈꾸미로 점심상을 제대로 받고 나면 하루 종일 기분 좋을 것 같았다. 쫀득쫀득한 식감과 맛있는 양념이 어우러진다면 밥 두 공기 정도는 금방 해치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