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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요리와 친해지기

[와인과 친해지기] 옐로스톤 국립공원 여행과 할란 더 메이든

by 앰코인스토리 - 2014. 11. 28.

‘지상낙원’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여행지가 있을까? 물론 지구 상에 여러 곳이 있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한 곳은 바로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이다. 와이오밍(Wyoming) 주, 몬태나(Montana) 주, 아이다호(Idaho) 주에 걸쳐 있지만, 전체 면적의 96%가 와이오밍 주에 속해있으며 그 크기는 경기도 정도 된다고 하니,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마그마가 지표에서 비교적 가까운 5km 깊이에 있어 1만 개가 넘는 온천과 간헐천이 독특한 자연환경을 만들어 내며, 수많은 동물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어, 살아있는 지구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가는 길은 전혀 만만치 않다.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다시 렌터카를 빌려 다섯 시간 넘게 운전해야 하니 말이다. 게다가 공원 입구 마을에 도착하고 공원 중심지까지 들어오려면 한 시간 이상이 걸리므로, 공원 내 숙소를 잡지 못하면 매일 들락날락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시간 낭비가 생긴다. 공원 내 숙박시설이 몇 개 없어서 여름 휴가기간에 숙소를 예약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그래도 필자는 운 좋게 4박 5일 동안 공원 내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숙소 안으로 들어가니, 4인 가족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


▲<사진 1> 옐로스톤 내 랏지 외부 모습


▲<사진 2> 옐로스톤 내 랏지 내부 모습


3,000m나 되는 높은 산과 깊은 계곡, 웅장한 폭포와 인간에 의해 때 묻지 않은 맑은 강물이 들판을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고, 마치 시간을 잊은 듯 느릿느릿 평화롭게 흘러가는 구름의 모습에서 한없는 포근함을 느낀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 공원 내부에는 국립공원 관리소에서 운영하는 호텔과 랏지가 있을 뿐, 그 어떤 위락시설도 없다. 심지어는 TV와 휴대전화도 먹통이라 바깥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지만, 자연이 선사하는 경이로운 광경 앞에서 답답하다는 생각은 자리를 차지할 틈이 없었다.


▲<사진 3> 한없이 느리게 흘러가는 구름과 강물. 저물녘이 되면 사슴의 무리가 물을 마시러 나온다.


운전하다가 도로 위에서 마주치는 커다란 버펄로(Buffalo)는 뒤로 차가 밀리든 말든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기의 갈 길을 묵묵히 간다. 바로 옆에 있는 버펄로가 차를 들이받을까 봐 살짝 겁도 났지만 그래도 사진은 찍어냈다.


▲<사진 4>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는 버펄로


숙소 안내센터에 앉아 끝없이 펼쳐진 호수를 바라보며 마시는 시원한 ‘켄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이(Kendall-Jackson, Vintner's Reserve Chardonnay)’. 이 화이트와인 한잔은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기에 아주 충분하다.


▲<사진 5> 켄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이


안내센터 바로 앞 풀밭에서도 버펄로를 보았는데, 저 녀석 역시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


▲<사진 6> 평화롭게 풀을 먹는 버펄로


옐로스톤 곳곳에 있는 간헐천은 신기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그마가 지표면 가까이에 있어서 지하수가 끓어올라 마치 분수처럼 품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이다. 예전에는 매번 45분 간격으로 무려 4만 L의 뜨거운 물이 40m 이상 높이로 충실히 뿜어져 나와 이런 이름이 붙여졌지만, 지금은 지각활동의 변화로 그 간격이 부정확해졌다. 참고로 비지터 센터에서는 수증기량을 측정한 후 다음 방출되는 시간을 예측해서 관람객들에게 알려준다.


▲<사진 7> 올드 페이스풀에서 뿜어지는 뜨거운 물기둥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겨본다.


▲<사진 8> 산책로 옆에서 갑자기 터지는 물줄기를 피해 잽싸게 달려가야 할 때도 있다.


▲<사진 9> 모닝 글로리 풀(Morning glory pool). 이 아름다운 색은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옐로스톤 계곡의 바위는 유황성분에 의해 노랗게 변했고, 이것이 옐로스톤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폭포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사진 10> 옐로스톤 폭포. 산책로가 있어서 바로 곁에서 볼 수 있다. 무지개가 예쁘다.


▲<사진 11> 멀리서 본 옐로스톤 폭포. 계곡 주변의 바위가 다 노란색이다.


4박 5일의 일정이었지만 다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죽기 전에 다시 가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기도 한 옐로스톤 계곡에서 며칠 묵으며 여유롭게 송어 낚시를 해보고 싶다.


여행 마지막 날 저녁, 옐로스톤 여행을 위해 준비한 할란 세컨드 와인인 메이든을 여기 아니면 맛보기 힘든 버펄로 육포와 함께 즐겼다. 이 와인은 샌프란시스코 할란 이스테이트(Harlan Estate) 본사에 들러 직접 받아온 것으로, 장엄한 옐로스톤의 계곡과도 같은 깊은 풍미와 강인한 인상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잊지 못할 추억의 화룡점정이 되어주었다.


▲<사진 12> 할란의 세컨드 와인, 더 메이든


▲<사진 13> 버펄로 육포


▲<사진 14> 기념품 가게에서 구매한 옐로스톤 와인오프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