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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음악감상실] Moderato! 온화하게 보통 빠르기로 듣는 클래식 음악

by 앰코인스토리.. 2025. 5. 23.

클래식 음악의 제목은 작곡가, 악기 형태, 곡 번호, 음의 조성, 작품을 출판한 번호, 부제, 빠르기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Beethoven Violin Sonata No.5 in F Major Op.24, Allegro 순으로 ‘베토벤/바이올린 소나타/5번/F장조/작품번호24’와 같은 순서입니다.
 
즉, 제목을 보면 곡에 대한 전반적인 줄거리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베토벤이 작곡한 바이올린 독주곡 중 5번째 곡이며 F장조로 음이 구성되고 베토벤이 24번째로 출판한 작품으로 유쾌하게 연주하는 곡이라고 풀이하면 됩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형식에서 제목은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Op(Opus) 번호가 낮으면 낮을수록 작곡가가 먼저 작곡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짜르트 레퀴엠 D단조 K 626. Mozart - Requiem in D minor, K. 626

영상출처 : youtube.com/watch?v=8Ra0wDScRwg&t=473s

 
슈베르트(D), 바흐(BWV), 모짜르트(K)의 경우, 작품을 정리한 사람의 이니셜을 사용하는 것이 좀 다른 것이 특징입니다. 모짜르트의 곡에는 K를 사용합니다. 작품을 분류한 독일인 쾨헬(Ludwig Alois Ritter von Kochel)의 첫 글자입니다. 지금 감상한 곡은 모짜르트의 마지막 작품으로, 그가 평생 동안 626곡을 작곡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빠르기로 연주하라는 뜻의 모데라토(Moderato)는 안단테(Andante, 느리게)와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의 중간 속도를 말하며, 온화한 또는 보통의 속도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입니다. 일반 사람의 도보 속도는 분당 60에서 120m입니다. 이를 메트로놈으로 변환하면 60에서 120BPM이 나오는데, 모데라토(Moderato)의 속도는 80~116으로 셋팅해 연주합니다.
 
모데라토로 연주하라는 지시는, 사람의 걷는 속도에 맞춘 것이라 이해하면 됩니다. 보통 빠르기로 연주된 곡을 보면 부제목을 가지고 있는 곡이 많습니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의 경우, Allegro Moderato(적당히 발랄하게)라는 지시와 함께 ‘작은 종(La Campanella)’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론도 ‘작은 종’ Paganini Violin Concerto No 2 in b minor, Op 7 III Rondo ‘La Campanella’

 영상출처 : youtu.be/Yas4fYnReFc

 

 보통의 삶은 현대인에게는 다소 어려운 문제입니다. 시간은 돈이라는 강박에 좀 더 빠르게 혹은 좀 더 높게 인생을 어떤 것의 꼭대기에 놓아두고자 온 힘을 쓰기 때문에 찬찬히, 온화하게, 보통 빠르기의 말들이 낯선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음악도 현대적이라 하면 날카롭거나 빠르거나 혼돈스러운 심리를 묘사하는 작곡이 많습니다.
 
하지만 낭만파 시대의 작곡가들은 풍부한 악기의 발전으로 인해 감성적이고 자연적이며 인간적인 곡을 작곡했습니다. 5월은 풍부함이 자라나는 계절입니다. 꽃이 화려하고 풍성한 것은 그만큼 열매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살벌하고 날카로운 현실의 삶에 온화하고 부드러운 계절인 5월은 Moderato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임에는 틀림 없어 보입니다.

슈만 시인의 사랑 중 ‘아름다운 5월에’ Shuman Dichter Liebe Op.48 Im wunderschönen Monat Mai

영상출처 : youtube.com/watch?v=k5zLq5yhyeU

 

 한국의 5월 기념일들을 보면 5월 5일 어린이날, 5월 8일 어버이날, 5월 15일 스승의 날 등과 같이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들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가족의 화목과 평화가 사회의 안정과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한국인의 전통적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리스 신화의 술과 다산, 풍요의 신 디오니소스가 매년 겨울에 죽었다가 5월에 부활한다는 전설과 연결하여 5월에 결혼하면 새로운 생명과 행복이 깃든다는 믿음이 생겨났고, 이것이 5월의 신부라는 말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는 것 같이 온화하고 꽃이 만발하는 시기이므로, 새로운 시작과 생명력의 이미지를 결혼에 연결해 축복을 더해주고 싶은 아버지와 어머니들의 마음이 5월의 신부라는 명칭에 반영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중 혼례의 합장 R. Wagner Opera ‘Lohengrin’ The bridal chorus

영상출처 : youtu.be/KddhSYezYQU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이 글을 연재할 즈음부터 시작된 전쟁은 당시의 바람과는 다르게 여전히 세상 사람들에게 평화를 기원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5월은 모두를 위한 달입니다. 어버이를 생각하고 아이들을 챙기고 나라의 안녕을 바라는 달입니다. 잠시만이라도 5월에는 평화로웠으면 좋겠습니다.
 
5월의 지난 아픈 상처가 아물고 있는 자리에는 굳건한 새로운 세포로 채워지고 있고, 발전과 안녕이라는 새 살로 치유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법으로 5월은 전쟁이 없는 달로 정하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전쟁과 다툼에서 벗어나 서로 손잡고 왈츠를 추는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한 평화를 구하는 것이 욕심이라고 한다면, 5월에 허락된 30일만이라도 녹색 푸르름 아래 아이들의 밝은 미소를 보고 싶습니다. 그래야 아직 남은 계절들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한 스트라우스 2세 봄의 소리 왈츠 Op.410 Johann Strauss II: Voices of Spring, Waltz, op. 410

영상출처 : youtu.be/5wMBk2J98yw


※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