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집들은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의 집들이 모두 나무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물며 산불이나 토네이도,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가 빈번히 일어나는 지역에서조차 모두 나무로 지어져, 화재가 난 후엔 집의 형태가 흔적 없이 사라지거나 태풍에 날려 잔해만 남은 사진들을 자주 보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왜 집을 나무로 짓는 것일까요?
먼저, 그 배경을 알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 19세기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미국은 철도, 화학, 자동차 등 다양한 공장들을 마구마구 짓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일자리를 위해 사람들은 공장으로 몰리기 시작했고, 공장 주변에는 노동자들이 살 곳이 필요해졌지요.
당시 석재와 철재, 시멘트, 골재 등은 산업화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재료였기 때문에 매우 귀한 재료들로 취급을 받았습니다. 반면, 나무는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지요. 당시 주택업자들은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주택을 지어야 했기 때문에 경량목 구조라는 공법을 개발했습니다. 이 공법은, 가늘고 얇은 목재로 집의 뼈대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재료가 가볍기 때문에 중장비 없이 사람이 들고 나를 수 있고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지 않았기에 못과 망치만 있으면 누구나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일반인들도 몇 년에 걸쳐 자기 집을 자기가 직접 짓는 광경도 목격할 수 있지요. 결국은 나무가 흔하고 다른 자재들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럼 2000년대 이후에도 왜 여전히 나무로 집을 짓는 것일까요?
현재 미국에는 환경규제 등으로 벌목을 규제하고 최근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목재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나무 가격이 폭등했는데도 그 가격이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나무를 사용하는 이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경량목 구조가 너무나 경제적이고 수요가 받쳐주다 보니 새로운 공법을 도입할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요. 즉, 이미 주택산업에서 고착화가 되어 버린 겁니다.
또한, 목재 주택은 경제성 외에는 엄청나게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의 목재에는 원목을 사용했지만 현대의 목재는 ‘공학목재’를 사용합니다. 이는 목재 조직을 파쇄한 다음 다시 접착하거나 압축하여 내구성과 강도를 높은 목재를 말합니다. 인장력과 하중을 버티는 힘이 모두 뛰어나기 때문에 6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내진에 대해서도 철근 콘크리트보다 훨씬 강합니다.
또다른 이유는, ‘화재’에 대한 안정성입니다. 건축에서 화재가 위험한 이유는 불에 잘 타고 안 타고가 아니라 불이 얼마나 빨리 번지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화재사고는 집이 무너져서 사망하는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 불이 번져서 생긴 열기로 정신을 잃거나 건축 자재가 타면서 발생하는 가스로 인해 질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목재 구조물은 불이 잘 붙기는 하지만 쉽게 불이 번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화재 조기 진화나 대피할 시간이 있는 반면, 콘크리트는 불이 붙진 않지만 이것을 덮고 있는 내외장재들이 불에 잘 타는 재질이지요. 그로 인한 질식 인명 사고가 더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토네이도나 허리케인이 빈번한 지역은 지하는 콘크리트로 지어놓고 지상은 목재로 지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심한 허리케인은 콘크리트로 집을 지어도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나무는 ‘내구성’ 또한 뛰어납니다. 건축용 공학목재의 수명은 100년 이상이며, 교체와 수리가 용이한 목조주택의 특성상 방수와 방무만 잘 되어 있다면 수백 년을 버티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정리하자면, 미국은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 시공하는 건설사, 감리사, 보험사, 금융기관 그리고 철거업체까지 애초에 목재에 맞춰서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목조주택을 계속 고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미국 사람을은 목조주택에 익숙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목조로 집을 짓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반면, 목조주택의 단점들 또한 많을 수 있습니다. 방음에 취약하고 주기적으로 관리해 줘야 하고 손이 많이 가는 것은 맞습니다. 그래서 많은 집주인들이 주말에는 이런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요. 이게 좋든 싫든 집안일에 더 충실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사진출처 : 어도비스톡
'Community > 해외 이모저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만 특파원] 세미콘 타이완 2024 (1) | 2024.09.24 |
---|---|
[일본어 탐구생활] 내 머리속의 지우개 (私の頭の中の消しゴム) (0) | 2024.09.23 |
[중국어 탐구생활] 5-10분 정도의 준비 운동을 합니다 进行5-10分钟的热身运动 (0) | 2024.09.19 |
[일본어 탐구생활] 22년 후의 고백 (22年目の告白, 私が殺人犯です) (0) | 2024.08.28 |
[미국 특파원] 적응이 안 되는 미국의 문화들, 2편 (0) | 2024.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