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Voyager) 우주선은 1977년 9월에 발사되어 목성과 토성을 지나 비행하고 있습니다. 이 우주선은 이미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 공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 보이저 우주선에는 ‘골든 레코드(The Golden Record)’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일종의 타임캡슐이지요. 외계인에게 우리 세계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지구의 다양한 생명체와 문화를 묘사한 115개의 이미지와 파도, 바람, 천둥, 새, 고래 및 기타 동물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자연의 소리와 여기에 다양한 문화와 시대의 음악 선곡과 55개 언어로 된 지구인들의 인사말, 카터 대통령과 발트하임 유엔 사무총장의 메시지 인쇄본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골든 레코드에 수록된 27개의 음악 중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자면,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 F. 1악장, 바흐,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제3번 마장조의 <Gavotte en rondeaux>, 모차르트, 마술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중 희생의 춤, 바흐의 피아노 평균율 클라비어 2권, 전주곡과 푸가 다장조, No.1. 베토벤의 교향곡 5번 1악장, 베토벤, 현악 4중주 13번 B플랫, 작품 130.입니다. 이 중에 스크라빈스키의 곡 <봄의 제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상당히 의아하기도 합니다. 스크라빈스키는 이 곡을 원시 부족의 제사를 보고 발레곡으로 작곡했습니다. 초연 때는 관객들이 광분하여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지요. 우주(宇宙)의 다른 존재가 이 곡을 듣는다면 지구인들의 성향을 괴기스럽게 파악할 것 같습니다.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중 <희생의 춤>
영상출처 : https://youtu.be/d6d8wacBjPQ
골든 레코드에 수록되는 기준은 두 가지였다고 합니다. 첫째는 우주탐사선을 쏜 사회가 친숙히 느끼는 음악만이 아니라 여러 문화들의 음악을 폭넓게 아울러야 하고, 둘째로 그저 의무감에서 무언가를 포함시키는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선곡된 곡 하나하나가 머리뿐 아니라 가슴에도 와 닿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다양성의 문화를 가진 지구인을 표현한 선택이라고 보여집니다. 우주의 외계 생명체가 골든 레코드를 열었을 때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곡은,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입니다.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 F. 1악장
영상출처 : https://youtu.be/gNXaJKdr7yk
여섯 개의 바로크 협주곡의 구성된 바흐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원래 제목은 <다양한 악기들을 위한 여섯 개의 협주곡>으로 여섯 개의 곡이 각각 다른 악기를 위해 편성하여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바흐가 자신의 협주곡 중 여섯 개를 모아 크리스티앙 루드비히 브란덴부르크공에게 헌정하였다 하여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트럼펫과 리코더 오보에 등 다양한 관악기와 바이올린의 조합이 독특한 음색을 만들어냅니다. 지구인들이 무엇인가를 표현하는데 다양한 도구를 가지고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선곡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트럼펫의 경우 매우 높은 음역에서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여 뛰어난 트럼펫 연주자를 구하지 못하면 연주가 불가능한 작품이라고도 합니다. 우주인이 이를 연주하려면 지구인을 초빙해야만 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래 NASA의 Voyager 관련 링크를 방문하면 골든 레코드의 수록된 다양한 형태의 음악과 자료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우주와 관련된 클래식 음악을 이야기하자면 지난 호에 소개한 구스타프 홀스트의 “행성(The Planet)”이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성”은 태양계의 별 7개의 이름을 따서 만든 곡입니다. 각각의 곡과 별 이름에 부재도 붙어 있습니다. 1곡 화성-전쟁을 가져오는 자, 2곡 금성-평화를 가져오는 자, 3곡 수성-날개달린 파발꾼, 4곡 목성-즐거움을 가져오는 자, 5곡 토성-황혼기를 가져오는 자, 6곡 천왕성-마술사, 7곡 해왕성-신비로운 자 ,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부재를 떠올리면서 감상을 한다면 곡에 대한 이해가 더 좋을 것입니다.
감상하실 화성( Mars, the Bringer of War)은 스타워즈의 주제곡에 일부분이 사용되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이 곡 전체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홀스트 The Planets Op.32 중 화성(Mars) – Gustav Holst The Planets Op.32 “Mars, the Bringer of War”
영상출처 : https://youtu.be/CknocbjKy4Q
행성 이름이 부재로 붙어있는 클래식 곡 중에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최후의 교향곡이라고 알려진 “Jupitor” 가 있습니다. 모차르트 본인이 붙인것은 아니고 그가 죽은 후에 연주 공연할 때 이름이 붙여 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홀스트와 모차르트의 Jupitor을 들어보면 목성이라는 행성을 작곡가들도 상당히 크고 위압적인 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작곡한 것 같습니다.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1악장, Mozart Sysmphony No.41 “Jupiter”
영상출처 : https://youtu.be/yHdjvmz-PaI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 우주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음악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 2악장 스케르쪼를 거론합니다.
금관악기와 팀파니가 빠르게 3박자 리듬으로 연주하는데 마치 유성이 하늘 가득 떨어지는 모습을 연상하기도 하고 태양 주의를 도는 행성들의 궤도를 표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브루크너 교향곡 9번 2악장 Brucker Symphony No.9 II. Scherzo
영상출처 : https://youtu.be/6wQP5TRnt4U
우주(宇宙) 란 위키백과사전에 의하면 우주란 행성들, 별들, 은하들 및 기타 모든 형태의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하여 모든 공간과 시간 및 그 내용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자로 우주를 “집” (집 우宇,집 주宙)이라는 표현으로 사용했을지 생각해 보면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과 시간은 집과 같이 우리가 사는 공간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우주의 한자 유래를 보면 “우” 와 “주”는 원래 지붕의 처마와 들보를 가리키는 말이였는데 중국 한나라 관료였던 고유가 “회남자(淮南子)”라는 책에서 상하사방의 공간을 우(宇) 라 하고 지나간 과거에서 다가올 미래까지의 시간을 주(宙)라고 주해한 이후에 천지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고 하고 영어의 Universe는 라틴어의 Universum에서 왔는데 이는 하나를 똣하는 un과 회전함을 뜻하는 vorsum을 축약하여 만들어진 단어로 “하나로 회전하는 것”을 의미 합니다. 모든 내용물이 하나의 형태로 어우려져 회전하는것이 우주라는 것입니다. 우주는 그 크기나 질량이나 거리를 어림잡기가 어렵습니다. 우주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천문학자들은 측정, 측량 가능한 범위로 국한시켜 말한다고 합니다. 인생도 우주 처럼 어림잡기가 불가능합니다. 측정불가의 인생이라면 천문학자들 처럼 관측 가능한 범위로 인생을 현재에만 국한시켜 닥쳐있는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골든 레코드에 수록된 바흐의 곡 중에 가보트와 론도 (Gavotte en rondeaux)를 감상하시면서 우주의 탄생 원리나 거리 계산 등의 복잡다단한 생각들은 잠시 잊어버리는 시간을 가져 보시지요.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제3번 마장조의 "Gavotte en rondeaux"
영상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V-s5nqZBC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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