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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 책VS책] 멋있는 노인들은 어디에? 매력적인 늙음에 대하여

멋있는 노인들은 어디에?
매력적인 늙음에 대하여

우리는 누구나 늙어갑니다. 살아가는 동안 자주 잊어버리긴 합니다만, 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해 매일 나아갑니다. 그 과정이 늙음이지요.
늙음이 삶 속에 자리한 어엿한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청개구리처럼 젊음을 추구합니다. 머리를 염색하는 건 기본이요, 주름을 펴기 위해 보톡스를 맞거나 시술을 하기도 하고, 어려 보인다는 말을 칭찬으로 주고받습니다. 늙음을 거부하고 젊음을 추구하는 만큼 늙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8년에 실시한 노인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의 80%가 노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너희들의 젊음이 노력해서 받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내가 잘못해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은교」의 문장이 생각납니다. 10대나 20대라면 자신이 늙어간다는 자각을 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30대 중반만 넘어가도 늙음에 대해 사유하게 됩니다. 자신이 늙어가는 중이라는 걸, 누구나 노인이 되어간다는 걸, 그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일찍 깨닫는다면 남은 삶에 대한 자세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마음속에 떠오르는 노인의 이미지를 꺼내어 들여다봅니다. 나이, 경력, 지위로 권위를 내세우는 노인들에게는 거부감이 따르겠지만 연륜, 포용, 경험으로 지혜를 앞세우는 노인들에게는 존경의 마음이 들겠지요. 나부터 멋진 노인이 되는 길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생기면 사회에 만연한 노인 혐오나 노인 문제, 세대 간의 갈등이 좀 덜어질 테니까요.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매력적인 노인의 캐릭터를 소개해 봅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노인과 바다」라는 두 권의 책을 들고 왔어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요나스 요나손

스웨덴에서 태어나 자라고, 예테보리 대학교에서 스웨덴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15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미디어 회사를 설립한 후 승승장구했지요. 하지만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 건강이 악화되자 회사를 매각하고 스위스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구상했던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창문을 넘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갔지요. 2009년 발표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같은 후속작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어요. 그야말로 ‘요나손 열풍’입니다. 지금은 다시 스웨덴의 한 섬으로 돌아와 닭을 키우며 살고 있다고 해요.

 

알란은 왜 100살 생일에 창문을 넘었을까?
세상에, 이게 첫 작품이랍니다. 스웨덴 인구가 9백만인데 스웨덴에서만 120만 부가 넘게 팔렸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1천만 부 이상이 팔린 이 베스트셀러는 영화로 접하신 분들도 많을 거예요. 스웨덴, 독일, 덴마크, 프랑스 등에서 여러 상을 수상했으니 오락성과 작품성을 모두 겸비했다고 봐야지요.
제목부터 유쾌합니다. 100세 넘은 노인이 창문을 넘어서 도망칠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요. 주인공 알란은 1905년에 스웨덴에서 태어나 이제 막 100살을 맞았습니다. 한 시간 후면 양로원에서 100세 기념 생일 파티를 시작할 겁니다. 하지만 알란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추스르며 창문을 넘습니다. 주머니엔 약 10만 원 정도의 용돈이 전부입니다. 실내용 슬리퍼 차림으로 터미널에 도착한 알란은 한 청년이 화장실에 가면서 맡긴 트렁크를 들고 버스에 오릅니다. 트렁크 안에 신발 한 켤레가 들어있길 바라면서요. 그런데 웬걸, 트렁크 안에는 3760만 크로나가 들었습니다. 감이 잘 안 오시지요? 네, 대충 계산해도 약 48억입니다!
황당하게 시작된 알란의 모험은 돈과 트렁크를 쫓는 사람들, 형사들, 검사와 얽혀 현재 진행형으로 아슬아슬하게 펼쳐집니다. 현재진행형인 챕터 사이사이에 알란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세계사를 넘나드는 과거의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자리합니다. 알란이 살아온 한 세기는 1905년부터 2005년까지 전쟁과 냉전과 냉전 이후의 시대였어요. 웬만한 사람들도 드라마틱하게 살던 시절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폭탄 제조’를 배우고 일했던 알란에게는 ‘핵폭탄급’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스페인, 미국, 소련, 중국, 북한, 이란, 발리를 거치면서 알란은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등(!)을 만나게 되고 세계사의 한 축을 코믹하게 담당합니다.

 

스웨덴식 포레스트 검프, 알란의 매력
알란은 부모를 일찍 여의고,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고, 전쟁에 휘말리고, 수용소에 갇히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죽음을 맞닥뜨리기도 여러 번, 한 번도 세상살이가 마음대로 된 적이 없는 노인입니다.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이냐며 투덜거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알란은 어떤 순간에도 초연합니다. 처음 알란이 창문을 넘어서 모험을 시작했을 땐 ‘그래, 100살쯤 되면 저런 여유가 생길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알란이 모든 일에서 여유로운 자세를 유지하는 이유는 살아오는 동안 매 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살아냈기 때문이라는 걸, 그의 전 생애를 통해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만나는 사람이 누구든, 심지어 코끼리와도 교감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노인이라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지요. 알란의 매력에 푹 빠진 전 세계의 독자들을 위해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이라는 후속작도 나왔습니다.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민음사

미국 문학의 상징, 어니스트 헤밍웨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대해 무엇을 더 덧붙일 수 있을까요. 노벨 문학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20세기 미국 문학의 대표 작가, 미국 현대 문학의 개척자, 미국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자 남성성의 상징...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들이 넘쳐납니다. 그는 1차 대전에서 적십자 소속으로 활동하고, 파리와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스페인 내전에 특파원으로 활동했어요. 쿠바에 건너가서 생활하던 중에 2차 대전이 발발하자 이번에도 종군기자로 유럽에 건너갑니다. 쿠바에서 집필활동을 계속하던 그는 「노인과 바다」를 발표한 후 작가로서의 삶에 정점을 찍었지요.

 

파란만장한 인생의 무게를 담은 작품
「킬리만자로의 눈」,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같은 작품을 발표하고 승승장구하던 헤밍웨이는 쿠바에 머물며 집필을 계속합니다. 하지만 그 후 내는 작품마다 혹평을 받았습니다. 헤밍웨이는 술과 낚시로 세월을 보내야 했지요. 그는 점점 잊혀졌습니다. 그를 다시금 미국의 독보적인 작가로 만들어준 소설이 바로 「노인과 바다」입니다. 이 작품을 실은 1952년 9월의 「라이프」지는 이틀 만에 530만 부가 팔릴 정도였어요. 인생 역전이었지요. 이 작품으로 헤밍웨이는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줄거리랄게 별로 없습니다. 한마디로 ‘노인이 낚시하는 이야기’지요. 주인공 산티아고는 84일째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와 함께 낚시를 하던 소년이 있었지만 부모의 만류로 소년은 다른 배를 타게 됩니다. 모두가 노인의 운이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는 홀로 배를 띄워야 했습니다. 자신이 몰고 나간 배보다 더 큰 청새치를 잡은 산티아고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청새치에게 끌려다니며 죽을 고비를 넘깁니다. 사흘 밤낮을 씨름한 끝에 간신히 청새치를 뱃전에 매달 수 있었지요.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번엔 청새치의 피 냄새를 맡은 상어가 공격을 시작합니다.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노인의 독백이 간간이 이어집니다. 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사자의 꿈을 꿉니다.

 

고통과 희생과 겸손과 존엄의 캐릭터
특별한 매력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귀가 번쩍 뜨일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입이 바싹바싹 마르며 심장이 뜨거워집니다.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땐 열 장을 채 못 넘기고 코가 시큰거리기 시작했어요. ‘불굴의 의지’라는 말이 아무 데다 갖다 붙이는 수식어가 아니라는 걸, 이 작품을 통해 깨닫게 됐지요.
죽음 앞에서 삶을 입증하는 산티아고를 통해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존엄의 끝은 어디인지 생각해 봅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다.”는 산티아고의 말을 되뇌면서요. 헤밍웨이의 간결하지만 묵직한 문체가 산티아고라는 노인을 너무나 절묘하게 빚어냅니다. 헤밍웨이의 작품 중에서 가장 뛰어난 걸작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헤밍웨이의 다른 작품을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노인과 바다」를 읽고 나면 그 평가에 당연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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