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내적 성장을 하기도 합니다. 영화 <마셜>(2017)에서는 두 명의 변호사가 나오는데 마셜은 흑인 변호사로 죄가 없지만 인종 때문에 기소된 사람을 돕는 단체 NAACP(전국 흑인 진보연합)에서 일을 하고 있고, 샘은 보험 사건을 주로 맡고 있어요. 한 명은 형사 사건, 다른 한 명은 보험 사건을 주로 맡아 하기에 둘이 한 사건에서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해봤을 겁니다.
그들은 루이지애나에서 일어난 형사 사건 때문에 한 사건을 함께 맡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이 이 사건을 처리해가면서 서서히 비슷해져 간다는 거지요. 오늘은 샘(조시 게드)이 마셜(채드윅 보스만)과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그들이 맡은 사건은 흑인 운전자 스펠이 백인인 집주인 아내를 강간한 사건입니다. 마셜은 그를 무죄라고 생각하고 변호하기로 하는 데, 어려움에 봉착했습니다. 그는 타 지역 변호사였기에 이 지역 재판에 참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현지 변호사인 샘과 함께 일하게 됩니다.
같은 사건을 처리하기로 했는데도 샘과 마셜은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다릅니다. 샘은 형사 사건을 맡는 걸 원하지 않아 적극적이지 않는 반면, 마셜은 무고한 흑인이 피해를 받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 목표이기에 최선을 다하려 하지요. 이번 사건만 해도 루이지애나에 사는 사람들은 집안일을 위해 고용한 흑인들을 해고하기 시작했어요. 마셜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사건이 터졌다 하면 그들이 살아갈 직장을 잃게 되는 상황을 막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마셜이 인생을 바쳐 억울한 일을 당한 흑인들을 도와주려고 한 데는 다음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학창 시절 그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던 경험 때문입니다.
University of Maryland Law School. Was walking distance from home, but they didn't accept colored, so I had to go to Howard.
메릴랜드대학교 로스쿨은 집에서 가까웠는데 흑인은 입학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하워드로 갔지요.
An hour and a half each way by bus, and well-known as a school for failures.
버스로 편도 한 시간 반 걸리고 실패자들 학교로 유명하지요.
They'd just brought in a new dean, Charles Hamilton Houston.
새 학장으로 찰스 해밀턴 휴스턴을 맞이했는데 학장님은 학교를 위해 일을 하셨고
He turned that place around and taught me everything I know.
난 학장님에게서 모든 걸 배웠지요.
Including how to sue the University of Maryland.
메릴랜드대학교를 고소하는 방법도요.
샘은 마셜이 말하는 걸 전해주는 일만 하고 아무런 의지 없이 일했지요. 그런 그가 변하게 된 계기는 이 사건이 매스컴을 타고 난 후에 일어난 일 때문입니다. 샘은 흑인을 도와준다는 이유만으로 길거리에서 폭행을 당했지요. 게다가 샘은 유대인이라는 출신 때문에 주변에서 불합리한 일들을 당하는 것을 봐왔습니다. 흑인과 유대인, 둘 다 합당한 이유 없이 차별받은 일들이 공공연히 있었지요. 이런 이유로 샘은 흑인 운전자 스펠이 무죄인데도 억울하게 당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인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흑인 운전사 스펠이 집주인을 강간한 사건이 그가 무죄임에도 해결되지 않았던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검사 :
If you were an innocent man, why would you lie?
당신이 결백하다면 왜 거짓말을 하지요?
스펠 :
I tell the police I was with her, it was what she wanted?
경찰에 같이 있었다고 말했다면 그건 부인이 바라던 바였겠지요.
검사 :
If it's the truth.
그게 진실이라면.
스펠 :
In Louisiana, you know what they do to me for being with a white woman like that?
루이지애나에서 백인 여자와 그렇게 있었다면 저에게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봤나요?
If they don't kill me right then and there, soon enough the others come, they... they drag me off, they tie me up, they cut off my manhood.
그때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이지 않는다면 곧 다른 사람들이 오겠지요. 그리고 날 끌고 다니고, 결박하고,
And then I’d be swingin’ off the branch of some tree.
내 성기를 자를 거예요. 그러고는 나뭇가지에 매달리겠지요.
검사 :
So... why'd I lie, Mr. Willis?
그러니까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요, 윌리스 씨?
스펠 :
Because the truth gets me killed.
진실을 말하면 죽으니까요.
‘~하게 하다, ~시키다’ 의미의 GET 활용법
자신이 무죄인데도 자신 있게 진실을 말할 수 없었던 것은 백인이 흑인을 바라보는 편견 때문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편견 때문에 의심 정황만으로 흑인을 처형할 수 있던 게 문제였지요. 스펠은 이러한 사실을 다음 한 문장으로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The truth gets me killed.
이 문장은 준사역동사 GET을 써서 내용을 구조화해 한 문장으로 표현해냈습니다. 문장을 분석해보면 ‘주어(The truth)+동사(gets)+목적어(me)+목적보어(killed)’ 구조로 요약할 수 있어요. 목적보어에는 명사, 형용사, 현재분사, 과거분사, to 부정사, 원형 부정사가 들어갈 수 있는데 위 문장에서는 ‘진실이 나를 죽게 한다’는 어감을 살리기 위해 과거분사(killed)를 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분사 형태는 동사 뒤 -ed가 붙습니다.
스펠은 합의하에 잠자리를 같이 했는데도 무죄를 주장할 수 없었던 것은 그 행동 하나만으로 인간다운 삶을 포기해야 하는 차별적인 사회 때문이었습니다. 집주인 부인도 남편의 잦은 폭행 때문에 힘든 순간에 자신을 위로해주던 스펠을 강간범으로 고소한 데는 흑인 아기를 낳으면 이 세상에 더는 발붙이고 살아갈 수 없으리라는 공포 때문에 그런 것이지요.
이 영화를 보고서 놀랐던 것은 이렇듯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일을 그걸 겪은 소수자 말고는 알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소수의 흑인이 저지른 일을 가지고 모든 흑인은 나쁘게 행동할 것이라는 인식은 흑인들을 더욱 사각지대로 몰아갔지요.
이런 일은 비단 흑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도 어디선가 차별적인 일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등골이 서늘해져 왔습니다.
오로지 자신과 가족의 행복만을 바라고 살던 샘이었지만 마셜과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결코 이런 비합리적인 일이 나에게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이건 인류 전체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는 것을 보면서, 필자 역시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 사진출처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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