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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 책VS책] 누군가를 반기고 자리를 내어주는 일,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환대

by 앰코인스토리.. 2022. 12. 14.

누군가를 반기고 자리를 내어주는 일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환대

 

연말이지요. 북적북적한 모임이 많은 시기입니다. 그러니 한 번 상상해봐요. 12월을 맞아 오랜만에 동창회가 열렸습니다. 모임에 나갔을 때 누군가가 나를 반겨준다는 사실은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요? 그 장소에 들어갔을 때 나를 발견한 누군가의 반응을 보고 알 수 있겠지요.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하고 옆 사람과 이야기를 계속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손을 흔들며 아는 체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오랜만이라 어색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이리 오라고 손짓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내 옆에 앉으라고 냉큼 자리를 내어줄 겁니다.

 

똑같은 송년회에서 이런 장면이 펼쳐진다면 어떨까요? 화상을 입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된 친구라던가, 사고로 다리를 잃은 친구가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다면 아무렇지 않게 환영받을 수 있을까요? 또는 조금 전까지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다가 온 몰골로 나타난 친구는 어떨까요? 만약에 이 모임이 부부 동반 모임이라면, 동남아시아 혹은 아랍인과 결혼해서 나타난 부부도 다른 부부처럼 환영받을 수 있을까요? 혹은 결혼하지 않은 친구가 동성동거인과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환대는 앉을 자리를 주는 행위로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행위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주어진 환대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진정한 환대를 받은 것일까요? 이런 조건적인 환대도 환대라고 봐야 할까요? 우리는 과연 무조건적으로 누군가를 환대할 수 있을까요? 다음 두 권의 책이 이 질문에 대해 적절한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행위, 환대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지음, 문학과지성사

사람은 사회 속에서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아야 사람이 됩니다. 물리적으로 사회는 하나의 장소이기 때문에 사람은 장소에 의존합니다. 특정한 공간을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사람의 지위를 상실합니다. 실종자가 그렇고, 난민이 그렇지요. 또한 우리는 우리를 사람으로 인정하는 공간에서만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1960년대에 버스에 앉을 수 없었던 미국의 흑인들이나, 공공장소인 마을 광장을 지나갈 수 없는 인도의 불가촉 천민을 생각해 보세요. 또, 일제 강점기 이후 재일 조선인은 자기가 살던 공간에서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서울역의 노숙자들은 갈 데가 없어서 거기 있는 것인데, 갈 데가 없다는 건 그들이 사회 안에서 가진 자리의 위태로움을 나타냅니다.

 

자리를 내어준다는 것, 그 사람을 인정한다는 건 그 자리에 딸린 권리를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권리를 주장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환대에 의해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권리들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됩니다. 모든 사람은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사회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무조건적인 환대가 현대사회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사람일 수 있는 조건과 장소, 절대적 환대에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일상 속에서 돌아보는 환대의 의미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이라영 지음, 동녘

우리는 언제나 사회적인 약자가 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누구나 사회적인 약자가 되어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건 내 월급의 액수 때문일 수도 있고, 성별이나 젠더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나이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더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에 비해 차별을 받는다고 느낄 때도 있고, 태어난 고향이 다르다거나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소외를 당하기도 합니다. 모두가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왜 절대적인 환대가 필요한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신문에 썼던 짧은 칼럼들을 모아서 엮은 책입니다. 그래서 챕터마다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전개되면서 흥미롭게 술술 읽힙니다.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환대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일상이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프랑스 유학 시절, 허름한 건물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던 세탁기 때문에 고통받던 세입자의 이야기라던가, 노숙인들을 위한 급식 봉사에 참여했다가 인간의 품위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되는 이야기들이 인상적입니다. 환대받을 권리가 있지만 환대받지 못하는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감수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배워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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