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우유 보급의 일등공신은 누구?
종이 우유 팩 발명가 존 반 워머
▲ 존 반 워머 초상
사진출처 : https://goo.gl/3dtahy
학창시절 2교시가 되면 어김없이 배달되어 오던 200㎖ 흰 우유, 기억하시나요? 우유가 먹기 싫은 아이들은 가방 안에 우유를 넣어 놓았다가 팩이 눌려 터지면서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되기도 했지요. 사실 이 같은 종이 우유 팩이 등장하기 전에는 모두 유리병에 담아 유통이 됐는데, 종이 우우팩이 등장하면서 깨지지 않고 가벼운 포장재로의 유통이 용이해 국민건강식품으로서 우유가 널리 보급될 수 있었습니다.
휴그 무어가 종이컵을 발명해 자판기 혁신을 일으켰던 것처럼, 음료 문화에서 이 종이팩의 발명은 커다란 혁신을 일으키는 발명품이었습니다. 이름하여 카톤(carton)팩,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종이로 만든 상자’쯤 될까요. 이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미국의 존 반 워머(John Van Wormer, 1856~1942)입니다.
▲ 존 반 워머의 종이팩
사진출처 : https://goo.gl/FbXdvR
처음 종이로 만든 우유 용기는 1906년경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거리에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지지만, 액체가 통과하지 않는 종이와 접착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곧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1915년, 존 반 워머가 고안한 우유를 담기 위한 카톤 팩이 미국 특허를 받게 되었는데요, 종이 상자 안쪽 면에는 방수를 위해 직접 파라핀 왁스로 코팅을 입혔습니다. 일명 종이 병(paper bottle)으로 한 번 쓰고 버리기에 퓨어 팩(Pure-Pak)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의 특허는 후에 미국 제지회사가 사들여 보완을 거친 뒤, 내용물을 채우고 밀폐할 수 있는 기계가 세워지면서 더욱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1934년에는 자동차와 비행기 생산을 위한 기계를 공급하던 ‘The Ex-Cell-O Corporation’이라는 회사가 이 사업에 잠재적 가치를 알아보고 관심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제지용기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계를 만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우유 팩을 생산하고 배포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게 됩니다. 이때 만들어진 우유 팩이 바로 게이블 탑(Gable top)으로 지금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카톤 우유 팩의 지붕 모양과 아주 흡사한 초기 스타일이었습니다.
▲ 게이블 탑
사진출처 : https://goo.gl/OBHtm1
1952년이 되어 스웨덴의 한 식품 포장재 회사에서 또 다른 스타일의 카톤팩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대표 중 한 사람이었던 루벤 라우싱(Ruben Rausing)은 1943년부터 새로운 우유포장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최소 경비의 운반과 함께 우유가 상하지 않고 밀봉되어 위생적으로 유통되는 것이 그의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그의 연구는 7년이 넘는 시간동안 계속되었고, 마침내 1951년 발명된 것이 바로 테트라(Tetra) 클래식입니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사진을 보면 아마 ‘아하!’ 하게 될 겁니다.
▲ 테트라 클래식
사진출처 : https://goo.gl/wDbyjd
사진출처 : https://goo.gl/ddrokB
‘테트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숫자 4를 뜻합니다. 4면체의 종이팩, 삼각뿔 형태로 되어 있어 이름을 그렇게 붙인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테트라 팩은 75%의 종이와 20% 폴리에틸렌, 5%의 알루미늄 포일로 만들어집니다. 무게도 적게 나가는 것은 물론, 유리병보다 안전하고 유통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폴리에틸렌 코팅과 알루미늄 포일은 액체가 용기 밖으로 새지 않고 종이가 젖지 않는데 효과적이었고, 공기와 빛으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여 미생물로 인해 내용물이 변질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우유를 방부제 없이도 오랫동안 상온에서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생기게 된 것이지요. 1954년에 이 패키지 시스템이 독일로 수출되었고, 그 뒤로 프랑스, 스위스, 소련, 일본 등으로 수출되기 시작했습니다. 1959년까지 해마다 10억 개 이상의 테트라 팩이 생산되어 덩어리 우유와 유리 우유병을 대체해 나갔다고 하니, 식문화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 발명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덕분에 1962년에는 멸균 우유 팩이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유통기한이 그만큼 길어져 경제적 이득 효과를 크게 상승시켰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었지요. 그 이후로 테트라 클래식 팩의 모양은 계속 변화하여 무균 포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직사각형태의 테트라 브릭, 빨대가 부착된 테트라 프리즈마, 돌려서 여는 뚜껑의 테트라 렉스와 테트라 톱 등으로, 마켓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음료 포장용기가 되었습니다.
▲ (맨 왼쪽이) 루벤 라우싱, 테트라 팩 발명
사진출처 : https://goo.gl/TAypZN
무심코 먹었던 음료수 팩 하나에도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와 과학적 연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운데요, 천연펄프가 주재료이기 때문에 폴리에틸렌과 알루미늄을 분리하여 재생보드지, 화장지, 분쇄된 종이팩을 압축한 칩보드 등 재활용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환경친화적인 발명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시고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우유 팩과 음료 팩이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재활용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글쓴이 한지숙은
글에도 다양한 표정이 있다고 믿는 자유기고가.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 않는 인터넷 공간이라 할지라도 글을 통해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거울 대신 키보드로 표정 연습에 열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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