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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onductor/스마트 Tip

[노벨상 다시 보기] 세상을 바꾸는 발견들, 3편

by 앰코인스토리.. 2024. 7. 26.

세상을 바꾸는 발견들,
아토초 과학

 

사진출처 : 픽사베이

벌써 7월, 눈 깜빡할 사이에 올해도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세월이 쏜살같지요? 그런데 여기서 ‘눈 깜빡할 사이’란 실제 어느 정도의 시간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눈꺼풀이 한번 내려갔다 올라오는 데는 0.1초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쏜살’은 또 어떨까요? ‘쏜살’은 ‘쏜 화살’의 준말로 국궁을 기준으로 시속 216㎞ 정도의 빠르기입니다. 빠른 순간을 지칭할 때 ‘찰나(刹那)’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찰나는 불교 용어로 75분의 1, 즉 0.013초에 해당하는 시간이지요.

 

그런데 빨라도 너무도 빨라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도저히 우리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움직임이지요. 우리는 그것들을 밀리초, 마이크로초, 나노초, 피코초, 펨토초, 아토초의 단위로 표현합니다. 그 빠르기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지요? 시간을 이렇게까지 잘게 쪼개어 단위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분자 속 전자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단위는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밀리초 : 1,000분의 1초

마이크로초 : 1,000,000분의 1초, 100만분의 1초

나노초 : 1,000,000,000분의 1초, 10억분의 1초

피코초 : 1,000,000,000,000분의 1초, 1조분의 1초

펨토초 : 1,000,000,000,000,000분의 1초, 100조분의 1초

아토초 : 1,000,000,000,000,000,000분의 1초, 100경분의 1초

 

아토초와 펨토초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과학자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단위입니다. 아토초는 분자 속 전자가 움직이는 시간 단위입니다. 분자들이 회전하거나 해리하는 현상은 펨토초 단위에서 일어나지만, 원자에서 전자가 이온화되는 현상이나 전자가 원자핵을 돌 때와 같은 분자 아래의 현상은 아토초 단위에서 일어납니다. 수소 원자에서 전자가 원자핵을 한 바퀴 돌 때 150아토초가 걸리지요.

 

사진출처 : DIPC (https://dipc.ehu.eus)

그렇다면 원자와 전자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이를 포착해내는 일이 왜 중요할까요? 세상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고 그 최소 단위는 ‘전자’입니다. 원자의 전자 수와 그 구성은 각기 다른데요, 예를 들어 수소 원자에는 전자가 1개뿐이고 산소 원자에는 8개의 전자가 있지요. 이러한 원자 속 전자들은 어떤 요인에 의해 재배열이 이뤄지는데 이 재배열을 통해 그 물체가 가진 성질이 더욱 정밀하게 바뀌기도 합니다.

 

그 예를 들어볼까요? ‘흙’이라는 재료는 물에 이겨 말리기만 해도 형태가 유지되지만, 불에 구우면 더 단단해지고 형태가 오래 유지됩니다. 이는 높은 열로 인한 화학반응으로 원자끼리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결합을 만든 거지요. 바로 전자의 재배열이 일어난 것입니다. 철은 어떨까요? ‘합금’의 과정을 통해 강도, 신축성, 절삭성, 연신율, 내충격성, 용융점, 내부식성을 등을 높입니다. 이 역시 전자 재배열을 통해 얻는 효과입니다. 이 때문에 인류 문명은 바로 전자 재배열을 통해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진출처 : https://m.blog.naver.com/applepop/222010022426

이러한 전자의 재배열을 통제할 수 있다면 인류는 어쩌면 세상의 많은 물질을 다스릴 수 있는 비밀 병기를 손에 넣는 것이나 다름이 없겠지요. 이 때문에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는 전자가 어떻게 이동하고 재배열되는지 알아내고자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전자의 속도는 빨라도 너무 빠르지요.

 

이러한 가운데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은 아토초 단위의 빛을 생성하고 측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3인의 과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안 륄리에, 피에르 아고스티니, 페렌츠 크라우스 교수가 그 주인공이지요. 이들은 아토초 단위의 빛 펄스(진동)를 생성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는데, 이는 원자 내부의 전자가 이동하거나 에너지를 변화시키는 빠른 과정을 측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극도로 짧은 빛의 펄스를 생성하는 방법입니다.

 

사진출처 : AFP연합뉴스

2023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3명의 과학자들

영상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NfmSjGbnEWk

 

빠른 전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는데 왜 극도의 짧은 빛의 펄스가 필요할까요? 조금 쉽게 이해하기 위해 사진 촬영의 원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물을 촬영해보면 흔들린 상태로 찍힌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강력한 플래시를 터트려 빛을 보내면 순간을 정지시킨 듯 포착할 수 있지요.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가 빠를수록 순간 포착이 잘되는 것처럼, 초당 70㎞로 이동하는 전자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밝은 빛을 쏘아야 하는데, 엄청나게 밝은 빛은 ‘높은 에너지를 가진 빛’ 즉, 짧은 시간에 발생하는 빛의 진동(펄스)을 가진 것을 의미합니다.

 

실시간으로 전자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전자가 재배열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더 짧은 빛의 펄스가 필요합니다. 이전까지 과학자들은 펨토초 펄스를 사용할 수 있었고, 이는 전자에 비해 무겁고 느리게 움직이는 원자핵의 움직임 정도를 연구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번 연구로 아토초 펄스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전자 재배열이라는 미지의 세계가 열리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와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출처 : Penn Medicine (www.pennmedicine.org)

특히, 의학과 화학 분야에 눈부신 발전이 기대됩니다. 방사선 등으로 비이상적 상태가 된 전자가 유전자(DNA)를 손상시키는 순간을 포착해 유전병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 수도 있습니다. 음식이나 약을 먹었을 때 몸에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직접 관찰하여 신약을 개발할 수도 있고요. 식물이 빛을 받아 영양분을 만들어 내는 광합성의 순간도 지켜볼 수도 있습니다. 단시간 내 레이저 연발이 가능해지므로 군사 분야에 획기적 무기를 개발해낼 수도 있습니다.

 

아토초 제어, 발생, 측정 및 초고속 분광학 기술을 포함한 아토초 과학은 미국을 포함해 독일, 일본 등이 선두 연구그룹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초강력레이저 부분에서 선두권에 위치하고요. 한국기초과학연구원의 초강력레이저 연구단은 레이저 세기 면에서 3년째 세계기록을 유지하고 있고, 2016년 세계에서 출력이 가장 높은 4,000조W급(지구가 태양으로부터 1시간 동안 받는 전체 빛 에너지양의 4% 정도의 출력) 레이저를 개발해 현재도 가동 중입니다.

 

KERI RSS에서 우리나라와 러시아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펨토초레이저시스템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출처 : KERI RSS)

빛을 얼마나 작은 공간 안에 집중시킬 수 있는가를 좌우하는 레이저의 세기도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2021년 4,000조W 레이저빔을 지름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공간에 집속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전 세계 발전 용량의 1천 배에 달하는 힘을 머리카락보다 얇은 공간에 집속시켰다는 말이지요. 이 역시 세계 신기록입니다. 우리 과학자들의 실력이 대단하지요?

 

펨토초 기술은 안과의 스마일 라식 장비에 이미 적용되고 있습니다. 아토초의 영역으로의 도약은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와 함께 다시금 비약적인 문명의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루빨리 아토초 시대가 열려 원인을 알 수 없었던 희귀병 등으로 더는 고통받지 않는 세상을 꿈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