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일상의 반복 같지만
우리는 매일 달라져 있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장에서 주어지는 업무를 하고, 퇴근하면 늘지도 않는 영어공부를 하고, 어쩌다 모임을 나갈 때면 괜스레 통장 잔액을 떠올리고, 약속 없는 주말이면 종일 방구석에 박혀 있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면 매일매일 지겹도록 비슷한 날들이 이어집니다. 아침에 챙겨입는 옷이나 점심 메뉴와 저녁 메뉴가 조금씩 달라질 뿐,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그러니 지루하고, 만사가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집니다. 베짱이 같은 인생을 꿈꾸지만 현실은 개미 같습니다.
「개미와 베짱이」라는 원작 동화에서는 개미처럼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사는 삶을 으뜸으로 쳤었는데 말이지요. 이제는 베짱이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성실함의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다들 로또가 맞기를, 코인이나 부동산이 오르기를, SNS에서 셀럽이 되기를 바라며 조금의 노력으로 큰 행운을 거머쥐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월급을 ‘쥐꼬리만 하다’고 폄하하며, 알바를 ‘흙수저’나 하는 일로 자조하고, 돈이 되지 않는 가사노동이나 육아활동을 ‘집에서 아무 일도 안 한다’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똑같은 일들을 해내는 것이 바로 ‘성실함’인 걸 놓칠 때가 많습니다. 성실함은 그냥 꾸역꾸역 주어진 맡은 일을 해내는 우직함이 아니라 일종의 재능임을, 성실함만으로도 나를 돋보이게 할 수 있음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삽니다.
우리가 잊고 있던 성실함의 가치, 매일을 꾸준히 반복하며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알려주는 그림 에세이 두 권을 조심스레 권해봅니다. ‘똑같아 보여도 그 안에서 우리는 매일 달라져 있고, 잘살고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잘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책 속의 문장들이 성실한 당신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수영을 배우며 성장한 이야기
「매일을 헤엄치는 법」
이연 지음, 푸른숲
우연히 보게 된 영상 속에서 이연 작가님은 그림을 그리며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100만 뷰, 200만 뷰가 나오는 영상 속 작가님을 보고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디자이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작가님은 참 성실한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단순한 그림체의 만화에 글을 덧붙인 책이어서 언뜻 가벼워 보이지만 내용은 묵직합니다. 사회가 정해둔 트랙을 잠시 벗어난 이연 작가는 가난과 외로움과 싸우며 일상을 살아갑니다. 건강을 위해 수영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알아본 운동 중에서 수영이 가장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이연 작가는 수영장에서 있었던 일화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수영 선생님이 어느 날 쉬지 않고 트랙을 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13바퀴를 돌고 나자 선생님은 모두의 앞에서 작가님을 칭찬했지요. “이 회원님은 네 달 동안 한 번도 결석을 하지 않으셨어요.”하고. 작가님이 13바퀴를 쉬지 않고 돌 수 있었던 건 누구보다도 수영에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누군가는 힘들다고 나오지 않는 아침에 꼬박꼬박 출석을 했기 때문입니다. 성실함은 재능이 됩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수영장을 쉬지 않고 헤엄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이 책은 성실한 모두가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책을 읽고, 성실한 자신을 칭찬하면 좋겠습니다. 지난 몇 달간, 혹은 몇 년간 한 번도 지각하지 않고, 결근하지 않고 회사를 꼬박꼬박 출근한 자신을, 제시간에 기획안을 작성하고, 이메일을 보내는 자신을 칭찬해 봅니다. 나도 모르게 내 능력이 일취월장했을 거라는 사실을 스스로 뿌듯하게 자각하는 셀프칭찬 시간입니다.
76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모지스 할머니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수오서재
모지스 할머니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지요. 이 책에서 회상하는 꼬꼬마 어린 시절에도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고 놀았더군요. 12살이 되던 해에 학교에 가지 않고 가정부 일을 시작했던 할머니는 76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관절염이 심해져서 자수를 놓기 어려워지자 그때부터 그림을 그렸지요. 모든 사람이 늦었다고 말할 때, ‘지금’이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 받아치는 호쾌한 할머니였습니다.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운 적이 한 번도 없는 할머니는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80살에 개인전을 열고, 101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 그렸습니다.
할머니는 화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거나, 성공하기 위해 목표를 가지고 나아간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로 꼽힙니다. 할머니가 누구보다도 뛰어난 미술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서가 아닙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겪어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의 성실한 나날들이 책 속에 그림과 글로 담겼습니다. 할머니의 인생 100년을 따라가며 책을 읽다 보면 작은 일에 행복해집니다. 할머니는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마쳤고, 내가 이룬 것에 만족합니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라고 책을 마무리합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하루를 성실하게 마쳤음에 만족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삶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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