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의 5월은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계절입니다. 살이 타는 듯한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7월과 8월의 여름을 시작을 알리는 시기이도 하지요. 반면, 야외 활동을 하기에도 좋은 계절입니다. 물론 한낮의 온도가 섭씨 30도가 넘기는 하지만요. 이쯤 되면 이곳에서는 민물가재(Crayfish)를 잡기 시작합니다. 어린이가 있는 가정은 외곽의 냇가로 가서 가재 잡기 놀이를 하기도 하지요. 필자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막내아들과 가재 잡이를 떠납니다.
필자의 주거지에서도 약 한 시간 반을 달리면, 황량한 사막과는 차원이 다른 한국과 같이 산림이 우거진 캠핑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이곳을 끼고 도는 작은 냇가가 그중 민물가재 잡이에 유명하다는 포인트라, 매년 아들과 같이 갑니다. 지난 3월에도 같은 장소를 갔었는데 아직 가재들이 활동하는 시기가 아니어서 한 마리도 구경을 못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던 아픈 추억이 있었지요.
민물가재는 대부분 깨끗한 물에 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계곡의 깨끗한 물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중 생물이지요. 이곳 또한 마찬가지로 깨끗한 산속의 냇가(creek)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점은 개체 수가 너무 많아서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돌아다니는 녀석들이 뚜렷이 보일 정도라는 점입니다. 애리조나주는 다른 주처럼 민물가재를 수중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으로 분류하므로, 잡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풀어주면 안 됩니다.
물론 이런 것도 야생동물을 포획 및 사냥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격증(Fish license)이 필요하더라고요. 자격증 취득 조건은 아주 간단해서 월마트 같은 대형 마트에서 회비를 주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심지어는 인터넷에서도 가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재를 잡은 후 이동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낚시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물론 현장에서 잡고 그냥 버리고 오는 경우에는 필요가 없겠지요.
민물가재는 잡식성의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고기 종류를 좋아합니다. 그중 닭고기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낚시를 가기 위해서는 생 닭 다리 2개만 있으면 온종일 재미있는 수렵을 할 수 있습니다. 닭 다리를 긴 막대기 줄에 묶어 물 속에 담가 놓으면 1분도 안 되어서 몇 마리의 가재들이 몰려드는 걸 볼 수 있지요. 필자 어릴 적 기억에 동네 뒷산 산기슭에서 돌이나 작은 바위 등을 들춰봐야 겨우 아주 한두 마리 조그마한 가재들은 볼 수 있었지만 이곳은 기본 손가락 정도의 크기를 자랑합니다. 땅이 넓어서인지 가재마저도 크네요. 아들과 한두 시간 정도를 놀며 잡았는데 들고 온 플라스틱 김치통의 절반을 넘게 잡았으니, 어마어마하게 많은 가재가 시냇물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번 낚싯대를 올리면 많게는 네다섯 마리 민물가재들이 닭 다리에 붙어있을 정도였으니까요.
한편, 너무 많은 가재를 잡고 보니 이걸 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현지에서는 민물가재와 옥수수, 감자 등 각종 채소를 넣고 찐 다음,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까먹는 모습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고요,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리법인 각종 채소와 매운 향신료를 잔뜩 넣고 볶아 먹기에도 너무 어려웠어요. 고민 끝에, 멕시코 방식인 채소, 마늘, 레몬을 넣고 끓는 물에 삶아 먹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집에서 다시 칫솔로 깨끗이 씻고 큰 가재들만 골라 아내의 잔소리를 들으며 요리를 부탁합니다.
드디어 요리 완성! 빨갛게 익은 가재를 보면 아주 먹음직스럽게 보입니다. 실제로 맛이 있냐고요? 예상하다시피 민물가재라 특별한 맛이 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한참을 까고 손톱만 한 뱃살을 먹는데, 맛은 왠지 비릿하고 해감을 덜 해서인지 가끔 흙 같은 것도 씹히는 것 같고, 그랬네요. 요리법이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필자 경험상으로는 일반 가정에서 먹을 음식은 절대 아니라는 교훈과 함께 수렵 자체에 만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번 호를 마칩니다. 다음 호에서 다시 만나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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