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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과학자의 대학] 유쾌한 과학자 리처드 파인만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by 에디터's 2020. 11. 26.

유쾌한 과학자 리처드 파인만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사진출처 : www.findagrave.com / www.alisonbrooksarchitects.com


20세기 이후의 물리학자 중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뛰어난 인물을 꼽으라면 수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물이 바로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입니다. 그는 물리학을 공부한 게 아니라 가지고 놀았다고 할 만큼 물리학 연구에서 거침이 없었습니다, 자신의 주 전공인 입자물리학은 물론, 나노과학 기술, 양자컴퓨터 등 새로운 첨단과학 기술이 탄생하는 데에도 기여한 인물입니다. 


리차드 파인만은 1918년 뉴욕 퀸스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유대인으로 아버지는 제복을 만들고, 어머니는 유치원 교사를 준비하는 평범한 가정이었습니다. 아버지의 꿈은 원래 과학자였는데 가정 형편상 꿈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들에게는 자연과 현상에 대한 남다른 시각으로 영향을 주었습니다.


여타의 천재들이 그러하듯 파인만 역시 다재다능했습니다. 열두 살 때 집에 실험실을 만들어 놓고 여동생이 조수를 맡았습니다. 소켓을 구해다가 램프 뱅크를 만들어 전화선으로 연결해보기도 하고, 전구의 직렬과 병렬연결에 따른 전압의 변화를 이해했습니다. 증폭기와 도난 경보기도 만들어냈지요. 라디오의 고장도 직관적으로 잘 고쳐, 당시 고가였던 라디오 수리를 도맡아 하기도 했습니다. 


고등학생 때 그는 삼각함수, 대수, 미적분을 독학하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기호를 만들어 문제를 풀곤 했다고 합니다. 졸업반 때에는 물리 수업에서 수학과 물리학의 연관성을 깨닫고 두 학문에 더욱 흥미를 느꼈다고 하고요. 하지만 수학과 과학 과목의 성적 말고는 점수가 좋지 않아 대학 가기가 만만치 않았다는데요, 당시에는 유대인의 입학정원 할당제가 실시되고 있어 대학 진학은 더욱 어려웠습니다. 


그런 그가 입학할 수 있었던 대학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였습니다. 우리에겐 MIT로 더 잘 알려진 대학이지요. MIT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케임브리지에 있는 연구 중심 공대를 모체로 한 사립대학으로, 1861년 설립해 1865년에 개교한 세계 최초의 공과대학입니다. 설립 이래 공학, 이학, 건축학, 인문과학 분야에서 수많은 공적을 쌓았고, 유능한 과학자들을 배출해냈지요. 


사진출처 : https://www.mit.edu

 

파인만은 MIT 수학과에 입학했다가 전공을 전기공학으로 바꾸었다가, 1학년 말에 다시 물리학으로 전공을 바꾸었습니다. 대학 생활 중에는 파인만답게 괴짜 같은 일화가 많습니다. 수학 스터디 동아리실 문에 쓰인 ‘문 열지 마시오’라는 경고문과 문 소음에 대한 회원들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고 몰래 그 문을 떼서 숨겨버렸다는 일화나, 친구들과 간 클럽에서 웨이트리스에게 팁을 줄 때 물잔에 물을 가득 붓고, 그 안에 동전을 넣은 뒤 카드로 막고 뒤집어 카드를 쏙 빼서 팁을 주었다는 얘기 등은 악명 높은 그의 장난기에 대한 일화는 풍부합니다. 


파인만은 장난과 농담을 좋아했지만, 공부할 때의 집중력은 대단하여 대학 시절 이미 대학원 과정을 완전히 습득하고, 분자에 관한 양자역학 관련 논문을 저명한 잡지에 올렸습니다. 당시 파인만의 아버지는 아들의 장래를 의논하기 위해 대학교수에게 찾아갔는데 “파인만보다 뛰어난 학생을 만나본 적이 없다.”라는 극찬에 들었다고 합니다. 아들의 칭찬에 흐뭇했을 파인만의 아버지! 그런데 대학교수에게 아들의 장래 상담까지 받으러 가신 걸 보면 아들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열혈 부모였던 것 같네요. 


사진출처 : https://jamesclear.com


1939년 3년 만에 MIT를 졸업한 파인만은 아인슈타인이 있는 프린스턴 대학원으로 입학해 존 휠러의 연구조교로 전자와 광자를 연구하였으며, 1942년 박사학위를 마칠 무려 스물네 살의 나이에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됩니다. 비밀리에 수행되던 맨해튼 프로젝트의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도 예의 그 장난기는 여전했지요. 평소 수준급의 금고 열쇠를 따는 실력을 갖추고 있던 그는, 프로젝트에 관여한 장군의 기밀문서 금고를 열어 동료들을 당황케 했습니다. 그 외에도 개미로부터 집안 식품을 지키는 장치를 만들기도 했다는데, 양자전기역학(QED) 이론을 완성하는 대업을 이룬 과학자의 발명품치고는 아주 엉뚱한 것 같군요.


미술과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던 파인만은 사실 해바라기 같은 사랑을 간직한 순정남이기도 했습니다. 열다섯 살 때 파티에서 만난 두 살 연하의 소녀가 백혈병에 걸리자, 서둘러 결혼하고 삼 년 만에 그녀를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잊지 못해 편지를 쓰고 봉인해 자신이 죽기 전까지 그 봉인을 열지 못 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 편지에는 그녀에 대한 절절한 마음과 함께 ‘추신, 이 편지를 부치지 못한 걸 용서해줘. 하지만 난 당신의 새 주소를 알지 못하는걸’이라는 고백이 담겨있었다고 하네요. 


사진출처 : https://en.wikiquote.org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의 후배들은 얼마 전 재미있는 실험을 했습니다. 마른 스파게티 면은 왜 두 동강이 나질 않고 사방팔방으로 부러지는가에 대한 질문의 해답을 찾는 실험이었습니다. 이 질문은 다름 아닌 그들의 선배 리처드 파인만이 내놓은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파인만과 동료 과학자 대니 힐리스(Danny Hillis)가 스파게티를 요리하려다 갖게 된 이 호기심은 지금까지도 풀지 못한 독특한 난제였습니다. 


사진출처 : https://www.businessinsider.com.au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2015년 MIT 대학원생들인 로널드 헤이저(Ronald Heisser)와 에드가 그리델로(Edgar Gridello), 비샬 파틸(Vishal Patil)은 스파게티 면을 정확히 부러뜨리는 기계를 만들어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면이 부러지는 순간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말 과제로 시작한 연구는 파인만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일조하게 됩니다. 독자 중에는 이것이 뭐 그리 중하냐는 의문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절단 혹은 파쇄(fracturing)를 연구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자신들의 선배이자 대과학자가 수십 년 전 남긴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MIT 학생들의 모습에서 리처드 파인만이 수업하던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과학을 즐겁게 흥미롭게 접근하는 학교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합니다. 2020년 대학교 순위 1위에 빛나는 세계 최고의 명문에 이처럼 즐거운 분위기라면 누구나 가고 싶은 대학이 아닐 수 없겠네요. 


사진출처 : https://www.sotheby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