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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요리와 친해지기

[와인과 친해지기] 매혹적인 와인의 향기, 시라즈 와인

by 앰코인스토리 - 2014. 11. 14.

몇 년 전 여름이었다. 동창과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먹고 나서, 가볍게 맥주 한잔 할 곳이 있나 찾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가 내렸다. 우산도 없는 상태여서 비를 피할 겸 근처 가게로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니 레드 스파클링 와인이 눈에 띄었고, 스파클링 와인에 레드와인이 있다는 게 흥미로워 주문해 보았다. 아이스 버킷에 담겨 온 와인은 바로 블리스데일 스파클링 시라즈! 가게 유리를 두드리며 시원하게 내리는 빗방울을 보면서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검붉은 와인 속에서 피어오르던 거품이 주는 시원함과 와인이 주는 맛은 여름비처럼 상큼했다.

 

그렇게 시라즈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카베르네 소비뇽에 물렸던 나에게 또 다른 와인의 세계가 열린 것이다. 시라즈는 와인 메이커에 따라 그 개성이 아주 달라지기 때문에, 와인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부터 전문가까지 애호가 그룹이 무척 다양하다. 특히, 잘 만든 시라즈 와인은 과일 폭탄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 농밀하며 잘 익은 붉은 과일의 향을 선사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라즈 와인은 투핸즈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이다. 앙증맞은 붉은 손바닥 마크 두 개는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힘을 합쳤다’는 뜻이라고 한다. 상급 라인으로 가든 시리즈가 있는데 특이하게도 가족 이름을 땄다. 벨라스 가든, 릴리스 가든, 맥스 가든, 사만다스 가든이 대표 와인들이며, 한국에서는 벨라스 가든이 잘 알려졌다. 가족의 이름을 걸고 만들었으니 품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 내게 투핸즈 가든 시리즈는 단 한 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었다.

 

시라(Syrah) 혹은 시라즈(Shiraz)

 

시라 혹은 시라즈라고 불리는 품종은 원래 같은 품종으로 원산지는 프랑스 북부의 론 지역이라고 알려졌는데, 사실은 서아시아(터키) 지역에서 시작한 양조용 포도 중 가장 오래된 품종이다. 프랑스 론 지역을 떠난 시라는 개척자들에 의해 남아공으로 옮겨졌고, 이후 호주로 넘어가 뿌리를 내리게 된다.

 

론 지역은 일교차가 크고 서늘한 기후여서 후추, 민트, 페퍼 등 약간 매콤한 향이 특징이고, 호주의 기후는 따뜻하고 일교차가 적어서 산도가 떨어지고 당도가 올라가는 특징을 보여준다. 품종은 같지만 특징이 너무 다른 관계로, 비교적 서늘한 지역에서 자란 유럽 품종을 ‘시라’라고 부르고, 더운 나라에서 자란 품종을 ‘시라즈’라고 부른다.

 

프랑스 와인은 워낙 고가여서 접근하기 힘들지만, 호주의 시라즈 와인은 데일리 급부터 컬트와인 급까지 종류가 아주 다양해서 접근하기 쉽다. 중저가 와인들은 코르크가 아닌 스크루 캡을 써서 와인 오프너 없이도 와인을 쉽게 딸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시라즈의 명주로는 프랑스 론 지역의 ‘이기갈 꼬뜨 로띠 라 라 라 시리즈(E-Guigal Cote Rotie La La La Series)’, 호주의 ‘그랜지(Grange)’, ‘헨쉬커 힐 오브 그레이스(Henschke Hill of Grace)’, ‘투헨즈 에리즈(Two Hands Ares)’ 등이 있다. 특히, 그랜지는 호주 최고급 와인으로 특정 빈티지가 와인 경매에서 2,000만 원 넘게 팔려 호주 와인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콘차 이 토로, 카시제로 델 디아블로 시라즈 (Concha y Toro, Casillero del Diablo Shiraz)

 

ⓒ Concha y Toro

 

칠레 콘차 이 토로의 와인. 데일리 와인으로 정말 강력히 추천한다. 그냥 먹어도 부담 없고, 양 꼬치구이에 함께 나오는 특이한 분말 양념과도 잘 어울린다. 코스트코에서 세일 가격 9천 원에 만날 수 있고, 마트 세일 가격으로는 1만 4천 원 정도 한다.

 

미스터 릭스, 시라즈 비오니에 (Mr. Riggs, Shiraz Viogner)

 

ⓒ Mr. Riggs

 

킴스마트나 홈플러스에 가끔 나오는 와인이다. 향을 좋게 하려고 비오니에 품종을 섞은 와인인데 2005년 빈티지를 마셔보고 깜짝 놀랐었다. 이 와인을 만날 때면 퍼프 대디(Puff Daddy)의 <I’ll be missing you>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와인이 주는 이미지와 멜로디가 주는 느낌이 잘 맞아 떨어진다. 세일하면 2만 원 중반에 나온다.

 

 

몬테스, 몬테스 알파 시라 (Montes, Montes Alpha Syrah)

 

ⓒ Montes

 

차장 진급 발표가 났을 때 정 부장님이 선물해 주셨던 와인. 나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의 와인이 되었다. 몬테스 알파는 대한민국 판매 1위 칠레 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이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나는 시라즈가 더 잘 만든 것 같다.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는 세일 때 단골로 등장하지만, 시라즈는 세일이 많지 않다. 세일 가격은 4만 원 초반.

 

 

블리스데일, 스파클링 시라즈 (Bleasdale, Sparkling Shiraz)

 

ⓒ Bleasdale

 

스파클링 와인과 레드와인의 경계를 무너뜨린 특이한 와인. 차갑게 해서 마셔도 좋고, 레드와인처럼 마셔도 괜찮다. 축하 자리가 있을 때 스파클링 시라즈를 가져가면 기쁨이 배가될 것이다. 마트에서는 보기 힘들고, 와인 가게에 소량으로 입고된다. 세일 가격은 3만 원 후반.

 

 

투핸즈, 엔젤스 쉐어 시라즈 (Two Hands, Angel's Share Shiraz)

 

ⓒ Two Hands, Angel&amp;rsquo;s Share Shiraz

 

투핸즈에서 만든 중가 와인 픽쳐스 시리즈의 대표 와인. 양조 과정에서 오크통의 와인이 조금 증발해 없어지는 것을 두고 천사들이 자기 몫을 가져갔다는 의미로 이름 지어졌다. 100대 와인에 두 차례나 이름을 올렸으며, 평균 점수 90점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세일 가격은 5만 원 후반.

 

 

투핸즈, 벨라스 가든 시라즈 (Two Hands, Bella's Garden Shiraz)

 

ⓒ Two Hands, Bella's Garden Shiraz

 

붉게 찍힌 두 개의 손바닥 로고. 투핸즈는 2000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와이너리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현존하는 남반구 최고의 와인 생산자’라고 평해 스타 반열에 올랐다. 벨라스 가든은 『Wine Spectator』 선정 100대 와인에 여덟 번이나 이름을 올려 투핸즈의 명성을 드높였고,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다. 벨라는 투핸즈 창업자 리차드의 첫째 딸 이름이다. 세일 가격 10만 원 초반.

 

 

투핸즈, 릴리스 가든 시라즈 (Two Hands, Lily's Garden Shiraz)

 

ⓒ Two Hands, Lily's Garden Shiraz

 

개인적으로 벨라스 가든보다 더 맛있게 느껴져서 여러 번 만났던 와인이다. 잘 만든 호주 와인이 어떤 것인지를 절실히 느끼게 해준다. 세일 가격으로 10만 원 초반의 고가 와인이다.

 

킬리카눈, 옐로우 테일, 토브렉, 울프 블라스, 제이콥스 크릭, 펜폴즈 등 소개하고 싶은 와인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