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낚시를 갔다가 돌아왔다. 뜨거운 여름에는 오히려 물고기를 잡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배가 가지고 온 낚시 용구에는 물고기도 한 마리도 들어있지 않았다.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하면서 우럭과 광어를 약속했는데 실망이 컸다. 싱싱한 놈이라면 회까지 도전해볼까도 생각했었지만 그 기대는 깨지고 말았다. 시무룩한 나의 얼굴을 선배는 유심히 살펴보는 듯했다. 되도 않는 농담으로 나의 기분을 바꿔 보려 노력을 했다.
하지만 웃음기 사라진 나를 보면서 말로서는 사태 수습이 어렵다는 것을 직감한 모양이었다. “이제 내 할 일 다 했으니 갈게요.”라고 사무실 문을 나서려는 순간, 선배는 나를 자리에 앉혔다. 못 이기는 척하고 앉았다. “더운 날씨에 가게 보느라 고생했다. 해줄 것은 없고 보양식이나 하나 먹고 가라.”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뭔데요.” “내가 잘 아는 집이 있는데 삼계탕을 그렇게 맛있게 한다. 먹고 가라.” 연일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서고 있어 뭔가 보양식을 하나 먹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기에 선배의 제안이 더욱 솔깃했다. “먹기는 먹겠는데요, 맛없으면 안 됩니다.” 선배는 “맛은 보장한다. 내가 가끔 먹는데 진짜 맛있다.” 선배는 삼계탕집의 칭찬을 침이 마르도록 했다.
“나 서둘러 가봐야 하니까요. 얼른 시켜 보세요.” 선배는 스마트폰을 열어 전화 목록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몸 좀 보충하자!’ 들뜬 마음으로 선배를 보았다. “아! 찾았다.” 선배는 전화를 걸었다. 20분 후에 찾으러 오면 된다고 했다. 선배는 좀 씻어야겠다며 화장실로 향했고, 삼계탕 배달은 나의 몫이 되었다. 15분이 지나고 선배가 말한 삼계탕집으로 향했다. 가게 안에는 삼계탕으로 드시는 손님들이 여럿 있었다. 삼계탕과 약재들의 냄새가 솔솔 풍겼다. 20분이 되자 포장된 삼계탕이 나왔다.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식당 주인의 말처럼 삼계탕을 담은 용기는 꽤 높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맛일까 궁금했다. 용기 뚜껑을 열자마자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윽고 삼계탕의 구수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삼계탕은 이 맛이지!’ 평소 알고 있었던 삼계탕의 맛과 향기였다. 뜨거운 삼계탕 국물을 수저로 한번 떠보았다. 입 안에 들어가자마자 깔끔함과 담백함이 입안에 퍼졌다. 선배가 물어보았다. “괜찮지?” “이거 정말 맛있는데요?” 환하게 웃음 짓는 선배의 얼굴이 두 눈에 들어왔다.
푹 고아서인지 살은 부드러웠고 살과 뼈가 잘 분리되었다. 가슴살 한 점을 뚝 떼어 소금에 찍어 먹어 보았다. 짜지 않도록 약간의 소금만을 찍었다. 소금 간이 된 가슴살은 먹는데 심심함이 덜했다. 너무 크지도 않는 아담한 크기의 닭이라 한 마리를 다 먹어도 과식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보통 닭 껍질은 물컹물컹 씹히는 맛이 싫어서 삼계탕을 먹더라도 발라내고 먹기도 했었는데, 닭껍질도 많지 않다 보니 버릴 게 없었다. 한 마리를 다 먹고 나니 그릇에는 뼈만 남았다. 삼계탕 국물이 진국이라며 버리지 말고 다 먹으라던 엄마의 말씀을 깊이 새긴 결과였다.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다 비우고 나니 뜨거운 한여름도 더 이상 무섭지 않다. 선배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삼계탕에 대한 추억이 하나 만들어졌다. 먼 훗날 삼계탕을 먹게 되는 날이 오면 선배와 함께했던 이 삼계탕의 맛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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