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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사장님 주문할게요

by 앰코인스토리 - 2019. 3. 15.


대학생 때였다. 친구가 삼치구이 잘하는 집이 있다며 같이 가자며 손을 끌어 잡았다. 삼치는 어떤 맛일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순순히 끌려갔다. 식당은 대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겨우 한자리를 찾아 메뉴판 이곳저곳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내가 살 테니 먹고 싶은 것으로 골라봐.” “그래 좋아! 난 삼치구이가 처음이라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난 삼치구이다.”
친구는 잽싸게 직원분을 불렀다. 보통 대학생들은 친근하고 살가운 목소리로 “이모!” 이렇게 부르거나 뻣뻣한 친구들은 아저씨 스타일로 “아줌마! 여기 주문이요.” 낯가리며 수줍은 표정 지으며 “여기요!” 하는 정도의 반응에 익숙한 탓이었을까? 친구의 한마디는 나의 고정관념을 한방에 깨버리고 말았다. “사장님! 여기 주문받아 주세요.” 그 ‘사장님’이란 단어 속에서 나는 순식간에 다양한 추리를 하기 시작했다.
‘사장님이라? 왜 사장님일까? 종업원 같은데. 친구가 말이 헛나온 것일까? 아니면 자주 오는 집이라 잘 알아서일까?’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받아든 것처럼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주문을 다 받고 돌아서는 아주머니에게 친구는 다시 “사장님, 맛있게 해주세요.”라며 당부의 말을 건넸다. ‘여기는 이분이 사장님이구나!’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점심을 맛있게 먹게 되었다.
세월이 한참 흘러 대학교를 졸업하게 될 무렵이 되었다. 친한 선배가 술 한잔 사겠다며 나를 바깥으로 불러냈다. 호프집에 들어가게 되었고 맥주와 안주를 시켰다. “사장님, 여기 주문할게요.” 꽤 오랜만에 들어보는 낯설지 않은 단어, 사장님. 불현듯 잊고 있었던 대학교 친구가 생각났고 삼치구이 집도 떠오르게 되었다. 그때 묻지 못했던 ‘사장님’의 의미가 더욱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선배, 홀서빙 보는 분이 여기 사장님인가요?” 선배는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아! 그런 게 아니라 이왕이면 일하시는 분을 좋게 불러 드리고 싶어서 그래. 아줌마보다는 사장님이라고 하면 느낌이 좋지 않니? 뭐 하나라도 더 챙겨 줄 수 있다.”
아! 그때야 사장님에 대한 깊은 뜻을 알게 되었다. 바꿔 생각해 보면 홀 서빙 보는 나에게 ‘사장님’이라고 불러주는 손님에게 마음이 더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게 아닐까. 문득 최근 응모했던 공모전이 생각났다. 그 공모전의 명칭 변경 취지는 현재 쓰고 있는 이름이 지극히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어감이 짙어 바꾸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의미가 비슷할 수는 있어도 사람에게 불릴 때 ‘아’ 다르고 ‘어’ 다를 수 있는 것처럼.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다. 기왕이면 상대방 듣기 좋은 말을 골라서 말 한마디라도 따스하게 해준다면 서로에게 얼굴 붉히는 일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줌마, 여기 주문이요!”보다는 “사장님, 주문할게요. 맛있게 해주세요.” 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