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면 무더위가 떠오릅니다. ‘무더위’의 뜻은 ‘물+더위’가 줄어서 된 말로, ‘습기를 가득 담은 더위’라는 뜻입니다. 땡볕 더위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말은 어원으로 보면 강렬한 햇살의 더위를 표현하는 것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어 보입니다. 비발디는 사계절을 표현하는 현악곡을 작곡했는데, 이 중에서 여름 악장을 감상해보면 무더위와 땡볕더위를 잘 구분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악기를 사용해 눅눅하고 습한 여름을 낮은 음으로 끈적하게 연주하고 현악기의 고음을 가지고 내리쬐는 강렬한 햇살을 연주하여 여름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비발디 사계 중 여름 Vivaldi Summer from the Four Seasons Op.8
영상출처 : https://youtu.be/o2dnnqY8enA
더위를 식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닷가 해변의 뙤약볕보다는 햇살을 피할 수 있는 나무 그늘이 있고 살포시 발을 담글 수도 있는 강가에서 여름의 아침을 맞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반짝이는 윤슬과 싱그런 바람이 함께 살며시 창문을 열고 들어와 온 몸을 감싸면, 사뿐히 왈츠(Waltz)의 스텝을 밟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어나게 됩니다. 왈츠는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 서양 고전음악의 춤곡입니다. ‘돌고 돈다’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를 어원으로, 한자로는 말 그대로 원을 그리면 추는 ‘원무곡(圓舞曲)’이라고 표현합니다. 4분의 3박자의 템포로 쿵 짝짝 쿵 짝짝의 리듬을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요한 스트라우스 푸른 다뉴브 강의 왈츠 J. Strauss II The blue danube Walts Op.314
영상출처 : https://youtu.be/cKkDMiGUbUw?list=RDJfkWpl-NAWc
더위 하면 열대야 속의 밤을 빼놓고 이야기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만큼 ‘덥다’는 탄식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 한여름 밤의 더위입니다. 무더위라는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상황이 바로 한여름 밤의 열대야입니다. 열대야는 여름 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현상을 말하고, 보통 장마가 끝난 뒤에 나타납니다. 열대야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잠자기 전 격렬한 운동은 피하고 가능한 체온을 낮추어야 합니다.
멘델스죤의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을 감상하면서 몸 안의 체온을 조절해 보는 것도 열대야 속에서 편안히 잠드는 방법입니다. 더위는 자신의 체온과 외부 온도와 차이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므로 심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명상이나 요가 등을 통해 온도차를 조절하여 열대야를 이기는 것도 좋은 피서법인 것 같습니다.
멘델스죤 한여름 밤의 꿈 서곡 Mendelssohn “A Midsummer Night’s Dream Op.21 “Overture”
영상출처 : https://youtu.be/JfkWpl-NAWc?list=RDJfkWpl-NAWc
더위를 피하는 것을 ‘피서(避暑)’라고 하지요. 동양에서는 탁족(濯足)이라 하여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는 방법으로 피서를 했고, 상투를 풀고 머리카락을 바람으로 빗는 즐풍(櫛風)이라는 방법으로도 더위를 식혔다고 합니다. 서양의 경우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처음으로 현재와 같은 해수욕장이 생겼고, 주로 바닷가에서의 피서 방법을 사용합니다. 우리나라는 1913년 일본인들이 부산 송도에 해수욕장을 개설한 것이 최초이고, 이후 인천 월미도와 원산 송도원 등이 뒤를 이어 개장했습니다. 바닷가에서의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풍경에 잘 어울리는 모짜르트 호른 협주곡을 감상해 보시지요.
모짜르트 호른 협주곡 2번 K.417 3악장 Mozart Horn concerto No.2 in E-flat major K.417 3mov. Rondo-Allegro
영상출처 : https://youtu.be/u3SlQYcuAEE
설문조사에 따르면, 계절 중에 여름이 가장 싫은 계절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여름을 검색해보면 폭염, 푹푹 찌는 더위, 더위를 피하는 방법 등 상당히 고압적이고 경고성의 문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여름 더위는 농사꾼에게는 필요 불가결한 상황입니다. 더위가 없다면 농작물이 자라날 수 없고 장마를 통해서는 풍부한 수분 공급이 이루어져 농작물과 산, 들의 식물에게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는 영양분이 공급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도 여름 햇빛을 받아야만 비타민 D가 형성되어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고, 각종 곰팡이나 세균으로부터 몸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여름 한낮의 뙤약볕은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잘 나오게 해 행복지수를 높여 줍니다. 햇빛을 받으면 활기차고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입니다. 이렇듯 여름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하는 계절이 아니고 즐겨야 하는 계절인 것입니다.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 Tchaikovsky the Nutcraker – Walts of the Flowers
영상출처 : https://youtu.be/Zp1aDnVySf8
다산 정약용 선생의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적은 ‘소서팔사(消暑八事)’를 보면 선조들의 무더운 여름을 즐기는 방법이 시로 운치 있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에어컨도 없던 시절답게 덥다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에 맞는 움직임으로 자연과 여름을 공유하면서 더위를 즐겼던 것 같습니다.
정약용 선생이 추천한 여덟 가지 여름 나기 소서팔사를 보면, 송단호시(松壇弧矢, 솔밭 둑에서 활 쏘기), 괴음추천(槐陰鞦韆,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네 타기), 허각투호(虛閣投壺, 넒은 정각에서 투호 던지기), 청점혁기(淸簟弈棊,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서지상하(西池賞荷, 연못 속의 연꽃을 구경), 동림청선(東林聽蟬, 숲 속에서 매미 소리 듣기), 우일사운(雨日射韻,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월야탁족(月夜濯足, 달밤에 개울가에서 발 씻기) 등을 말합니다.
필자는 이번 여름 나기는 정약용 선생의 소서팔사 추천으로 느티나무 아래 개울가에 대자리를 깔고 매미 소리를 들으면서 책 한권 읽으며 지내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아울러 함께할 음악은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입니다. 앰코인스토리 독자 여러분도 무더위 잘 이겨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로드리고 아랑훼즈 협주곡 2악장 J. Rodrigo Concerto de Aranjuez 2nd mov.
영상출처 : https://youtu.be/zSu5-6-Wi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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