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발견들 4편,
아인슈타인과 광전 효과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러시아는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잔혹한 역사를 써가고 있었고, 독일은 화학자 요한 프리드리히 빌헬름 아돌프 폰 바이어(Johann Friedrich Wilhelm Adolf von Baeyer, 1835~1917)의 ‘유기 염료와 하이드로 방향족 화합물에 대한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으며, 대한제국은 일본의 강압으로 을사늑약을 맺어 주권을 빼앗기고 있었던 1905년, 또 다른 역사는 그 해를 ‘기적의 해’로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1905년,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1905년, 청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현대 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논문 세 편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광전 효과, 브라운 운동, 그리고 특수 상대성 이론입니다. 주제만 듣고도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라는 의문이 들지요. 그도 그럴 것이 이 논문들은 물리학 연구에서 가지고 있던 여러 고민을 일거에 해결함과 동시에 현대 물리학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스물여섯 살에 상대성 이론과 광전 효과 이론을 정립하며 현대 물리와 여러 공학 기술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광전 효과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상대성 이론은 각종 미디어와 책을 통해 워낙 많이 소개되고 다뤄졌기 때문에, 과학에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만큼 유명한 이론입니다. 상대성 이론을 소재로 한 영화도 이미 여럿 있지요. 영화 <혹성 탈출>이 그중 하나입니다. 지구에서 발사된 우주선은 광속에 가까운 상태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구에 있는 사람들과 우주선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게 영화 속 설정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에서는 블랙홀 근처에 있는 행성에 잠시 착륙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에 있는 주인공의 딸의 시간보다 훨씬 느리게 지나가는 것을 다룬 장면도 상대성 이론을 적용한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1905년에 발표한 특수상대성 이론이 아닌 1915년에 발표한 일반 상대성 이론이 적용된 장면이지만, 미디어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이 ‘아인슈타인’ 하면 ‘상대성 이론’을 떠올릴 만큼 그의 대표적 이론으로 알고, 상대성 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921년 실제로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이론은 ‘기적의 해’에 가장 먼저 발간한 광전 효과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광전 효과가 무엇이기에, 그 유명한 상대성 이론을 제치고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안겨주었을까요?
‘빛은 파동인가, 입자인가’ 아인슈타인이 광전 효과를 제안하기 전까지 이에 대한 갑론을박은 늘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습니다. ‘빛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수많은 가정이 있었지만 크게 두 가지로 좁혀졌고, 그 두 가지가 바로 빛은 입자라는 입장과 파동이라는 입장이었지요. 빛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17세기 초기에는 빛이 파동이라는 입장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불리는 아이작 뉴턴은 당시 빛을 입자라고 주장했습니다. 빛은 입자로서 직진하는 성질을 지녀 장애물을 만나 투과하지 못하는 경우 그림자가 생기기 때문에 이것은 빛이 입자임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뉴턴의 말은 곧 이론의 타당성을 부여하는 당시의 시대 상황에 빛은 입자로서 그 시대의 빛의 정의가 바뀌게 되었지요. 하지만 18세기에 이르러 토마스 영(Thomas Young, 1773~1829)은 물리학 수업에서 흔히 들어보았을 ‘이중 슬릿 실험’을 통해 빛이 다시 파동이라는 것을 증명해 내었습니다. 토머스 영의 실험 이후 현대의 전자기학을 정립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의 연구 또한 빛이 파동이라는 사실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한 가지 대상에 대해 완전히 다른 두 관점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요?
대부분의 실험에서 빛은 파동처럼 행동했지만, 여전히 파동으로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존재했습니다. 1887년 독일의 물리학자 하인리히 루돌프 헤르츠(Heinrich Rudolf Hertz, 1857~1894)는 금속판에 빛을 비출 때 무언가 튀어나오는 현상을 발견했고, 이것은 빛이 파동이라는 당시 시대의 주류 입장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었습니다. 1902년 독일의 필립 레너드(Philipp Eduard Anton von Lenard, 1862~1947)는 빛을 금속에 쪼이게 되면 전자가 방출되는데 이것은 빛의 파장과 관련된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러니까 빛의 세기를 강하게 했을 때 전자가 더 잘 방출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파장 영역의 빛을 쏘아주는 것이 전자가 방출되게 하는 조건이었다는 것이지요.
이 현상은 당시 빛이 파동이라는 의견이 주류인 상황에서 빛이 파동이라는 성질로서는 설명하기 힘든 실험 결과였지요. 빛이 파동이라면 빛의 세기가 강해지면 결국은 금속판에서 전자가 방출되어야 하는데, 빛의 세기를 아무리 올려도 전자가 방출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 현상을 막스 플랑크(Max Karl Ernst Ludwig Planck, 1858~1947)의 양자 이론, 즉, 빛 에너지는 양자화되어있다는 가설과 엮어내었습니다. 막스 플랑크의 양자 이론은 빛은 연속적이지 않으며 빛이 가지는 에너지는 진동 수와 비례 상수를 곱한 불연속의 값만을 가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플랑크가 제안한 양자 이론으로부터 광전 효과를 설명해냈는데요. 금속판의 전자가 방출되기 위해서는 특정 에너지 이상이 흡수되어야 하는데, 이 특정 에너지는 빛의 진동 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빛은 입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증명해냈습니다. 파장은 진동 수와 역수 관계에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파장에서만 전자가 방출된다는 이전의 광전 효과 실험을 잘 설명할 수 있게 되었지요. 또한, 전자를 방출시키는 특정 파장에서 빛의 세기가 강해질 때 더 많은 전자가 방출되는 것도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잘 맞아떨어지는 현상이었습니다. 이 광전 효과 이론을 통해 빛은 파동, 입자 성질 모두를 갖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광전 효과 이론으로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단독으로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광전 효과는 빛의 본질을 설명하는 학술적인 역할과 더불어 현재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친근한 물리 현상인데요, 지구 온난화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하여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태양광 발전은 광전 효과를 활용하여 전기를 생산해내는 신재생 에너지 방식입니다. 태양전지는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의 접합 구조로 이 태양전지에 빛을 받게 되면 광전 효과에 의하여 전자와 정공이 발생합니다. 발생한 전자와 정공은 PN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내부 전기장에 의하여 전자는 N형 반도체로, 정공은 P형 반도체로 이동하게 되는데요, 이때 전자가 이동하면서 전류가 발생합니다.
한때 코로나로 우리 생활이 멈추었던 때가 있습니다. 모든 공공시설에는 체온계와 손 소독제가 비치돼 있었지요. 하지만 공항이나 시청과 같은 대형 공공기관은 체온계 접촉으로 인한 감염의 문제와 함께 수많은 사람의 체온을 일일이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바로 ‘적외선 카메라’입니다. 최근에 여행을 다녀온 분이라면 입국장에 설치된 적외선 카메라를 보셨을 텐데요, 적외선 카메라도 광전 효과를 이용한 장치입니다. 빛은 모든 파장의 전자기파를 가지고 있습니다. 적외선 카메라는 적외선 파장 영역의 전자기파만 받아들이는 것인데요, 모든 물체는 표면 온도에 따른 전자기파를 내놓는데 이 전자기파의 양에 따라 전류의 크기가 달라지고 이 전류의 크기를 디지털 값으로 전환하게 되면 우리가 볼 수 있는 이미지로 변환되지요.
세상에는 정말 대단한 발견과 발명들이 존재하지만, 아인슈타인의 광전 효과는 실험 이전과 이후가 나뉠 만큼 대단한 발견입니다. 1905년만큼 다시 한번 엄청난 ‘기적의 해’가 올지, 온다면 그게 언제일지 자못 궁금해지는데요, 우리나라 어느 과학 실험실에서 이 ‘기적의 해’에 필적할 만한 대단한 성과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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