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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 책VS책] 뾰족하지만 사랑스러운 시대의 비평, 비평가들

by 앰코인스토리.. 2023. 4. 14.

뾰족하지만 사랑스러운
시대의 비평, 비평가들

디지털 미디어가 대세인 요즘, 다양한 콘텐츠를 균형 있게 소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사실에 기반한 뉴스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영상을 찾기 힘들뿐더러, 여러 주장들이 난무하는 콘텐츠 중에 무엇을 봐야 좋을지 찾아내기도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가짜 뉴스도 많아져서 사실과 거짓을 파악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글이나 영상, 취향에 맞는 뉴스만 골라보게 만드는 미디어 환경 때문에 확증편향도 나날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소비할 시간이 부족하니 입맛에 맞는 헤드라인을 골라 클릭하기를 반복하지요. 이럴 때 명확한 사실을 근거로 명쾌한 주장을 펴는 글을 읽을 수 있다면 세상의 진실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평은 어떤 사안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입니다. 비평은 그 대상을 정의하고, 시대를 통찰하여 그 대상의 가치를 판단합니다. 비평가는 자신이 판단한 가치에 대해 분명한 이론적 기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올곧은 기준을 세워 다른 이들에게 판단의 준거를 제시합니다. 비평은 필연적으로 시대를 꿰뚫는 비평가의 관점에 의존하게 되지요.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탁월한 비평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인정받는 비평가들은 탁월한 분석력, 명쾌한 논거, 시대에 대한 통찰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겠지요.

 

오늘은 두 비평가의 책을 들고 왔습니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익숙한 영화 속 세상을 심도 깊게 분석합니다. 위근우 평론가는 즐겁게 소비하던 대중문화의 이곳저곳을 아프게 찌릅니다. 책을 읽으면 평론가들과 의견이 같아서 즐거울 때도 있겠지만, 생각이 달라서 불편한 지점도 생길 겁니다. 그래서 이 책들을 권합니다. 같은 대상을 놓고 공감하며 동질감을 느끼는 즐거운 순간을 만끽하다가도 나를 불편하게 하는 글을 읽으며 왜 불편한지 생각해 보는 일, 그게 바로 비평을 읽는 맛이자 세상의 지평을 넓히는 독서의 가장 큰 효용일 테니까요.

 

이동진의 언어로 세상 읽기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영화가 개봉되고, 입소문이 나고, 유명해지면 정보를 찾아보게 되지요. 너무나 감동적으로 본 영화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와 함께 공감하는지 궁금해하면서요. <기생충>이나 <미나리>가 회자될 때 여러분도 다른 사람들의 평을 찾아보곤 했던 경험이 있지 않나요? 관심 있던 영화들이 개봉될 때마다 이동진의 평론들을 띄엄띄엄 마주치곤 했습니다. 가끔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머리를 띵 맞은 듯한 절묘한 해석에 놀라기도 했어요.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영화평론계의 아이돌’이라고 불릴 만큼 어마어마한 팬덤을 거느리고 있지요. 아마 팟캐스트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라는 방송을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어요. 라디오에서도 종종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요. 또,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영화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독서법을 넘나드는 책들을 인상적으로 읽으셨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이동진 평론가가 지난 20년 동안 기록했던 영화 평론의 묶음입니다. 214편의 영화를 다룬 208편의 평론이 실려 있어요. 두꺼운 벽돌책이지만 나와 인연이 있었던 영화들의 페이지를 찾아 읽다 보면 영화를 보았던 시대와 시간들이 다시금 펼쳐집니다. 여러분의 영화도 두 번 시작되는 셈이지요. 게다가 한데 모아 놓고 읽는 이동진의 글은 또 다른 묵직함으로 다가옵니다. 얼마나 세심하게 공들인 표현과 문장인지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지치지 않고 세상에 말 걸기

「뾰족한 마음」

위근우 지음 | 시대의창

위근우 평론가는 책의 프롤로그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뾰족한 마음이란 세상에 대한 삐딱한 시선을 유지하는 마음이 아니라, 세상은 변치 않으리라는 회의가 들 때도 무기력하게 타협하지 않기 위한 마음이라고 말합니다. 이동진 평론가의 글이 영화라는 필터를 통해 단정하고 정갈하게 걸러진 느낌이라면, 위근우 평론가의 글은 제목처럼 뾰족하지만 일상 속에 딱 들러붙어 생기있게 펄떡거립니다.

 

이 책은 네이버 웹툰을 대표하는 박태준 웹툰의 세계관이나 <오징어 게임> 같은 넷플릭스의 K콘텐츠, 예능 프로그램까지 사회문화 전반을 종횡무진 다루어 냅니다. 힙지로라고 불리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풍경에서 젠트리피케이션과 문화자원을 짚어내고, 예능 프로그램의 이효리를 들어 방송계의 티핑 포인트를 지적하며, 포켓몬빵의 ‘띠부씰’에 담긴 문제의식을 풀어냅니다.

 

위근우 평론가의 글은 제목처럼 뾰족합니다. 지금까지 아무 생각이 없던 일,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일에 돋보기를 들이대지요. 내가 너무나 즐겁게 보았던 드라마나 웹툰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비판하는 글을 읽으면 못내 심기가 불편해집니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과 다른 생각을 접하면 조금 불편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런 이유로 이 책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위근우 평론가는 불편한 지점을 꼬집으면서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일상 속에 너무나 만연해서 느끼지 못했던 불편한 지점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이 책의 매력이지요. 덕분에 알에서 깨어나는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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