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고 차가운 공기가 세상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겨울의 여정에서 202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이 시기에는 화려한 풍경보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고요함이 더 그리워지곤 하는데요, 안녕하세요! 앰코인스토리 가족 여러분! 이번 여행은 비워냄으로써 비로소 선명해지는 본질을 마주하는 시간, 김포의 ‘장릉’과 ‘김포 아트빌리지’에 다녀왔습니다. 침묵과 온기 사이, 겨울의 여백을 걷는 시간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김포 장릉, 고요의 중심에서 마주한 쓸쓸함의 미학

김포 풍무동의 완만한 능선을 따라 자리한 김포 장릉(章陵)은 조선 제16대 인조의 생부인 원종과 인헌왕후 구씨의 능입니다.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도심 속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밀도 높은 정적이 과거의 시간을 품은 채 묵묵히 흐르고 있는데요, 겨울의 장릉에 들어서는 일은 화려한 수식어를 걷어내고 단정한 본질을 마주하는 일과 닮아 있습니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장릉 내부로 들어서는 길. 역사관을 뒤로하고 관람 방향 안내판의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 발길을 내딛어봅니다. 반쯤 언 흙길이 유독 단단한 질감으로 이어지고 주변으로 앙상한 나뭇가지가 늘어서 있어요. 잎의 무성함 대신 오직 꼿꼿한 선과 깊은 침묵으로만 말을 건네는 시간. 그 고요의 중심에서 마주한 쓸쓸함의 미학은 생의 무게를 묵묵히 받아내는 낮은 숨소리와 같습니다.

저 멀리 언덕 위로 두 개의 봉분이 빼꼼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곳에 닿기 위한 관문에서 홍살문은 붉은 기둥을 하고 이곳이 신성한 지역임을 알립니다. 그곳에서 일직선으로 뻗은 돌길은 향로와 어로로 구분되어 저 멀리 정자각까지 이어집니다. 정자각은 제향을 모시는 건물로, 제향 공간의 중심이 되는 곳입니다. 정청과 배위청의 구성되며, 열린 창문으로 너머의 봉분이 차경으로 다가와 웰컴 인사를 건네옵니다.

장릉의 능선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하늘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 풍경이 마치 잘 정제된 에세이의 ‘여백’ 같은데요, 시선이 머물 곳이 많지 않기에 오히려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발걸음 소리조차 스스로 잦아드는 고요함에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봅니다.


능침을 뒤로하고 고요한 숲길을 따라 주변 산책을 이어갑니다. 겨울의 장릉 산책은 숲의 민낯을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인데요, 내내 무성했던 잎들을 모두 떨궈낸 나목(裸木)들은 거추장스러운 것을 다 버린 채 전라(全裸)의 몸으로 서 있습니다. 걷다 보면, 문득 나무들이 건네는 무언의 문장을 읽게 됩니다. “복잡한 것은 털어내고 살자. 가장 중요한 것만 남겨도 인생은 충분히 짧다.”
앙상함만 남긴 채 겨울을 나는 나무의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이 헐벗음은 퇴보가 아니라 처절한 ‘생존 본능’입니다. 수분을 아끼고 매서운 바람을 견디기 위해 나무는 기꺼이 이별을 선택한 것이지요. 잠시 멈춰 서서 가지 끝을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껍질 아래 작은 혹처럼 돋아난 ‘겨울눈’이 보입니다. 그 안에는 내년 봄에 틔울 꽃과 잎의 설계도가 완벽하게 들어 있겠지요. 겨울 나목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의 증거이며, 긍정의 상징인 것입니다.

길은 장릉저수지로 이어집니다. 원래 이곳은 천연기념물 원앙떼가 수백 마리씩 머물다 가는 중간 기착지이지만, 12월 말의 수표(水表)는 살얼음만이 가득합니다. 원앙은 보이지 않아도, 낮게 내려앉은 햇살이 얼음 표면에 튕겨 나가며 유독 눈부신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재실(齋室)의 툇마루에 앉아 잠시 숨을 고릅니다. 제례를 준비하던 옛 선조들의 발자취가 서린 이곳에서,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올 때 비로소 마음속 소란이 잦아듭니다.

장릉의 숲길을 빠져나오는 길, 왠지 모를 가벼움을 느낍니다. 나무가 그러했듯, 우리도 삶의 군더더기를 조금은 내려놓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텅 빈 숲이 주는 여백은, 다시 채워질 내일을 기다리는 가장 정직한 자세니까요.
과거의 시간을 품은 왕릉 위로 현대의 상징인 비행기가 수시로 궤적을 그리며 지나갑니다. 웅장한 엔진 소리조차 이곳의 고요를 깨뜨리지 못하고 풍경의 일부로 스며듭니다. 겨울의 맑은 공기 속에서 고즈넉한 능을 거닐며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는 시간. 장릉을 나서는 길, 초입의 역사 문화관을 들러 깊이 있는 여정의 마무리도 잊지 않습니다. (다음 호에서 이어집니다)
Travel Tip. 김포 장릉
✔️ 주소 : 경기도 김포시 장릉로 79
✔️ 이용 : 09:00~17:30 (11~1월 기준, 월요일 휴무)
✔️ 입장료 : 성인 1,000원 (김포시민 50% 할인)
✔️ 문의 : 031-984-2897
'Culture > 여행을 떠나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가족과 함께하는 세계여행] 프레이시넷 국립공원 (Freycinet National Park)과 와인글라스 베이 (Wine Glass Bay) 여행 (1) | 2025.12.26 |
|---|---|
| [가족과 함께하는 세계여행] 보노롱 야생동물 보호구역(Bonolong Wildlife Sanctuary) (0) | 2025.11.28 |
| [전남 여행] 자연이 품은 여유, 시간의 향기가 깃든 곳, 전남 담양 호시담 & 죽녹원 2편 (0) | 2025.11.21 |
| [전남 여행] 자연이 품은 여유, 시간의 향기가 깃든 곳, 전남 담양 호시담 & 죽녹원 1편 (1) | 2025.11.14 |
| [가족과 함께하는 세계여행] MONA 미술관 (0) | 2025.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