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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도자기 머그컵

by 앰코인스토리.. 2025. 8. 25.

사진출처 : freepic.com

전화가 왔다. 작은 선물을 보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머그컵은 두세 개 있었기에 “괜찮습니다. 굳이 안 보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하고 정중히 사양했다. 하지만 꼭 보내주겠다고 하여 주소를 불러주었다. 이틀쯤 지나 택배 문자가 왔다. ‘문 앞에 두고 갑니다.’ 밖으로 나가 보니 제법 큰 박스가 있었다. 칼을 칼집에서 꺼내어 테이프를 잘랐다. 에어캡 포장재가 보었다. 에어캡을 들어내자 하얀색 충격완화 포장재가 보였다. 꼼꼼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포장재까지 옆으로 치우자 다시 작은 박스가 나왔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한 친구가 주었던 선물이 생각났다. 커다란 박스였기에 은근히 기대하면서 뚜껑을 열자 작은 박스가 나왔다. 그 박스 뚜껑을 다시 열자 또 다른 박스가 나왔다. 여러 번 뚜껑 열기를 반복해야 마지막 작은 박스가 나왔었는데,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테이프를 뜯어냈다. 하얀색 종이가 보였다. 언젠가 한번 본 듯한 그런 재질의 종이였다. 이 역시도 도자기 충격완화를 위한 장치를 한 것이었다. 노력과 정성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드디어 머그컵 실물이 드러났다. 머그컵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찰나,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이 머그컵은 겉면이 14각형으로 되어 있었다. 어른 손가락 하나 정도의 폭이었다. 안은 여느 머그컵 같은 동그란 모양이었다. 도자기의 색채가 담긴 파란색 꽃 모양이 머그컵 손잡이 옆에 그려져 있었다. 손잡이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들어보았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크기는 일반 머그컵보다는 커서 대용량 정도였다. 표면의 꽃 모양과 구색을 맞추려고 했던 듯, 마주보는 면 안쪽에는 작은 꽃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안과 겉이 둥그런 머그컵만 봐와서 그랬을까. 이질감보다는 신선함이 느껴졌다.

 

예전에 자취할 때 비누를 사기 위해 마트에 들어가 비누를 고르면서 바로 옆에 있던 비누 케이스를 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살림살이 늘리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물건을 굳이 늘려서 사지는 않는 때였다. 비누를 둘러싼 속비닐을 비누 케이스 대신 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케이스가 없으니 비누를 쓰고 나면 항상 물러졌다. 물컹물컹한 비누에 닿았을 때의 기분도 개운하지 않았다. 그래서 큰맘 먹고 비누 케이스를 집어들었고, 그 이후로 비누를 기분 좋게 사용할 수 있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이 머그컵도 작지만 순간순간 즐거운 행복을 주는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 한 모금,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이 도자기 머그컵을 이용한다. 우리는 반려처럼 함께하는 사이가 되고 있다. 우연으로 만났지만 필연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쓸 때마다 테이블 옆에는 도자기 머그컵이 놓인다. 한번 바라보고 모니터를 보면 머리가 더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도 함께 하는 친구처럼 오래오래 함께했으면 한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