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으로 받아 보는 사보가 몇 개 있다. 사보나 사외보에는 독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곤 한다. 퀴즈, 숨은그림찾기, 다른 그림 찾기, 등등. 그런데 분기별로 받아 보는 사외보에는 좀 고전적이지만 다른 사보들과 차별화된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림 색칠하기’다. 나도 처음에는 ‘과연 이런 걸 누가 보낼까? 시간도 오레 걸릴 텐데….’하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매 분기 선택되는 작품들은 참 정성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거의 한두 시간의 정성과 열정이 있어야 완성될 것만 같은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내 생각이 틀렸구나 하고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나도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하지만 그런 막연한 결심은 단지 그때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말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 치여 책자는 책상 한 귀퉁이만을 지키며 먼지만 뽀얗게 뒤집어쓰기 일쑤다. ‘아! 그림 색칠하기 보내야 하는데….’ 생각하며 책자를 뒤집어 볼 때면 마감 기간을 훌쩍 넘겨 버린 뒤였다.
얼마 전 도서관에 갈 기회가 생겼다. 신청도서로 올렸던 책이 비치되었으니 찾아가라는 문자를 받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대출하고 나오면서 마침 서너 장 인쇄할 자료가 있어서 디지털 자료실까지 찾게 되었다. 인쇄용 컴퓨터에 닿기 전 자료실 중앙에 있는 동그란 탁자와 탁자를 에워싼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여학생을 보게 되었다. 그 여학생은 여느 이용객과 달리 노트북도 없고 태블릿 PC도 없었다. 그녀의 옆에 놓인 것은 그림 색칠하기 책자와 18개 색연필이 담긴 연필 케이스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처음 보는 이에게 “왜 이런 것을 하세요?” 물어볼 수는 없었다.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디지털 시대이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상 속에서 그 결실과 열매를 누려야 하는 친구가 연필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하얀 도화지 위에 색칠하고 있다는 것이 잠시나마 혼란스러웠다. 집으로 돌아와 며칠 전 배달된 우편물 속에서 그림 색칠하기 사보를 찾았다. 마감 날짜가 꽤 남았다. 책상 서랍에서 색연필을 꺼내어 색칠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만화 주인공에 색깔 옷을 입히며 기뻐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열심히 하얀색 바탕에 색을 입혀 나갔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보라색, 초록색 연필을 골라가면서 경계선 밖으로 색이 넘어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누구에게 보여 칭찬을 받고 자랑을 하려는 마음보다는 나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칠해 나갔다. 크레용이나 크레파스를 꾹꾹 눌러가며 있는 정성 없는 정성을 다하고 크레파스가 손에 묻어도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그 모든 고통과 아픔이 봄눈 녹듯 사라졌던 그때의 희열과 환희가 꽤 오랜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나의 작품은 사외보를 관리하는 이들이 평가를 할 것이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열심히 했다는 것만은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매 분기 선택되는 작품들은 참 정성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거의 한두 시간의 정성과 열정이 있어야 완성될 것만 같은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내 생각이 틀렸구나 하고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나도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하지만 그런 막연한 결심은 단지 그때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말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 치여 책자는 책상 한 귀퉁이만을 지키며 먼지만 뽀얗게 뒤집어쓰기 일쑤다. ‘아! 그림 색칠하기 보내야 하는데….’ 생각하며 책자를 뒤집어 볼 때면 마감 기간을 훌쩍 넘겨 버린 뒤였다.
얼마 전 도서관에 갈 기회가 생겼다. 신청도서로 올렸던 책이 비치되었으니 찾아가라는 문자를 받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대출하고 나오면서 마침 서너 장 인쇄할 자료가 있어서 디지털 자료실까지 찾게 되었다. 인쇄용 컴퓨터에 닿기 전 자료실 중앙에 있는 동그란 탁자와 탁자를 에워싼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여학생을 보게 되었다. 그 여학생은 여느 이용객과 달리 노트북도 없고 태블릿 PC도 없었다. 그녀의 옆에 놓인 것은 그림 색칠하기 책자와 18개 색연필이 담긴 연필 케이스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처음 보는 이에게 “왜 이런 것을 하세요?” 물어볼 수는 없었다.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디지털 시대이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상 속에서 그 결실과 열매를 누려야 하는 친구가 연필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하얀 도화지 위에 색칠하고 있다는 것이 잠시나마 혼란스러웠다. 집으로 돌아와 며칠 전 배달된 우편물 속에서 그림 색칠하기 사보를 찾았다. 마감 날짜가 꽤 남았다. 책상 서랍에서 색연필을 꺼내어 색칠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만화 주인공에 색깔 옷을 입히며 기뻐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열심히 하얀색 바탕에 색을 입혀 나갔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보라색, 초록색 연필을 골라가면서 경계선 밖으로 색이 넘어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누구에게 보여 칭찬을 받고 자랑을 하려는 마음보다는 나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칠해 나갔다. 크레용이나 크레파스를 꾹꾹 눌러가며 있는 정성 없는 정성을 다하고 크레파스가 손에 묻어도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그 모든 고통과 아픔이 봄눈 녹듯 사라졌던 그때의 희열과 환희가 꽤 오랜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나의 작품은 사외보를 관리하는 이들이 평가를 할 것이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열심히 했다는 것만은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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