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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일본어 탐구생활] 내 머리속의 지우개 (私の頭の中の消しゴム)

by 앰코인스토리.. 2024. 9. 23.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한국 멜로를 논할 때 매회 언급되는 작품,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의 명대사입니다.

 

주변 환경과 대상, 그리고 기본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플러팅에 활용되며 수많은 썸남썸녀의 이별을 가져왔다고 하는 이 대사는, 무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데요, 이것을 보면 당시의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했던가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혹시 독자분들께서는 이 장면이 무려 K3사업장의 외벽 펜스 쪽에서 촬영되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영화가 개봉한 2004년으로부터 1년이 지난 2005년의 어느 날, K3사업장으로 갓 입사한 새내기였던 필자는 선배로부터 그 날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K3 사업장을 끼고 효성자동차학원으로 향하는 좁은 골목길, 그리고 촬영이 진행되던 그날 밤. 늦은 시각 길목을 밝히는 가로등의 불빛보다도 촬영장을 지켜보는 사원들의 눈빛이 더욱 빛나고 있었다고요.

 

사진출처 : 다음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는 욘사마 배용준과 함께 영화 <외출>에서 열연을 펼친 손예진 주연이라는 점과 일본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 등을 내세워 공격적인 홍보를 감행했고, 무려 3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지 개봉일로부터 2년이 지난 2007년에는 후카다 쿄코, 오이카와 미츠히로 주연의 드라마로 제작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일본 관객들로부터 ‘지금까지 제일 울게 만든 영화’, ‘고통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영화’, ‘CM만으로도 울게 만드는 영화’라는 호평이 일색인 <내 머리속의 지우개>의 대사들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ねえ、こんな経験ある?

네에, 콘나 케켕 아루?

있잖아, 이런 경험 있어?

いつもの道で迷う事。。。

이쯔모노 미치데 마요우 코토…

매일 가던 길을 헤매는 일…

最近, 家への帰る道が分からなくなるの。。。

사이킹, 이에에노 카에루 미치가 와카라나쿠 나루노…

최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헷갈려…

 

今日は何日?

쿄우와 난니치?

오늘은 몇 일이지요?

妹さんの歳はいくつ?

이모우또상노 토시와 이쿠쯔?

여동생분의 나이는 어떻게 됩니까?

道を渡れるのは信号が何色の時?

미치오 와타레루노와 신고가 난이로노 토키?

길을 건널 수 있는 것은 신호가 무슨 색일 때인가요?

十八に十九を足すといくつ?

쥬하치니 쥬큐오 타스토 이쿠쯔?

18에 19를 더하면 얼마입니까?

 

あの日, あの頃, あの思い出。。。

아노 히, 아노 코로, 아노 오모이데…

그 날, 그 시절, 그 추억…

彼女は全ての記憶を失うとしています。

카노죠와 스베떼노 키오쿠오 우시나우토 시떼이마스.

그녀는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려 합니다.

 

経験 (케켕) : 경험, 실제로 보거나 듣거나 해 보는 것, 철학

迷う (마요우) : 헤매다, 방향을 잃다

最近 (사이킹) : 최근, 현재에서 가장 가까운 과거

帰る (카에루) : 돌아가다, 돌아오다

妹 (이모우또) : 여동생, 누이동생

歳 (토시) : 나이, 연령

いくつ (이쿠쯔) : 몇 개, 몇 살, 몇

渡る (와타루) : 건너다, 건너가다, 건너오다

信号 (신고) : 신호, 신호 장치

足す (타스) : 더하다, 채우다, 보태다

全て (스베떼) : 모두, 전부, 일체, 전체

記憶 (키오쿠) : 기억

失う (우시나우) : 잃다, 잃어버리다

 

“멀어지는 너의 뒷모습에서 감출 수가 없이 눈물이 흐르던….”

부활 9집 <Over the Rainbow>의 타이틀곡이자, <내 머리속의 지우개>의 OST로 유명한 <아름다운 사실>의 가사입니다. 부활의 노래라면 늘 그렇듯 김태원 작곡의 곡으로, 2003년 당시 시한부 판정을 받은 김태원이 생사의 기로 속에서 자신의 아내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이자 유작으로 남기려 했던 곡이라고 하지요.

 

아이돌 독주 추세가 꾸준한 최근의 대중가요를 바라보면 <아름다운 사실>을 비롯해 부활의 대표곡인 <사랑할 수록>, <네버 엔딩 스토리>와 같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따뜻한 기타 톤, 깊은 비브라토의 곡들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아무리 가사와 멜로디에 비중을 두는 시대는 끝나고, 듣기 좋고 신선한 사운드로 사람들의 고막을 후벼 파는 시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필자는 최근 트렌드인 ‘이지 리스닝(일상생활 속에서 음악을 배경음악처럼 깔아놓고 가볍게 듣는)’과는 거리가 먼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처럼 돌아오는 주말에는 2000년대 곡들이 전해주는 잔잔한 멜로디와 가사에 집중하며 옛 감성에 젖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