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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캐리어 소동

by 앰코인스토리 - 2019. 3. 19.


정밀함과 정확성으로 세계인이 인정하는 독일 국적기인 ‘루프트한자’는 그 명성 그대로 19시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착륙했다. 여덟 시간의 시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몽롱한 정신으로 입국장에 이르니 이미 만원, 계단에서 엉거주춤 장시간을 기다렸다. IS 테러가 계속되다 보니 보안검색이 까다로워져서 21시가 넘어서야 입국 수속을 마쳤다. 우리나라 같으면 빈 검색대에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하련만, 이네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수하물 찾는 곳에서 캐리어의 손잡이를 잡는 순간, 이상함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터진 곳이 세 군데나 되었다. 일행의 것은 멀쩡한데, 내 것은 기내용이라 작고 무겁지 않아서 함부로 한 것일까. 가이드가 보고는 클레임 걸면 된다고 하여 물어물어 담당부서를 찾았다. 꼼꼼하기로 소문난 국민인데 까다롭게 굴진 않을까. 사용 중인 가방은 5년이 넘은 구형이라 앞뒤로만 움직여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거나 방향을 바꿀 때는 불편함이 많았다. 일행들은 한결같이 360도로 회전하는 것들이라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아서 홈쇼핑에서 본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성인이 올라가도 곧바로 복원되는 신형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검사원은 건성으로 가방을 보더니 언제, 얼마에 샀느냐고 물어서 “몇 년 전에 100달러에 구입했다.”라고 답했다.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사인했더니, 서류를 건네면서 “여기서 3분 거리인 B동에 가면 새로운 것을 받을 수 있고, 2년간 유효하다.”라고 한다. 일행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귀국 때 들르기로 하고 관광버스에 오르자 인사부터 했다.
4개 국을 도는 동안, 버스에서 호텔까지의 짧은 거리만 오갔기에 별 불편함은 없었다. 7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향하는데, 캐리어의 핸들이 몸체에서 분리되어 끌 수가 없었고 들고 가기엔 버거웠다. 입국해서 한국인 직원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바꿀 예정이었는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독일 국적기의 사무실은 곳곳에 즐비했다. 가까이 보이는 직원에게 확인하고 지하로 내려가서 두 번째 찾은 사무실에는 30대의 남성이 다양한 캐리어가 있는 구석에 앉아 있었다.
기대와 걱정이 교차되면서 서류를 내미니, 두말없이 화물용을 보여주기에 “기내용은 어떤 게 있나요.”라고 묻는다. 천으로 된 것을 보여주는데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좀 더 나은 것으로 보여주세요.” “이것도 100유로고 화물용은 130유로니 선택하세요.” 실버색의 화물용을 택하니 친절하게도 사용법과 비밀번호까지 입력해준다.
타이탄 캐리어라 내구성은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흐뭇했다. 특히나 직장인일 때 품질관리부서에서 오랫동안 클레임 문제로 다양한 경험을 했기에 서비스업의 고객 우선주의가 감동으로 와 닿았다. 입국 때 지루한 대기 시간과 비 온 흔적에 걱정이 많았으나, 도보로 관광할 때는 비도 우리를 비켜갔고 어렵지 않게 새 가방까지 구했다. 즐거운 여행에 플러스 요인이 두 가지나 보태졌으니, 비록 고생은 했지만 전화위복에다 금상첨화가 아닌가 싶다.

 

글 / 사외독자 이성호 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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