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의 도래, 종이여 안녕히!
반질반질, 까끌까끌. 만지면 그 특성을 단번에 알 수 있었던 일반 종이. 인간의 역사 속 매우 오랜 기간 중요한 사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그러한 독보적 존재감 때문인지, 종이가 사라지는 시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요,
하지만 우리가 삶을 영위해 가는 2017년 지금, 그 모든 상상 속 불가능은 가능이란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라이프 아이템 중 하나였던 물건들의 디지털化는 다른 변화보다 더 큰 무게감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 초경량 디지털 페이퍼 단말기 SONY DPT-RP1
영상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gIC7r5nPOUI
그렇기에 페이퍼리스(paperless)가 가지는 생경함과 이질감은 글귀의 행간에 다 담아내기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미 묵과할 수 없는 대상으로 다가온 지 오래인 그 기술력과 관련 기기들을 살펴보는 것은 디지털 라이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숙제와도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페이퍼리스 기술은 오랜 시간 화두가 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종이 재질의 변화 그 자체보다 관련 기기 및 시스템, 솔루션 등의 기능 향상과 기술력 업그레이드에 이목이 쏠립니다. 이와 관련 최근 주목할 만 한 회사는 단연코 ‘소니’인데 지난 4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초경량 디지털 페이퍼 단말기를 출시하며 그 기술력의 위용을 뽐낸 바 있습니다.
종이처럼 읽고 쓸 수 있게 디자인된 두께 5.9mm, 무게 349g의 디지털 페이퍼 단말기 DPT-RP1는 13.3인치 디스플레이를 갖춘 제품입니다. 특히 기존 1200 X 1600에서 1650 X 2200로 해상도가 크게 향상됐으며 화면 역시 논슬립(non-slip) 패널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 페이퍼리스 시대의 태블릿을 이용한 전자서명
사진출처 : https://pixabay.com
워낙 많은 종이의 범람으로 머리가 아팠던 기업, 변호사, 학계 등이 타깃이라는 이 단말기는 쓰고 읽기 좋게 평면 디자인을 갖췄으며, 뒷면 또한 종이와 같은 질감으로 처리돼 눈길을 끕니다.
가벼운 재질을 사용한 것은 장시간 들거나 사용해도 피로감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종이를 사용할 때 느꼈던 그 감각 그대로를 선사하기 위한 소니의 노력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또 디지털 펜 사용에 있어 노트 기능의 정밀함을 업그레이드 해 ‘자필 작성’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한 것도 시선을 모읍니다.
최근 종이 느낌을 최대한 살린 리마커블(reMarkable) 페이퍼 태블릿이 등장했단 소식 또한 이러한 맥락과 같이합니다. 리마커블은 클라우드를 통해 다른 모든 기기와 동기화가 가능한 디지털 기기로 문서 역시 쉽게 재구성 및 공유를 할 수 있습니다. 10.3인치 캔버스 디지털 페이퍼 디스플레이를 통해 넓은 화면을 자랑하는 가운데 학습용 기기로의 활용 등 쓰임새가 다양해 보입니다.
페이퍼리스 관련 스마트 기기의 등장은 물론 IT솔루션, 프로그램 등과의 참신한 콜라보레이션도 종이 없는 시대를 앞당기는 중입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디지털족들의 마음을 앗아갈 페이퍼리스 아이템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인데요, 페이퍼리스 팩스를 비롯, 페이퍼리스 오피스와 회의 등을 가능케 하는 기발한 솔루션들이 그것입니다.
▲ 전자기기를 통한 회의, 페이퍼리스 오피스
사진출처 : https://pixabay.com
종이 없는 회의, 보고, 교육 환경을 구현하는 협업 솔루션인 티온소프트의 밋미팅(Meetmeeting), 팩스로 전송한 문서를 전자문서로 저장 가능한 후지제록스의 클라우드 팩스 등이 페이퍼리스 IT 솔루션들의 예시라 할 수 있습니다.
솔루션을 넘어 사회 곳곳 비즈니스 시스템에서의 페이퍼리스 움직임도 눈에 띕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종이 통장 대신 모바일 통장이 상용화되고 있는 은행권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변화의 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디지털 서식관리 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PPR서식 위주로 디지털化를 가능케 함으로써 고객과 직원 모두 신속하고 편리한 문서 관리가 가능토록 할 계획입니다. 씨티은행 역시 각 지점에 태블릿을 설치하고 계좌 개설, 카드 발급 등 사전신청서비스의 경우 페이퍼리스 시스템을 적용 중입니다.
▲ 종이 영수증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시대
사진출처 : https://pixabay.com
종이 영수증 대신 전자 영수증 발급을 계획 중인 백화점 등의 온오프 유통업계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얼마 전 쿠팡은 오픈마켓 채널 아이템마켓에 종이가 필요 없는 페이퍼리스 판매자 등록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단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건설용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태블릿PC로의 건축 도면 확인 등과 같은 예도 페이퍼리스 시대를 200% 실감케 합니다.
▲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단말기
사진출처 : https://pixabay.com
하지만 페이퍼리스 시대의 도래가 일반 종이에 대한 실효성을 부인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보관과 사용에 편리함을 가지고 있는 페이퍼리스 관련 장치와 시스템에는 분명 향긋한 닥나무 향이 오롯이 배어 있던 낭만의 결정체, 일반 종이의 감수성까지 담겨 있지는 않을 테지요. 고서적의 빛바랜 페이지마다 결결이 숨 쉬는 추억의 단편 역시 페이퍼리스 시대와 견줄 만한 부분은 아닙니다.
물론, 분명한 것은 종이를 대신할 매개체가 점점 늘어갈 것이란 사실입니다. 종이에게 안녕을 고해야 할지도 모르는 시대. 그렇지만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일반 종이를 더욱 고수하고 더 많이 아낄 것 같은 시대. 페이퍼리스와 페이퍼러브가 함께 공존하는 세상, 그 짜릿한 균형의 스펙트럼 속 우리가 살아갑니다.
글쓴이 김희진은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에디터, 작가, PT&콘텐츠 기획자, 칼럼니스트로서 광고·온오프 에디토리얼, 매거진, ATL 및 기타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기업과 오랜 기간 소통하며 일해 오고 있다. 그 어떤 포지션으로 불리건, 글밭 가득 생생한 들숨과 날숨을 불어넣어 행간 이면 아로새긴 꿈을 전하는 것이 문장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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