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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나에게 찾아온 행운

by 앰코인스토리.. 2025. 11. 26.

사진출처 : freepic.com

지난 토요일은 ‘제10회 명품 구로 둘레길 경기대회’가 열린 날이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비는 그치고 완연한 가을 날씨다. 온수역에 내리자마자 누군가 껴안기에 올려다보니 2년 전에 온수복지관에서 같이 활동한 형님이다. 출발 장소에는 이미 1,000명이 넘는 참가자가 도착해 있었고, 빵과 생수를 챙겼다. 간단한 인사말이 끝나고 몸 풀기가 끝나자 바로 출발이다.

 

지인은 아내와 이야기 중이라 먼저 경품권을 받았더니 200번대이고, 지인은 예상치 못한 참가자가 늘어나 수기로 적은 1,000번대를 받았다. 여섯 명이 동행이 되어 한담을 나누면서 철길을 건너고 고즈넉한 수녀원과 한때는 명물이었던 항동철길도 거쳤다.

여기까지는 인파가 물 흐르듯이 움직였는데, 갑자기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것을 보니 천왕봉으로 오르는 모양이다. 여기저기에서 힘들다는 소리가 연거푸 나오는데, 다섯 살짜리 어린이는 에너지가 넘치는지 부모보다 앞장서 있다. 낮은 산이라 단풍을 구경하기는 어렵지만, 싱그러운 숲 냄새가 가슴을 정화시킨다.

 

천왕봉부터는 내리막길로 캠핑장이 가까워지니 긴 대기 줄이 이어진다. 앞에서 구청 직원들이 경품권을 완보증과 교환하고 있다. 건너편에 보이는 산세가 아름다워 마치 <나는 자연인이다> 촬영장에 온 기분이 들었다. 추첨 시간까지는 20여 분가량 남았다. 그 시간도 지루하지 않게 구청 직원의 노래 솜씨가 흥을 돋운다.

 

드디어 추첨이다. 차례대로 당첨자를 호명하는데 10명이 아니라 50명이다. 주위에서는 흥분된 소리와 축하의 말이 오가고, 시간이 흐를수록 상품 수량은 줄어들지만 금액은 올라간다. 이제 백화점 상품권을 받을 세 명만 남았다. 처음 참석한 행사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불현듯 ‘227번’을 부르는 소리가 귀를 울린다. 오른손을 번쩍 들어 흔들면서 나갔더니 2등으로 당첨되어 롯데백화점 30만 원권을 받았다.

 

초등학교 6년간, 무려 열두 번의 소풍에서도 선생님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은 적이 없는데 1,300여 명 중에서 두 번째라니! 봉투를 열어보면서 즐거워하던 와중, 구청 직원이 인적사항을 묻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알린다. 엉겁결에 건네주는 당첨자 패널을 들고서 폼을 잡았다. 마치 프로야구 선수가 MVP가 된 기분이다. 구청 직원들의 숙련되고 차분한 진행으로 한 시간여의 추첨 행사도 계획된 시간 내에서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참가자 반 이상이 앞서 받은 상품이나 신라면이 든 박스를 챙겼다. 일행 여섯 명이서 라면을 나누어 가지고는 점심과 커피를 마시면서 화기애애한 반나절을 보냈다.

 

글 / 사외독자 이선기 님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