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은 누구든지 누구와 또는 무엇이건 간에 한번쯤은, 아니 수없이 인생에서 경험하게 되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가슴 속을 아리게 하기도 하고 두근거리게도 하고 눈물이 앞을 가리게도 합니다. 이별(離別)은 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할 것을 전제로 하거나 남녀 관계 따위를 끊기 위해 서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가만히 보면 일방적인 떠남이 아니고 협의로 헤어지는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떠남을 통보해야 이별이 성립되는 것입니다. 그저 자기 갈 길을 가는 것이지만 관계는 끊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완전한 이별은 죽음뿐이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베토벤 고별 소나타 Beethoven Piano Sonata No.26 in E-Flat Major Op.81a II Andante- Espressivo
영상출처 : https://youtu.be/Z6o36M66_Rk
헤어짐을 뜻하는 단어에 이별과 작별(作別)이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로는 어찌 할 수 없이 헤어지는 것을 이별이라 하고, 자신의 의지로 힘껏 갈라서는 헤어짐을 작별이라고 합니다. 작별의 한자를 보면 만들다는 뜻의 (작, 作)이 사용됩니다. 이별은 ‘겪는’ 것이고 작별은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별보다 작별이 내 입장에서 보면 더 멋져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요.
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 Marcello : Oboe Concetro in D Minor
영상출처 : https://youtu.be/kA3Qx2mNnYA
이별을 잘 표현한 음악 중에 하이든의 교향곡 <고별>이 유명합니다. 이 곡은 오랜 기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궁정 음악가들을 위로하기 위해 하이든이 작곡을 했고, 4악장의 피날레 부분에서 연주가들이 한 명씩 무대를 퇴장하면서 마지막에는 두 명의 바이올린 연주가만 남는 퍼포먼스를 보여줌으로써 작곡가의 의도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이든 교향곡 고별 Hyden “Farewell” Symphony No.45 4th Finale
영상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xgAzj7zsAnY
이별은 슬픔이 동반됩니다. 슬픔은 있어야 할 존재가 없어졌거나 채워져야 할 감정이 부족할 때 가슴 속의 내면이 표출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탈리의 샤콘느를 들어보면, 정말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와 공유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멀리 떠나보내야 하는 헤어짐은 가슴에 커다란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슬픔에 빠져 있는 동안 마음 속 빈 공간을 다시 채울 것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비탈리 샤콘느 Vitali : Chaconne for Viloin and Organ
영상출처 : https://youtu.be/GZ-MYezN88U
슬픔과 공존하는 이별들 중에 가장 최고의 존재는 죽음이라 생각됩니다. 죽음은 다시 만남을 기약하지 않습니다. 죽음 자체만으로도 헤어짐의 결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죽음이 아니더라도 만날 수 없는 이별은 존재합니다. 우리 한민족은 각종 이별을 경험했고 만날 수 없는 생이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라는 분단의 이별을 가지고 전쟁이라는 죽음의 헤어짐을 겪었음에도, 존재는 알지만 볼 수 없는 남북의 이산가족과 자식과 남편을 전쟁 통에 잃어버린 가족들의 생이별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헨델 사라방드 Handel : Cembalo Suites Vol.2 No.4 in D minior HWV 437 “Sarabande”
영상출처 : https://youtu.be/u-qHtYfktiQ
이별에는 슬픔 가득한 것도 있지만 미래를 위해 또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잠시 헤어짐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 발전된 자신을 만들고자 타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자식을 위해 헤어짐을 선택해야 하는 부모님도 있고, 직장을 위해 잠시 이별을 결정하는 남편과 아내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라를 지키기 위한 의무를 위해 복무하는 군인도 헤어짐의 대상입니다. 헤어짐은 다시 만남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것은 미소를 가진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희망과 미소로 가슴 속 빈 공간을 채워야 합니다. 허전한 마음을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들으시면서 미력하지만 빈 공간을 채워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알비노니 아다지오 Albinoni Adagio in G Minor
영상출처 : https://youtu.be/z6WOfH2kV00
시인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는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라고 이별을 노래했습니다. 헤어짐에 슬퍼하기보다는 분노를 드러내어 공허함을 터트려 버리는 것도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 같습니다. “잘 가라.” “행복해라.” “잘 살아라.”라고 큰소리로 소리를 질러 슬픔을 떠나보내는 것이 새로운 만남을 마음 속에 채우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 한용운의 <님의 침묵> 중
베르디 레퀴엠(진혼곡) 분노의 날 G.Verdi : Requiem Op.48, 7 “Dies Irae”
영상출처 : https://youtu.be/cHw4GER-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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