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상실] 여행할 때 듣는 클래식 음악

살아가는 동안 가슴을 뛰게 하는 단어들 중에 ‘여행(旅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행이라고 하면 머리 속에 푸른 바다와 백사장이 바로 그려집니다. 그런 상상 속에 배경음악이 잔잔하게 연주된다면, 당장이라도 어디로든 떠나고 싶을 겁니다. ‘여행하다’라는 Travel의 어원은 라틴어의 트라바이(Travail)인데요, 이 뜻은 고생, 노고, 고통이라고 합니다. 교통수단이 발달한 현대와 달리 예전에는 먼 곳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고통이고 수고스러움이었던 탓에 이러한 어원을 가진 것이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그리그 페르귄트 조곡 중 <아침의 기분>  Grieg : Peer Gynt Suite No.1 Op.46 “Morning Mood”

영상출처 :  https://youtu.be/x463zoWpiVI

 

사진출처 : 픽사베이

영어(English)에서 정의하는 여행은 목적에 따라 나누어지게 됩니다. Trip은 짧은 여행을 말하고, Travel은 일정을 길게 잡고 여러 곳을 다닌다는 의미로 사용되며, Tour는 특정 지역을 선택해 여러 곳을 돌아보는 것으로 패키지 여행이라고 정의합니다. 또한, Journey는 긴 거리를 이동하면서 하는 여행이라고 구분하여 사용되고 있습니다. 관광(觀光)과 여행은 비슷한 의미로 쓰이지만, 엄밀히 말해 관광의 경우는 목적이 분명한 여행으로 방문 지역의 문물과 관습, 습관 등을 직업 체험하는 일정이 포함된 것을 말합니다. 여행을 떠나기 직전이라면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번 여행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떠날지 잠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모짜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중 2악장  Mozart, Clarinet concerto in A major, K. 622 - Adagio

영상출처 :  https://youtu.be/Rjzf_cWzlp8

 

사진출처 : 픽사베이

여행 목적의 핵심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할 것인가”입니다. 혼자만의 여행일 수도 있고 가족 또는 친구와의 여행일 수도 있습니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지만 적절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내가 온 곳이 어디인지, 갈 곳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끊임없이 지금 이 자리에서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목표를 위해 달리고 나아갑니다. 다만 인생의 여정은 나서면 돌아올 수 없습니다. 이 점이 여행과 다른 점입니다. 돌아올 곳이 없는 여행은 무의미 합니다. 낯선 곳을 둘러보고 체험하면서 현재의 일상과 비교해 본 후 돌아와서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고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는 것에 여행의 목적을 두는 것이 의미 있어 보입니다.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중국의 춤”  Tchaikovsky, The Nutcracker Ballet in 2 Acts “Chinese Dance”

영상출처 :  https://youtu.be/iiyx1m44nMM

 

사진출처 : 픽사베이

여행을 온전히 즐기려면 혼자의 여행이 가장 맞다고 봅니다. 흔히 말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여행의 핑계라 할 수 있습니다. 여행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 이야기해보고 나와 남을 비교하여 나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핑계를 찾는다면, 답답한 콘크리트 빌딩 숲을 벗어나 자연을 만나고 싶다는 것입니다. 회색 시멘트 담벼락이나 타르로 뒤덮여진 무채색의 땅이 아닌 자연이 발광해주는 그대로의 색을 만나 눈이 경험해 보지 못한 가시광선을 홍채에 가득 담아 오거나 푸른 잔디가 펼쳐진 초원 위에 앉아 그동안 좁아 터졌던 동공을 팽창시키거나 거대한 바위산을 올라 자연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을 느껴보면서 자신이 자연 아래에서는 얼마나 조그만 존재인지를 눈치채고 겸손을 챙겨 오겠다고 한다면 혼자만의 여행에 대한 구차한 핑계거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베토벤 교향곡 “전원” 중 3악장  Beethoven, Symphony No.6 “Pastorale” 3rd movement

영상출처 :  https://youtu.be/PL5Jf-56ctI

 

사진출처 : 픽사베이

복잡다단한 인생의 여정에 휩쓸려가는 현대인에게 소개하고 싶은 여행은, 굳이 멀리 있는 외적인 존재에 나를 대입하여 나를 찾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마음 속을 방문하여 현재 나는 어디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잘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여행을 추천합니다. 주변을 보면 이러한 내면으로의 여행을 도와주는 수단이 많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내면으로 떠날 수 있게 해주는 헤드폰(Headphone, 통상 이어폰이라고 하는)이 그 대표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용한 방구석에 자리잡고 주변의 잡음을 강제로 취소(Noise Cancellation)시키면 오로지 자신의 내면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잠시 도심 속 커다란 창문이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오롯이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자신으로의 여행의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내 마음이라고 합니다. 먼 거리이지만 어찌 보면 가장 가까운 여행의 목적지입니다.

쇼팽 녹턴 2번  Chopin, Nocturne No.2 in E Flat major Op.9 

영상출처 :  https://youtu.be/610PsNeZlsk

 

출처 : 필자 사진

여행의 완성은 후회 없이 돌아오는 것입니다. 여행에서 잘 돌아와 정리되고 새로워진 내 자신을 인생의 여정에 다시 뛰어들 수 있는 힘을 충전하는 것이 여행의 참 본질이라 봅니다. 떠날 때의 설렘, 이곳저곳을 보고 들으며 느꼈던 감정, 위대한 자연 아래 놓였을 때의 겸손함을 간직하고 후회없이 돌아왔다면, 이제는 인생의 기차에 다시 올라타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 종착역에 다다르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여정을 새로운 기차를 갈아탈 승강장에 있습니다. 용기 내서 다시 여행을 시작해야 합니다.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을 통해 얻어진 지식과 나와는 다르게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은 새로운 기차로 갈아탈 용기를 살아나게 하는 마음 속에 가득 채워진 연료인 것입니다.

헨델의 사라방드  Handel, suit No.4 D Minor HWV437 Sarabande 

영상출처 :  https://youtu.be/8RahYPd-i8k

 

사진출처 : 픽사베이

“왜 떠나려 하시는지요?”라고 묻는다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라고 답변을 할 것 같습니다. 일상(日常)이란 날마다 반복(半腹)되는 생활이라고 정의합니다. 사람은 반복되는 것에 싫증을 갖게 됩니다. 인간은 매일 새로워지고 있기 때문에 반복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반복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찾을 목적으로 여행을 가게 됩니다.

지금 벗어나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다면, 밖에 나가 주위를 둘러보고 반복적으로 보이던 것이 안 보일 때까지 멀리 떠나 보기 바랍니다. 그러면 새로운 일상이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여행은 이러한 일상을 새롭게 만들어주는 선택적 도구입니다. 이제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아주 멀리멀리 떠나 보시지요. 반복과 일상이 안 보일 때까지 말입니다.

요한 스트라우스 1세 라데츠키 행진곡  J. Strauss, Radetzky March Op.228

영상출처 :  https://youtu.be/MsoAK2QyhzE

 

By 김동우  | 예술과 반도체가 결합되는 ARSE-Topia(Art + Semiconductor)를 꿈꾸고 있는 Amkor의 TEST 개발 엔지니어입니다. 클래식 음악 감상실 DJ, 공연장 Staff, 공연기획자, 동호회 운영 등의 풍부한 경험으로 권위적이지 않고 어렵지도 않은, 일상에서 만나는 친구 같고 가족 같은 클래식 음악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