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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로 가는 버스에서 본 ‘The Sound of Music’, ‘Gloomy Sunday’, '프라하의 연인‘은 관광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여행 내내 3~12도의 초봄 날씨라 춥지 않았고, 자주 비가 내렸으나 관광을 할 때는 우산 한번 펴지 않았던 것 역시 행운이었다.
처음에 들른 잘츠부르크는 골목마다 모차르트의 아리아가 흘러나오고 ‘미러벨 정원’에서는 줄리 앤드루스가 아이들과 부른 ‘도레미 송’이 들려오는 환상에 빠졌다. 잘 보존된 잔디밭에서는 합창단의 막내 또래인 손자손녀가 손을 잡고 달려오면서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 같은 착각에 주위를 여러 번이나 맴돌았다.
예술을 사랑하는 영원한 중세도시라는 비엔나의 쉔부른 궁전은 엄청난 크기의 건물로서 외관부터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화려하고 우아한 로코코 양식의 내부에는 황금색의 침대가 경복궁에 있는 조선왕의 나무의자와 비교되어 그들의 찬란한 문화가 더욱 돋보였다.
아시아계의 유목민족이 세웠다는 헝가리는 전쟁 때마다 잘못된 선택으로 불운한 역사를 가졌으나 27년 전 정치인들의 주도로 민주화에 성공하여 정치와 경제적으로도 부유한 나라였다. 수도인 부다와 페스트 사이를 흐르는 다뉴브 강의 야경이 센 강보다 아름답다고 매스컴을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유람선을 타고 둘러본 광경은 황홀하다는 단어가 제격이었다. 그중에서도 황금빛의 웅장한 국회의사당은 이번 여행의 백미였다.
백탑의 도시이며 매년 1억 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들인다는 프라하 틴 성당의 첨탑이 불빛을 받아 청동색으로 변하여 신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왔고, 카를다리 너머 프라하 성의 웅장함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늙은이의 기를 꺾어 놓기에 충분했다. 성에서 내려다본 보헤미안을 상징하는 붉은색 기와지붕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마치 동화속의 세계처럼 비추며 총각시절에 맘에 드는 처녀를 만났을 때처럼 가슴을 뛰게 해서 유럽을 여러 번 방문케 하였다. 더구나 고속도로를 달리다 초원 사이로 무리를 지어 나타나는 붉은 지붕의 단층가옥들은 잠시도 눈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어서 이를 구경하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하늘을 날았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목의 로텐부르크에서는 토리노에서 수학여행 온 중학생들을 만났다. 그들은 활달하고 왁자지껄했다.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손을 내밀고 사진을 찍자고 매달리는 모습이 그저께 만난 차분한 그리스 소년∙소녀들과는 다른 게르만 민족임을 각인시켜 주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는 남한보다 다소 작은 면적을 가졌지만 인구가 1/5~1/6 수준이라 교통체증을 한 번도 목격하지 못했고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산지가 70%나 되는 우리와는 상반되게 높은 산이 없는 구릉지가 끝없이 넓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어서인지 수년 만에 꿈 없는 단잠을 잤다. 시내 중심가에는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멋스러움과 귀족적인 분위기의 건축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더욱이나 세계적인 명품 삽은 물론 유명레스토랑과 카페를 유치하여 관광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현실이 부러웠다. 사진도 찍기 힘든 청와대와는 달리 대통령궁도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는 민주화와 화합이 감동을 플러스시켰다.
글 / 사외독자 이종철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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