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던 아내가 이혼을 요구합니다. 그녀에 대한 배신감에 상처받은 남편 앤디(팀 로빈스 분)는 아내와 그 애인에게 겁을 주려고 총을 갖고 그 애인의 집 앞에서 기다립니다. 그는 겁주는 것에 성공하고 조금 마음이 풀렸을까요?
다음 날 집에서 아내와 그 애인은 살해되었고 앤디는 용의자로 몰리는데요, 전날 앤디는 그녀의 애인인 쿠엔틴의 집밖에서 기다리다가 마음을 바꿔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지요. 하지만 모든 정황이 앤디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습니다. 앤디가 했던 말들은 모두 용의자를 특정하는 증거로 채택되었지요. 그는 리노에서 이혼하기를 원하는 아내에게 ‘리노보다 지옥에서 먼저 만나게 될 거야.’라고 말한 바 있었습니다.
누명을 쓴 그는 결국 쇼생크 교도소에 갇힙니다. 이 이야기는 쇼생크라는 단어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영화 <쇼생크 탈출>(1995)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죄를 짓지 않은 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면 교도소에서 첫날을 보냈을 때 그 사람의 얼굴은 어떨까요?
재소자들이 갓 들어온 신참들을 대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 사람을 꼽는 내기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만큼 교도소의 첫날은 견디기 힘든 날일 테니까 말이지요. 하지만 앤디는 첫날을 담담하게 버텨냈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게 됩니다.
하지만 앤디와 다르게 정신적으로 견디지 못해 울부짖던 신입이 교도관에게 맞아 죽자, 앤디는 죽은 사람의 이름을 묻습니다. 안타깝게 죽어버린 사람에 대한 마지막 예우라고 해야 할까요? 그의 이름을 알고 싶었던 그의 태도에서 그가 얼마나 인간적인 사람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앤디는 갇힌 새장 안에서도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어요. 실력있는 은행 부지점장에서 한순간에 재소자로 추락한 그의 인생사 때문에 영화는 앤디의 삶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보여줍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는 앤디라는 사람의 취향, 가치관, 의지를 속속들이 알 기회가 있었습니다. 비록 교도소 안이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엿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밥을 먹다가 지렁이를 발견한 앤디는 이내 얼굴이 찌푸려집니다. 이 모습을 보고 제이크는 지렁이를 자신에게 줄 수 없겠냐고 묻고 지렁이를 건네받은 제이크는 품속에 숨겨둔 새에게 지렁이를 먹여요. 이 모습을 보는 앤디의 표정은 이내 부드러워집니다. 이런 교도소에도 인간적인 삶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이었겠지요.
앤디의 모습을 속속들이 관찰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레드(모건 프리먼 분)입니다. 앤디만큼 이 작품에서 큰 비중을 가진 인물이지요. 레드는 어떤 물건이든 구해올 수 있는 인맥이 넓은 사내였어요. 살인죄로 20년째 복역 중이고 사회 복귀 심사에서 늘 떨어지지만, 쇼생크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고 앤디에게 알려주는 등 남들의 일에 관심이 많은 인물입니다.
인맥이 넓은 레드와 친해지면서 앤디는 외부에서 일할 기회도 얻어요. 당시 교도소 밖에 나가는 건 모든 재소자의 꿈이었지요. 이때 만난 간수장의 세금 면제를 도우면서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됩니다. 간수장은 죽은 동생에게서 받은 유산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는 것을 불평하고 있었습니다. 앤디가 세금 면제를 도와주는 대가로 간수장에게 요구한 것은 오늘 일을 마치고 다른 재소자들이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였습니다. 그는 재소자들에게 반짝거리는 하루를 선사합니다.
비록 앤디는 맥주를 마시지 않았지만 행복해하는 그들을 지켜보면서 행복해합니다. 일을 끝내고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레드는 다음과 같이 서술합니다.
You could argue he done it to curry favor with the guards or maybe make a few friends among us cons.
교도관에게 잘 보이려고 그랬을까? 아니면 우리 중에 친구를 만들기 원했을까?
Me?
내 생각은?
I think he did it just to feel normal again if only for a short while.
그는 잠깐이라도 평범했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 같아.
저 역시 이 장면을 통해 앤디가 얼마나 평범한 삶을 꿈꿔왔는지 그 열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후 그는 교도관 사이에서 세금 면제를 잘해주는 인물로 소문이 나서 앤디는 비공식 회계사로 일하게 되고, 소장의 검은 돈까지 관리해주는 위치에까지 올랐지요. 소장 덕분에 그는 편안히 일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 배치되는 특혜를 누립니다.
틈새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앤디 특유의 성격 때문에 앤디는 이것저것 재소자들의 편의를 위해 일을 벌입니다. 우선, 헌책만 있던 도서관에 새로운 책을 들여올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해 보조금도 받았습니다. 이어서 그는 도서관도 확장하고 재소자들이 검정고시를 볼 수 있도록 제도도 활성화했지요. 이러한 그의 행보에 재소자들은 그에게 감사해합니다.
재소자들의 삶을 한층 편하게 만드는 사이 앤디에게는 꿈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쇼생크 교도소에 들어온 신참내기 토미가 앤디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그는 희망에 부푼 채 지내는데 같은 이유로 토미는 소장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자신의 검은 돈을 관리하던 앤디가 그는 계속 필요했던 겁니다.
끔찍한 사태를 지켜보며 앤디는 이 교도소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을 구할 것은 법 테두리 안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지요. 이렇듯 지은 죄 없이 평생을 이 교도소에서 버텨내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배려도 아니며 희망이 없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지요.
그는 소장의 검은 돈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었던 가짜 신분의 인물이 되어 소장이 숨겨둔 돈을 가지고 새로운 인생을 살려고 합니다. 틈틈이 벽에 구멍을 내면서 그는 시기를 엿보고 있었지요. 그리고 토미가 죽고 모든 희망이 사라졌을 때 그는 결심했습니다. 지금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요.
앤디가 늘 하는 말이 있지요. 다음 대화에서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앤디 :
Here is where it makes the most sense.
이런 곳일수록 소용이 있지요.
You need it so you don't forget.
잊지 않게 도와주니까요.
레드 :
Forget?
잊어?
앤디 :
Forget that there are places in the world that aren't made out of stone.
세상엔 이렇게 돌로 만들어진 장소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깡그리 잊는 거 말입니다.
There's something inside that they can't get to...they can't touch. It's yours.
마음속의 그 어떤 건 누구도 뺏지 못하고 손댈 수조차 없어요. 자신만의 것 말입니다.
레드 :
What are you talking about?
무슨 얘기야?
앤디 :
Hope.
희망요.
레드 :
Hope?
희망?
Let me tell you something, my friend. Hope is a dangerous thing.
희망은 위험한 거야.
Hope can drive a man insane.
희망은 사람을 미치게 하지.
It's got no use on the inside.
이 안에서 아무 쓸모도 없어.
You'd better get used to the idea.
희망을 갖지 않은 편이 나아.
관계대명사 which를 쓰지 못하고 that만 써야 하는 경우
앤디는 비록 교도소에 갇혀 있어도 인간은 누구나 자신 마음은 침범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교도소에 있어도 이 돌로 지은 건물 말고도 밖에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며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하는 겁니다. 이런 생각을 다음과 같이 문장으로 표현해냈어요.
There's something inside that they can't get to...they can't touch.
위 문장은 There's something inside.에서 something을 부가설명하기 위해 관계대명사 that이 쓰였네요. that 대신 which를 쓸 법도 한데 안 쓴 이유는 바로 단어 something 때문입니다. Anything, Something처럼 -thing으로 끝나는 명사를 보충 설명할 땐, 제한적인 말에 어울리는 관계대명사 that만 쓰일 수 있지요.
레드는 희망을 갖는 것을 반대하지만 앤디는 희망 하나로 20년을 넘게 버텼지요. 영화 초중반에 앤디는 왜 그토록 열심히 살고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죄도 없는데 감옥에 끌려온 그 순간부터 하루도 즐겁게 살 수는 없을뿐더러 자기 자신 하나도 추스르기 힘들었을 텐데 말입니다. 영화는 후반부에 가서야 그가 여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를 제시해줍니다. 바로 탈옥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거지요. 자신이 이곳에서 나갈 방법은 법을 통해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지은 죄 없이 종신형으로 교도소에 갇히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다 보니 앤디처럼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저 억울하게 갇힌 것을 분통해 하면서 하루하루를 지옥같이 여기며 살아가겠지요. 그리고 법체계를 욕하면서도, 법체계 너머의 일을 도모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자유를 박탈당하는 상황은 비단 교도소에만 일어나지 않지요.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존엄을 짓밟히거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할 때,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라서 큰 의미로 온 것 같아요.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아니,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의문을 저에게 던져봅니다. 내가 당한 부당한 일, 이치에 맞지 않는 일들을 서술해서 다른 사람이 똑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비록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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